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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전쟁 때문에 삶을 멈출 수는 없잖아요.”

2015.12.28

예멘의 수도 사나. 사우디 주도 동맹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곳에서 남성들이 잔해를 치우고 있다. 이 자리는 원래 가옥 4채가 서 있던 곳이었다. ⓒSebastiano Tomada/Getty Reportage

국경없는의사회 응급 의료 코디네이터로서 예멘에서 5개월간 일했던 셀린느 랑글루아(Celine Langlois)는 계속된 공습, 식량·물 위기 속에서도 일상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도 사나에서는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전투기가 주된 위협이었습니다. 전투기들 때문에 사람들은 바짝 긴장해 있었고, 아이들은 밤에 잠을 잘 수 없었고, 갓난아기들은 한밤 중에 깨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는 것이 가장 위험한 일이었죠. 예멘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우리도 그랬습니다. 전투기들은 하늘 위로 날아다니다가 폭탄을 떨어뜨리고 갔고, 나중에 또 돌아왔습니다. 공중에 몇 시간이고 머물며 사람들을 긴장시킬 때도 있었죠. 사람들은 그저 전투기가 얼른 그 무시무시한 화물을 떨어뜨리고 가버리길 바랐습니다. 그래야 다시 일상 생활을 이어갈 테니까요.

공습 전에는 휘파람 소리 같은 소음이 들립니다.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신속하게 움직이며 대피소를 찾습니다. 저도 침대 밑으로 들어가 웅크리고 있으면서, 폭발 때문에 창문이 다 부서져 버리면 어쩌나 하고 벌벌 떨던 때가 몇 번 있었습니다. 집이 통째로 흔들렸죠. 예멘에서는 주기적으로 폭탄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살아갑니다.

어느 날, 사나에 있는 모자 병원 앞의 한 합숙소가 사우디 주도 동맹국의 공격으로 큰 폭격을 맞았습니다. 병원 직원들이 환자들을 대피시키는 사이, 아동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공습 때문이 아니라 산소가 부족했기 때문이죠. 현재 벌어지는 전쟁의 주된 피해는 교전 자체와는 직접 관계가 없습니다. 사망 사고 대부분이 보건 체계의 붕괴로 인한 것이거든요. 그때 목숨을 잃은 아동 2명도 그런 경우였습니다.

사나에 이어 찾아간 도시 타이즈에서는 저격수들이 주된 위협이었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그들은 항상 있습니다. 교전선을 넘어갈 때면 항상 그들을 주의하게 되죠. 그때는 극도로 예민해져서 총소리에 매우 민감해집니다. 그것이 AK47인지 저격수의 총인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요. 이런 환경에서는 금세 터득하게 되는 것들입니다. 또 그래야만 하고요. 사느냐 죽느냐를 가르는 문제일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때로는 아무리 애를 쓰고 조심한다고 해도 교전 한가운데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날, 저는 타이즈 곳곳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병원들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그러려면 반드시 교전선들을 지나야 했습니다. 사람이 없는 땅에 진입했을 때, 머리에 총을 맞은 전투원 2명을 목격했죠. 그러고 나서 둘러보니 어느새 우리가 교차 사격 사이에 끼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차에서 나와 피해 있을 만한 곳을 찾아 봤습니다.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와 우리가 있던 곳 몇 미터 앞에 떨어졌습니다. 가까스로 우리는 물탱크 뒤에 웅크리고 숨었습니다. 예멘 사람이었던 한 동료는 겨우겨우 물탱크와 벽돌 벽 사이로 몸을 끼어 넣었습니다.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아드레날린이 분출하면 그렇게 상상도 못한 일도 가능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20분 후, 고맙게도 한 집에서 우리를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습니다. 그 댁의 아버지는 맨발이었고, 예멘 전통 스커트와 하얀 탱크 톱만을 걸친 채, 가족을 지키고자 손에는 칼라슈니코프 소총을 들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지쳐 보였습니다. 지난 며칠간 전혀 잠을 못 잤기 때문입니다. 격렬한 교전이 이어지면서 거리에서는 총 맞은 전투원들이 고통 속에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예멘 사람들에게 심리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더 명확해졌습니다.

총격은 거의 2시간 동안 계속됐습니다. 우리 목숨을 살려준 그 예멘 가족의 따뜻한 환대는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예멘 사람들은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멘을 돌아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이 무차별적인 전쟁 속에서도 살아가는 데 적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료·물 위기로 모두들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기름을 넣으려고 길게 늘어선 차들을 매일 볼 수 있는데, 어느 때는 한 번에 며칠씩 기다리기도 합니다. 물을 구하려고 우물까지 걸어가는 사람들도 볼 수 있습니다. 천연가스로 작동되도록 고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죠. 심지어 사나 한가운데서 말, 당나귀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예멘 사람들이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창조력을 발휘해야 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저를 놀라게 하는 것은,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삶이 이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시장은 언제나 붐비고, 아이스크림 장수들은 중무장한 전투원들 사이에서도 종을 울립니다. 창틀에는 수리된 창문들이 하나둘 보이고, 검문소 바로 옆에서도 닭을 팝니다. 하루하루의 일들이 그렇게 이어지고 있어요. 우리 병원 한 곳에서 일하는 예멘인 의사에게, 교전선 건널 때 문제가 없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물론 있죠. 그런데요, 그렇다고 전쟁 때문에 삶을 멈출 수는 없잖아요.”

저는 많은 예멘 사람들을 만나 함께 일했습니다. 모두들 친절했고 열린 태도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들의 사생활도 알 수 있었죠. 제가 만난 모든 사람들은 친척이든 친구든 이번 전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습니다. 예멘 사람들이 받은 상처는 아직 아물지 못했고, 아마 다 치유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아무쪼록 그 모든 상처가 속히 아물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타이즈 활동

2015년 5월 이후, 국경없는의사회는 알 줌호리 병원, 알 타우라 병원, 알 라우다 병원, 알 콰이다 병원, 군 병원 등에 긴급 의약품 및 수술 장비를 지원해 왔다. 이 병원들은 고조되는 폭력사태 속에 부상을 입은 수많은 환자들을 받고 있다. 알 라우다 병원은 5월 15일 이후로 지금까지 부상 환자 5307명을 받았고, 국경없는의사회는 한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환자들을 이송할 수 있도록 구급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구비한 구급차는 2대지만, 향후 필요에 따라 그 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

당국 관계자들과 협상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예멘 남부 포위 도시 타이즈에 있는 병원 2곳에 의료 물자를 전달하는 일은 아직도 막혀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트럭들은 벌써 여러 차례 후티 검문소에서 저지를 당해, 해당 지역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이 포위 지역에 있는 병원들은 지금도 전쟁으로 부상을 입은 수많은 환자들을 보고 있다.

2015년 11월, 국경없는의사회는 병상 100개 규모의 모자 병원을 열어 산부인과 및 소아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5세 미만 아동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