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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실종자 22명, 사망자 1명 … 해상 난민의 목숨을 건 지중해 횡단  

2022.07.01

 

6월 27일 오후, 국경없는의사회 지중해 수색구조팀이 조난당한 고무보트에서 해상 난민 71명을 구조했다. ©Anna Pantelia/MSF  
6월 27일, 지중해 중부를 횡단하는 해상 난민이 타고 있던 고무보트가 찢어지며 침몰해 국경없는의사회가 구조에 나섰다. 이 사고로 최소 22명이 실종되고, 심폐소생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 명의 임신부가 사망했다. 이번에 구조한 총 71명의 생존자는 가라앉는 고무보트에서 구조되어 국경없는의사회 수색구조선 지오배런츠(Geo Barents)호에 승선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몰타 및 이탈리아 당국이 생존자를 위한 안전한 하선 장소를 조속히 제공하길 촉구한다.  

구조 전날, 지오배런츠호가 구조를 지원하기 전에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이 보트를 가로챘다. 몇 시간 후, 지중해 해상 모니터링 단체인 알람 폰(Alarm Phone)이 인근에 또 다른 조난당한 보트 한 척이 있다고 알려와 곧바로 대응을 개시했다. 지오배런츠팀은 약 세 시간의 수색 끝에 해당 보트를 찾았는데, 이미 파손되어 침몰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미 대다수의 난민이 바다에 빠진 상태였으며, 그나마 보트에 탑승해 있는 난민은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해상난민을 구조하고 있는 지오배런츠팀. ©Anna Pantelia/MSF  

국경없는의사회는 바로 구조작업을 개시했는데, 구조자 중에는 임신부도 있었다. 구조 선박에 승선한 후 의료팀이 전력을 다해 이 여성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안타깝게도 사망했다. 이 외에도 생후 4개월 된 영아 등 세 명이 응급 치료를 받았다. 영아와 어머니는 이후 몰타에서 하선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나머지 생존자를 위한 의료지원을 제공하고 있는데, 대부분 큰 충격을 받아 심신이 극도로 미약한 상태이다.  

“구조 당시 저희가 목격한 상황은 악몽 그 자체였습니다. 망원경으로 상황을 보며 보트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구조작업이 얼마나 까다로울지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한 열댓 명은 보트에 뒤엉킨 상태였고, 대부분은 바다에 빠진 상태였습니다.”_리카르도 가티(Riccardo Gatti) / 지오배런츠 수색구조팀장 

현재 수색구조팀은 실종자 정보를 수집하는 중이다. 바다에서 아이를 잃은 여성 두 명, 어린 남동생을 잃은 젊은 여성 등 자발적으로 정보를 전해오는 이들의 증언과, 생존자 인터뷰를 통해 실종자 22명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있다. 

“생존자는 모두 매우 지쳤습니다. 바닷물을 들이켠 이들이 많으며, 장시간 물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저체온증을 보이는 이들도 있습니다. 최소 열 명은 연료로 인한 중등증 및 중증 화상을 입었는데, 대부분 여성입니다. 구조선 위에서 할 수 있는 치료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하선 후 추가적인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_스테파니 호프스테터(Stephanie Hofstetter) / 국경없는의사회 지오배런츠 의료팀장 

“이탈리아 및 몰타 등 지중해 부근 유럽 국가와 지중해와 국경을 맞댄 국가가 갈수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번 참극이 발생했습니다. 유럽연합국의 침묵과 무관심으로 수천 명이 유럽 문턱을 넘기 전에 망망대해에서 목숨을 잃는 비극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해상 수색구조 단체의 활동만으로는 이러한 비극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할 여력도 없을뿐더러 이는 각국 정부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은 우리 활동이 결코 충분치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국가 차원에서 나서야 합니다.”_후안 마티아스 길(Juan Matias Gil) / 국경없는의사회 수색구조팀 책임자  

국경없는의사회 수색구조팀이 해상난민에게 손을 건네고 있다. ©Anna Pantelia/MSF 

오늘날 지중해는 죽음의 경로라고 평가될 만큼 위험한 유럽행 경로인데, 2014년부터 24,184명*이 지중해를 횡단하다가 실종되었고, 2022년 한 해만 해도 721명의 실종자가 보고됐다. 유럽연합 회원국 및 지중해와 국경을 맞댄 국가들의 미지원 방침으로 수많은 생명이 바다에서 사망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모든 유럽연합 회원국이 지중해 중부에서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수색구조 작업을 보장하여 모든 조난 신고에 빠르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길 강력히 촉구한다.

*출처: 국제이주기구 실종 이주민 프로젝트(Missing Migrants Project), 2022년 6월 22일  

“19시간이나 표류하다가 구조됐습니다. 바다 위에 있으면서 물에 빠져 목숨을 잃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마침내 구조돼서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지만,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_구조된 카메룬 출신 난민  

이제 지오배런츠호는 이탈리아로 향할 예정이며, 몰타 및 이탈리아 당국에 연락해 안전한 하선 장소 물색을 요청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생존자의 심리적 고통과 정신건강이 악화하지 않게 이들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안전한 장소에 하선할 수 있길 바란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5년부터 여덟 척의 수색구조선을 통해 독자적으로 또는 다른 단체와 공조하여 지중해 중부에서 해상 난민 수색·구조 활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 지중해 중부에서 85,000명 이상의 해상 난민을 구조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중해 수색·구조 활동은 전세 선박 지오배런츠호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지오배런츠호는 2021년 6월부터 2022년 5월 사이 11번 출항하여 총 47번의 구조 활동을 전개하며 바다에서 3.138명을 구조했고 10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 과정 속에서 총 6,536번에 걸쳐 1차 의료서비스, 성·생식 보건 및 정신건강 상담을 제공했다. 

생존자 중 34%는 아동이었으며, 이 중 89%는 보호자가 없거나 가족을 잃은 아동이었다. 생존자 265명이 폭력, 고문, 학대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했으며, 이 중 63명은 성폭력과 성 관련 폭력을 경험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및 인도적 지원팀은 물리적 폭력, 고문, 강제 실종, 납치, 임의적 체포 및 구금 등의 폭력을 당하거나 목격한 생존자의 증언 620건을 기록했다. 이러한 폭력은 주로 리비아에서, 또는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여러 차례 붙잡혀서 강제로 송환되는 과정 중 자행된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