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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키나파소: 네 가지 측면에서 바라본 부르키나파소의 현재 상황

2022.02.04

아프리카 서부 내륙국가 부르키나파소에서 몇 개월동안 정치사회적 긴장과 시위가 지속되다 결국 지난 1월 24일, 군부가 정권을 장악했다. 지속적인 갈등으로 이미 취약해진 사회에 정치적 위기까지 겹쳐 치안은 급격히 악화하고 피난 행렬이 이어졌다. 부르키나파소 주민들의 식량 및 식수, 거처,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지만, 극심한 폭력으로 인해 인도주의 단체 또한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게 지원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네 가지 측면으로 바라본 현재 부르키나파소의 상황을 전한다.
 

살라마타(Salamata)는 남편, 자녀와 함께 부르키나파소 중북부 바르살로고(Barsalogho) 마을 외곽의 피난민 캠프에서 2년째 생활하고 있다. ©Seigneur Yves Wilikoesse/MSF


1. 백만 명 넘는 인구의 강제 피난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등 사헬지대 중부 지역에서는 무장단체 대 정부군, 연합군 간의 대립 구도가 10년 넘게 지속됐다. 2021년에는 부르키나파소를 중심으로 폭력이 고조되며 납치 및 공격 사례가 급증했다. 지난 6월 부르키나파소 북동부 솔한(Solhan) 마을에서 공격이 일어나며 16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솔한 공격과 같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는 경우 국제 뉴스에 보도되기도 하지만, 민간인, 의료종사자, 구호단체 직원을 향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공격은 보도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엔에 따르면 인구 2천만 명의 부르키나파소에는 현재 150만 명 이상의 국내실향민이 있는데, 2018년 말 5만 명 이하였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 3년 동안 급격히 증가한 수치다. 특히 사헬지대, 중북부, 동부 세 지역에서 국내실향민이 주로 발생했으며, 이제는 이전에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지역에까지 분쟁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살라마타(Salamata)는 남편, 자녀와 함께 부르키나파소 중북부 바르살로고(Barsalogho) 마을 외곽의 피난민 캠프에서 2년째 생활하고 있다. ©Seigneur Yves Wilikoesse/MSF 


폭력 사태는 급작스럽게 번지기 때문에 주민들은 옷가지 이외에는 빈 손으로 피난할 수밖에 없다. 부르키나파소 중북부 바르살로고(Barsalogho)의 피난민 캠프에서 남편, 네 자녀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살라마타(Salamata)가 피난 당시 상황을 전했다.

“어느 날 아침, 사람들이 허둥지둥 마을을 떠나고 있었어요. 우리도 아이들을 데리고 무작정 뛰기 시작했죠. 신발도 신지 않은 채였지만 마을에서 35km 떨어진 곳까지 쉬지 않고 갔어요. 피난민 캠프에 도착해서 고향의 친척들이 전부 죽고 우리가 살던 집도 무너졌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고향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어요.”_살라마타 / 부르키나파소 국내실향민

2. 식량 및 식수 부족

부르키나파소 지역주민이 겪는 분쟁의 영향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물리적 폭력이라는 직접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주민 대부분 집과 생계수단을 잃었다. 특히 농촌 지역사회에서는 피난 가는 것이 수확할 식량과 가축마저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르키나파소에는 농업이나 목축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많아 식량 확보가 가장 큰 문제이다.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한 구호단체는 식량을 보급하고 영양실조 아동을 치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부르키나파소 북부 티타오(Titao)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에서 진찰받고 있는 아동. © MSF/Noelie Sawadogo 


피난민이 도착하는 국내실향민 캠프의 생활 환경은 매우 위태롭다. 거처는 우기를 버티기에 적합하지 않으며, 위생 환경이 열악하고 식수마저 부족하다. 캠프 거주민들은 식수와 씻거나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물을 구하기 위해 몇 킬로미터를 걸어야 하고, 많게는 6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부르키나파소는 서아프리카 내륙에 위치하는데, 원래도 강수량이 적은 곳이지만 기후변화로 물이 더욱 부족해지고 있다. 지역사회가 대규모로 유입되는 국내실향민을 수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늘어난 수요로 물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다른 단체와 협업하여 우물을 설치하고 필요 시 트럭으로 물을 운반해 공급하고 있다.
 

3. 분쟁이 야기한 극심한 물리적, 정신적 피해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은 부르키나파소 13개 주 중 다섯 곳에서 활동하며 환자들이 분쟁으로 인해 어떠한 영향을 겪었는지 목격했다. 폭력으로 인한 신체적 부상뿐만 아니라, 눈앞에서 사람이 죽고, 집과 작물이 불에 타고, 모든 재산과 생계 수단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모습을 보는 것과 같은 경험으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겪는 환자도 많았다.

더 나아가 열악한 생활 환경은 풍토병 등의 질병 발생률을 높인다. 지난 2020년 부르키나파소에서 풍토병인 말라리아가 창궐하여 1100만 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또한 과밀집된 생활로 감염성 호흡기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높고, 열악한 위생 환경과 식수 부족으로 설사나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질병이 창궐하기 쉽다.
 

4. 의료시설 및 의료서비스 접근성 저하

현재 부르키나파소 내 무력분쟁의 영향 아래 있는 지역은 모두 식량, 식수 및 의료서비스가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원금 부족과 치안 불안 등의 이유로 인도적 지원까지 가로막혔다.  

환자들은 극도로 불안한 치안뿐만 아니라 병원까지 가는 교통비가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다. 치안 불안으로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을 비롯한 의료 인력이 지역사회를 찾아가서 지원하는 것 또한 어렵다.  

현재 부르키나파소에서 활동하는 인도적·의료적 지원 단체는 수많은 어려움과 마주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및 다른 구호단체, 부르키나파소 보건부 직원까지 공격을 당했으며, 납치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국경없는의사회 구급차는 약탈당하고 보건소는 파괴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도로에 급조폭발물이 설치되어 이동하는 것 자체가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경우도 있다.   

부르키나파소 동부의 보건부 소속 조산사 수는 급감했으며, 사헬지대에 있는 많은 보건소는 운영을 중단했다. 현지 보건부에 따르면, 2021년 6월 기준 357개의 의료시설이 폭력으로 인해 운영을 중단하거나 축소했다. 나아가 무력 분쟁의 영향을 받은 지역에서는 외과의, 마취과의, 조산사 등 의료 전문 인력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1995년 부르키나파소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동부, 사헬, 북부, 중북부 지역의 실향민 및 기존 지역사회에 1차 및 2차 진료, 예방접종 캠페인, 식수 및 위생, 기본 구호품 보급 등 의료 및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