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술 탈환을 위한 군사 작전이 시작되면서, 큰 정신적 충격 속에 지내 온 사람들은 시내와 인근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2년간 소위 이슬람국가(IS)의 시내·마을 점령, 공습, IS에 맞서는 이라크 군 등을 겪었던 사람들은, 목숨을 지키고자 살던 곳에서 탈출해 피난민 캠프로 왔습니다. 황급히 탈출해야 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아무것도 챙겨 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 곳은 피난민 캠프입니다.”
아르빌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매니저 빌랄 부다이르(Bilal Budair)
국경없는의사회 상담사가 캠프에서 지내고 있는 가족을 만나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과 의사를 만나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Brigitte Breuillac/MSF
현재 약 3만 명이 모술 동쪽 35km 지점인 하산샴(Hassansham)·카제르(Khazer) 내 여러 캠프에서 지내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팀은 하루 평균 45명의 환자들을 만난다.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지역사회 담당자 등으로 구성된 팀들은, 2013년 당시 이라크 북부에서 시리아 난민들을 지원한 바 있다. 이후 2014년에는 IS가 모술 지역을 통제할 당시, 그곳을 탈출한 이라크 피난민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후 니네와 주의 피난민 수가 늘어난데다 10월 중반에는 모술 탈환을 위한 전투가 벌어져, 올해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전보다 훨씬 심한 장애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11월 이후, 국경없는의사회의 상담 서비스를 받고 있는 환자들은 훨씬 더 큰 피해를 입은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에서 벌어진 공개 처형을 목격했다는 사람들도 많았고, 살인 피해자들의 시신이 며칠 동안이나 강둑에 버려져 있는 것을 봤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돌팔매 처형, 참수형, 고문, 태형으로 인한 사망 등, 극심한 폭력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깊은 정신적 충격에 휩싸였다.
환자들의 이야기에 충격에 빠진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과 의사들은 그 이야기를 쉽게 믿기 어려울 정도다. 이를테면 아이가 욕설을 했다고 그 부모에게 아이를 죽이게 했다든지 하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한편, 정신과 의사들은 이때까지 한 번도 정신과 상담을 받아 볼 생각을 해 보지 못했다는 환자들도 만나고 있다.
한편, 최근 몇 개월간 피난민들에게 고통을 안기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인근 마을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사람들이 직접 목격한 것이다. 친구·친척이 죽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도 있다. 열 살배기 아들과 함께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팀을 찾아온 한 여성의 경우도 그랬다. 친구 집에 박격포가 떨어져 친구의 어린 딸이 목숨을 잃은 것을 본 것이다. 그 여성과 함께 그녀의 아들도 시신을 봤는데, 사실 두 아이는 친구였다. 이 피난민들은 모술과 인근 마을을 탈출해 안전한 곳을 찾아 캠프로 들어왔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공포를 느끼고 있고, 또 다시 IS의 폭력에 노출될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하산샴·카제르 내 여러 캠프에서 정신건강 지원을 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심각한 우울, 불안, 급성 스트레스 반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상담을 제공한다. 또한 탈출 전부터 이미 간질병·정신병 등의 만성 질환을 앓아 치료를 재개해야 할 환자들도 만나고 있다. 한편, 캠프에서 1차 의료와 심리적 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 단체들은 수면 장애, 급성 장애로 일상 생활이 어려운 환자들을 국경없는의사회 팀에게 의뢰하고 있다.
빌랄 부다이르 매니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경미한 장애, 심각한 장애 등을 겪는 모든 환자를 치료합니다. 사실, 심각한 장애를 다루면서 정신과 지원을 하는 단체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유일합니다. 우리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찾아내 지원하고자 최대한 사람들 가까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돕고자 우리는 이곳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카제르 1캠프에서 머물고 있는 한 50대 남성은 모술에서 운영하던 가게들이 다 파괴되었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도저히 천막에 들어갈 수가 없더라고요. 저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람들이 와서 저와 우리 식구들을 죽여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여기는 감옥 같아요. 우리 집을 짓는 데 20년이나 걸렸는데, 그 모든 게 사라져 버렸어요. 제게 남은 거라곤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돈 1디나르조차 제 주머니에 없으니까요.”라고 말했다.
대개 피난민들은 몇 주 지나면 캠프 생활에 익숙해지지만, 그렇지 못해 오랫동안 장애를 겪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자신의 삶이 다했으니 이제 그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신속하게 그들에게 다가가 심리학자 혹은 정신과 의사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