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개월 전, 남수단 아곡(Agok)의 아베이(Abyei) 특별행정구역에서 발생한 무력 분쟁으로 20,000명 이상이 피난했다. 피난민은 현재 여섯 개의 임시 난민캠프에서 생활하고 있다. 임시 캠프에는 식량이 만성적으로 부족하고 제대로 된 거처도 없으며 식수위생 수준이 열악한데, 설상가상으로 곧 우기가 시작될 예정이라 추후 몇 달간 피난민들의 고통이 배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남수단 와랍(Warrap)주 트윅 카운티(Twic County)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남수단 긴급구호 코디네이터 새미 알-수바이히(Sami Al-Subaihi)가 현지 상황을 전해왔다.
“닌 뎅 아유엘(Nyin Deng Ayuel) 캠프의 지역사회 지도자로부터 이틀 사이 아이 두 명과 어른 한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사망한 아이의 작디작은 무덤 앞에는 아이의 어머니와 체구가 작고 연약해 보이는 아이의 형제 셋이 함께 서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몇 마디 나눠봤지만 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의 사망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순 없었습니다. 하지만 형제들의 상태를 보니 식량 부족으로 인한 영양실조가 원인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트윅 카운티의 임시캠프를 둘러보는데 모두가 캠프 내 가장 큰 문제는 식량부족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심지어 한 캠프에서는 오랜 시간 이어진 식량부족으로 탈진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요리를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며, 식량이 저장된 공간 또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강은 곧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말라 있어 물고기를 잡을 수도 없었습니다. 이들의 유일한 식량원은 땅에 떨어진 나뭇잎이었습니다.
2월, 이곳에서 약 20km 떨어진 아곡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했습니다. 이 충돌로 수천 명이 강제로 피난하여 이 캠프로 몰려 캠프 내 식량부족 문제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으로 국경없는의사회는 정규 의료 활동 외의 활동을 전개해야만 했습니다. 상황이 더욱 악화하지 않도록 지난 몇 달간 약 500톤 분량의 식량을 현지 지역사회에 제공했습니다. 추후 몇 주 내지는 몇 달에 걸쳐 이러한 식량 지원 활동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여섯 개 캠프에서 이동진료소를 운영하며 말라리아 및 설사 증상을 보이는 위중증 아동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영양실조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이곳의 보건 문제를 보면 캠프 내 생활 수준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습니다. 캠프 거주민은 수개월째 야외에서 생활하며 천 몇 조각과 플라스틱 시트 몇 장만으로 뙤약볕, 뱀, 전갈 등과 씨름해야 했습니다. 우기가 시작되어 폭우가 쏟아진다면 생활 수준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약 10만 가정에게 담요, 모기장, 플라스틱 물통, 비누 등을 보급했으며 310개의 화장실과 8개의 음수대를 설치했습니다. 현재 수천 명의 피난민에게 더욱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식수 보어홀(깊이 30미터 이상의 관 우물)을 설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 비해 필요는 여전히 막대합니다. 폭우가 내리면 홍수가 발생할 것이고 결국 식수위생 서비스 접근성이 차단되어 말라리아, 홍역, 콜레라 등 질병이 창궐할 것입니다.
위기 발생 초기부터 수차례 경고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남수단에서 활동하는 국제 단체나 정부의 대응은 필요에 훨씬 못 미칩니다. 하지만 주요 활동 단체를 위한 자금 지원 중단으로 활동 규모를 확대하기는커녕 오히려 축소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동시에 식료품값이 전 세계적으로 치솟아 반복적인 위기로 이미 취약한 인구가 더욱 취약해질 것입니다.
닌 뎅 아유엘 캠프에서 아이를 잃은 어머니를 마주했을 때 건넬 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 어떠한 위로의 말도 상투적이고 위선적인 것 같았습니다. 캠프의 상황을 미루어 보았을 때, 앞으로 몇 달 동안 상황이 좋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었고 남은 세 아이도 걱정됐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앞으로 식량, 식수 및 위생시설 지원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또한 현지 의료시설이 아동 영양실조 환자 급증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수주 내로 남수단 보건부와 협력하여 홍역 예방접종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최악의 상황을 예방할 수 있길, 그리고 아이를 잃는 아픔을 겪는 부모가 더 이상 없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
국경없는의사회는 2006년부터 아베이 특별행정구역에서 활동했다. 2008년에는 아곡에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을 신설하여 14만 현지 인구에게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2022년 2월 10일 , 아곡 안팎에서 발생한 무력충돌로, 국경없는의사회는 병원에서의 활동을 중단하고 와랍주 트윅 카운티 남부와 아베이 특별행정구역의 아베이 마을 북부에서 피난한 국내실향민에게 의료적, 인도적 지원을 제공했다. 2022년 2월부터 5월까지,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은 트윅 카운티의 피난민 및 수용 지역사회에서 34,000회의 진료를 제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