지난 8월 24일, 지중해에서 322명의 난민이 구조된 지 며칠 만에 이탈리아 항만당국이 국경없는의사회의 수색구조선 지오배런츠(GeoBarents)호의 하선을 허가하여 생존자 전원은 이탈리아 시칠리의 아우구스타(Augusta)항에 안전하게 하선할 수 있었다.
지중해 난민들은 자국에서부터 리비아까지, 또 리비아에서 지중해 횡단을 시도하기까지 수많은 역경을 겪는다. 구조 이후 안전한 하선이 지연될 수록 이들의 고통은 배가된다. 국제 해상 협약에 따라 난민 및 이주민의 안전한 하선 허가가 신속히 이루어져 의료서비스 등 기본적인 필요에 대한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중해에서 구조된 생존자로부터 들은 역경과 고통에 대한 ‘증언’을 전하고자 한다.
국경없는의사회 수색구조선 지오배런츠호에 의해 구조된 생존자 중 가장 어린 생후 2개월된 모하메드(Mohammed). ©Vincent Haiges
지오배런츠호에 의해 구조된 난민들이 선상에서 지낼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Vincent Haiges
생존자 에메니케의 증언
"모국인 나이지리아를 떠나 2020년 1월 4일 리비아에 도착했습니다. 리비아에서 고생스러운 생활을 이어가다 지중해를 횡단하기 위해 주와라(Zuwara)의 한 밀수업자에게 5,000디나르(한화 약 120만원)을 주고 목선에 올랐습니다. 우리 일행은 구명조끼를 따로 구해왔지만, 다른 사람들은 구명조끼도 없이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바닷길은 아주 험난했지만 차라리 바다에서 죽는 게 리비아로 돌아가는 것보다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계속해서 거센 파도가 일어 리비아로 돌아가려고도 해봤지만, 리비아 해안에 경비대가 있어 돌아가면 잡혀갈 것이 분명했습니다. 우리가 탄 배의 엔진은 출발한 지 3일만에 작동을 멈췄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우리를 발견했을 땐 파도가 거세 엔진을 다시 작동시킬 수 없었고, 배가 가라앉지 않도록 연료통도 바다에 던져버린 상황이었습니다. 배에 물이 차 올랐고 구조되기 전까지 그렇게 10시간동안 거친 파도 위에서 버텼습니다.
이제는 매일 아침 기분 좋게 아침을 맞이합니다! 이곳은 안전하고, 어디든 리비아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드디어 리비아를 벗어났다는 생각에 미소가 끊이지 않습니다. 평생을 도망다니며 살아온 제 유일한 바람은 안전한 곳에서 평화롭게 사는 것입니다. 하루라도 악몽 없이 편히 자고, 평안한 마음을 되찾는 것입니다. 그것 뿐입니다.” _에메니케(Emenike, 가명) / 28세 나이지리아 남성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구조된 난민을 등록하고 있다. ©Avra Fialas/MSF
생존자 아베비의 증언
“우리는 리비아에 도착하자마자 팔려갔습니다. 몇 개월 후, 리비아 경찰이 우릴 풀어주었지만 바로 트리폴리(Tripoli)의 구금센터에 저희를 가뒀습니다. 작년 백만 나이지리아 나이라(한화 약 280만원)를 내고 구금센터를 탈출해 지중해를 횡단하려 했지만 리비아 해안경비대에게 붙잡혀 다시 구금됐습니다.
트리폴리 구금센터의 환경은 끔찍합니다. 먹을 것은 커녕 마실 물도 없어 더러운 구정물로 버텨야 했죠. 갓난 아이나 아이들, 임산부에게도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수천 명이 비좁은 공간에서 지냈습니다.
지난 주 화요일, 400 디나르(한화 약 10만원)을 내고 보트에 올랐지만, 바로 다음 날 엔진 시동이 꺼졌고 파도는 거세게 몰아쳤습니다. 지중해를 건너다 목숨을 잃은 사람이 정말 많은데, 제가 살아남은 건 기적일 수밖에 없어요.” _ 아베비(Abebi, 가명) / 26세 나이지리아 여성
지오배런츠호에 탑승한 생존자들. ©Vincent Haiges
생존자 사무엘의 증언
“한 친구가 리비아에 머무는 건 너무 위험하다고, 지중해 횡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을 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전 리비아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리비아 주와라에서 배를 탈 수 있었습니다. 옆에 탄 아이가 가는 길이 매우 위험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아이의 말대로 여정은 험난했습니다. 3일을 꼬박 바다 위에서 보내고 마침내 국경없는의사회가 우리를 발견했고 우리는 구조됐습니다. 그날 우리를 구해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리비아에서는 그 누구도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고, 아파도 치료받지 못합니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도 없죠. 보시다시피 저는 갈비뼈, 눈, 머리, 어느 곳 하나 성한 데가 없지만, 목숨만은 잃지 않아 다행입니다. 이젠 살았습니다.” _사무엘(Samuel, 가명) / 35세 나이지리아 남성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50년간 전 세계 인도적 위기 상황에 처한 환자에게 인도적∙의료적 긴급 지원을 제공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중해에서 난민 및 이주민의 수색∙구조 활동을 전개하여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인도적 사명을 다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