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국경없는의사회에서 3년 넘게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디에고 바라간 캄푸사노(Diego Barragán Campuzano)입니다. 인도주의를 위한 저의 여정은 2019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전에 모잠비크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데, 그때가 국제 직원으로서의 첫 임무이자 아프리카에서의 첫 경험이기도 했죠.
저는 모잠비크에서 활동 기간의 절반을 의사로 근무하며 주로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고 국경없는의사회가 2022년부터 활동해 온 남풀라(Nampula) 소재 진료소에서 보건부 의사들을 관리하는 일을 맡았어요. 우리는 림프사상충증, 주혈흡충증, 옴 등 지역 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소외열대질환을 집중적으로 치료했습니다.
모잠비크에서 활동하던 당시 닥터 디에고가 한 아동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2024년 2월. ©Diego Barragán Campuzano/MSF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의료 활동 책임자 역할의 공백을 채우면서 보냈죠. 우리가 지원하는 여러 보건센터의 활동 전반을 운영하고, 의료팀이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보장하는 책임을 맡았습니다.
모잠비크에서 5개월 넘게 활동하며 매우 값진 교훈을 배울 수 있었어요.
모잠비크에서 배운 것
모잠비크에서 활동하며 얻은 교훈 중 하나는 프로젝트의 모든 부분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각기 다른 팀들과 협력하는 법도 배웠고요. 특히 지역사회와 환자들과 협력해 가장 필요한 곳에 지원을 제공하는 역동적인 팀의 일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가령 식수위생 팀은 지역사회에 우물을 제공해 깨끗한 물을 공급함으로써 열대 질환을 줄이고 우물 시추공 유지•보수를 지원하는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죠.
보건증진 팀 역시 중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역사회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우리가 하는 일을 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모했거든요. 덕분에 우리는 환자들이 림프사상충으로 인한 합병증을 관리하고 줄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자가 관리 그룹을 구성하고, 환자들끼리 계속해서 서로 배우고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죠.
물류•공급팀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활동에 필요한 물자를 확보하고 울퉁불퉁한 도로를 지나 진료소에 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들은 항상 방법을 찾아냈죠. 이 기회를 빌려 모든 팀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저는 우리가 모잠비크에서 지역사회와 지역 당국 모두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사회와 명확히 소통하며 그들의 수요를 정확히 전달하는 데 지속적으로 힘써준 보건증진 팀의 덕택이 큽니다. 우리는 마을 회의에 참석해 주민들과 지역사회 지도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했고,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보건부와 정기적으로 만나며 책임감과 투명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렇듯 지속적인 소통과 참여 덕분에 우리 활동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죠.
모잠비크 남풀라 지역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주민들에게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년 2월. ©Diego Barragán Campuzano/MSF
잊을 수 없는 이야기
다채로운 국경없는의사회 팀의 일원이 된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전 세계 각지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생활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더욱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죠. 제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이를 통해 저의 대인관계 능력을 길러 다양한 견해를 좀 더 잘 경청할 수 있게 되었죠. 덕분에 평생토록 함께 할 친구들과 새로운 가족을 찾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현재 온두라스와 과테말라에서 또 다른 활동을 하고 있는데,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구호 활동가로 일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바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한 환자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은데요. 비록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이야기지만, 보건 체계의 격차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드러내기 때문에 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후 4개월밖에 안 된 어린 환자가 진료소에 내원한 적이 있어요. 아이는 중증 말라리아를 앓고 있었는데, 진찰 과정에서 심각한 탈수와 영양실조, 중증 옴과 전염성 설사도 함께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설상가상으로 주 보호자인 아이의 부모는 일을 해야 했기에 아이가 얼마나 오래 아팠는지 모르는 친척이 아이를 진료소로 데려왔습니다.
상당히 어려운 사례였습니다. 아이는 복합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태였거든요. 게다가 전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병원은 약 2시간이나 떨어져 있었고 오토바이로만 갈 수 있었죠. 안타깝게도 저는 다음 날 진료소로 돌아갈 수 없었기에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 아이는 제 기억에 오래 남을 겁니다. 우리가 활동하면서 직면하는 복잡다단한 현실을 일깨워주는 사례였죠.
이런 사례는 제가 의사로서 인도적 구호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현실에 맞서 싸우고, 도움이 절실한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결심을 견고하게 해줍니다.
2022년부터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보건부와 협력하여 수도 마푸토(Maputo)로부터 약 2,000킬로미터 떨어진 모잠비크 북부 남풀라주 모고볼라스(Mogovolas) 지역에서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림프사상충증이나 주혈흡충증 등 일부 소외열대질환과 말라리아, 뎅기열 등 벡터매개 질병의 예방•진단•치료에 현존하는 보건 체계 격차 해소를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