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가 주도한 봉쇄로 현재 예멘에서는 생필품이 턱없이 부족하고 연료가 끊겨 주민들의 생활이 날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연료 부족으로 주민들은 꼭 필요한 의료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테레사 산크리토발(Teresa Sancristóval)은 수년간 예멘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위기를 목격해 왔습니다. 아래는 현재 예멘 상황에 대해 테레사 코디네이터가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게재한 사설 내용 전문입니다.
황폐해진 예멘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교전 종식이 시급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연합군이 식량, 연료를 포함한 주요 물품의 수입 봉쇄를 풀지 않는다면, 임시적인 휴전이 효력을 발휘하더라도 평범한 예멘 사람들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폭격과 교전이 멈추면서 피해 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진행되고, 부상을 입은 민간인들도 대피할 수 있게 되었지만, 사실 이는 예멘 사람들이 처한 위태롭고 궁핍한 삶에 부분적인 도움에 그칠 수도 있다.
예멘에서 벌어지는 후티의 공격을 멈추기 위해 연합군이 공습을 벌이면서 공항, 해항, 도로, 교각, 물탱크, 주유소, 그 밖의 필수 기반 시설들이 훼손됐다. 아덴, 알 달레, 타이즈 및 여러 도시에서 벌어진 후티의 공격은 어마어마한 파괴를 낳았으며, 무수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유엔에 따르면, 5월 6일 현재 교전과 폭격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1500여 명이며, 수천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최근 한 달 반 동안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팀들이 치료한 환자는 1644명에 이른다. 예멘 북부 사다(Sa’adah) 시에 있는 우리 병원에 있는 한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난주 벌어진 공습으로 가족 27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연합군의 봉쇄는 폭격과 교전보다 시민들의 삶을 훨씬 더 비참하고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연료 부족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그 어디에 살더라도 연료는 삶의 필수 요소다. 특히 예멘에서는 물 공급을 유지하는 데 연료가 매우 중요하다. 가장 풍요로운 시절이라고 하더라도 예멘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1인당 물 소비가 가장 낮다. 깊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야 하는 도시들이 많은데, 여기에는 전기나 디젤 연료로 작동하는 펌프가 사용된다. 즉, 연료가 없다면 물도 없다는 말이다.
사나의 물-펌프 시스템은 사나 전체 인구에게 물을 공급하는 데 필요한 연료의 20%밖에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3월 15일부터 5월 첫째 주까지 시내 여러 지역의 물값을 조사해 보니, 평균적으로 물값이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시내 일부 지역에서는 물 구입이 불가능하다. 물을 배달할 트럭의 기름 탱크가 텅 비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귀한 물을 확보하려고 사람들은 저마다 나름대로 방편을 강구하고 있다. 목욕이나 빨래는 사치스러운 일이 돼버렸다. 가장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이웃들에게 물 몇 리터라도 얻으려고 애쓴다. 밤중에 물탱크 부근에서 벌어지는 강도 행위도 볼 수 있고, 물을 공급하는 지점에서 사람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제 그 어떤 값을 주더라도 곧 물을 구할 수 없게 될까봐 다들 두려워하고 있다.
다툼뿐만이 아니다. 연료가 부족해 폭탄 관련 부상이든 분만이든 사람들이 의료 지원을 받을 길도 막혀 버렸다. 병원에 오는 환자 대부분은 걸어서 병원에 간다. 택시를 구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고, 구한다 하더라도 사람들 대부분은 택시비를 댈 여유가 없다. 이번 주에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딸을 병원까지 데려오려고 절박하게 연료를 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애끓는 이 아버지는 결국 연료를 찾지 못했고, 딸은 목숨을 잃었다.
병원에 도착해도 다 치료를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 연료 부족으로 발전기를 가동하지 못해 많은 의료 시설들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대규모 폭격을 맞은 사다 지역에서는 병원 5곳 중 3곳이 전력 부족으로 문을 닫았다. 예멘 내 주요 위탁 병원 2곳은 건물 전체에 전력을 공급할 수 없어서 의료 지원 범위를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필자는 지난 7년간 예멘에서 자주 활동하면서 여러 위기 상황을 목격해 왔다. 사다 지역에서 벌어진 전쟁, 2010년 친-독립 시위 중에 벌어진 격렬한 충돌, ‘아랍의 봄’ 혁명 당시 사나에서 벌어진 교전들… 하지만 현재 벌어지는 위기가 일으키는 영향은 지금껏 봐왔던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다.
분명, 연료 부족은 곧 폭격과 교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망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임시 휴전으로는 충분치 않다. 예멘에 충분한 양의 연료를 수입하기로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물자가 모두 전달돼 식수 및 의료 서비스 지원 체계가 다시 수립되기까지는 수일이 걸릴 것이다.
향후 수주 내에 예멘의 이 어마어마한 비극을 애통해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연합군과 그 동맹들은 이번 군사 작전이 현재 예멘 민간인들에게 일으킨 피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생활에 필수적인 물품에 대한 봉쇄를 즉시 해제해야 한다.
※ 위 기사는 2015년 5월 14일(현지시각)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게재되었습니다. (►기사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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