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희생자는 타 지역에서 새롭게 일어나는 전투를 피해 떠나 온 민간인들
가톨릭 시설 안에 있는 두 우물 중 하나. 다른 도시의 전투를 피해 떠나 온 사람들을 포함해 알린디오에 머물고 있는 약 1만5천 명의 피난민들을 위한 구호 지원은 점점 더뎌지고 있다. ⓒLali Cambra/MSF
2017년 6월 8일
“다음은 밤바리인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두 번째 도시이자 상업 중심지인 이 지역 주민이라면 저마다 입에 올리는 말이다. 밤바리 주민들은 5월 초부터 방가수·브리아 등 다른 도시들을 집어삼킨 폭력이 2013-2014년 전쟁의 유혈 사태를 재현하며 곧 밤바리까지 미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밤바리 시는 와카 강을 기준으로 주로 기독교인이 사는 쪽과 주로 이슬람교인이 사는 쪽으로 나뉜다. 최근 몇 달간 밤바리는 수많은 부족·종교 집단들이 대체로 평화로운 상태에서 함께 지내는 가운데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해 왔다.
최근까지 이 도시는 다른 지역의 폭력을 피해 떠나 온 사람들에게 안전한 장소였다. 현재 밤바리 주민의 50%는 중아공 다른 지역에서 살던 집을 떠나 온 피난민이다. 전체 피난민 5만5869명 중 1만300명이 3월 이후로 밤바리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대부분 밤바리를 둘러싼 피난민 캠프 9곳에 지내고 있다. 이곳들은 수돗물, 전기,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가 없는 임시 거처들인데, 이러한 여건 속에서는 병이 퍼지기도 하고 전염병이 생길 위험도 높아진다.
피난민들은 밤바리 주민들은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을 받는 밤바리 내 병원에서 의료 지원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국경없는의사회는 기독교인이 사는 곳과 이슬람교인이 사는 곳에 위치한 보건소 2곳도 지원하고 있다.
이레네의 일곱 살 난 딸은 옆구리, 가슴 가까이에 총상을 입었다. 달아나던 중 입은 부상이다. ⓒLali Cambra/MSF
밤바리의 차분한 분위기는 최근 벌어진 여러 사건들 속에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5월 8일, 밤바리에서 120km 떨어진 알린다오에서 학살이 벌어져 133명이 살해당했고, 마을 전체가 남김없이 다 타 버렸다. 이 일을 계기로 알린다오에서 폭력 사태가 다시 벌어져, 지역 주민들은 밤바리로 피신하게 되었다.
5월, 밤바리에서 활동하던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폭력으로 인해 부상을 입은 환자 22명을 치료했다. 4월에 단 8명을 치료한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루는 수치다. 알린다오에서 부상을 입고 국경없는의사회의 치료를 받은 사람들 중에는 아동들도 있었는데, 세 살배기 한 아동은 머리에 총상을 입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자문 니콜 하트(Nicole Hart)는 이렇게 말했다.
“그 아이는 총상으로 아랫입술을 대부분 잃어버렸고 심각한 감염도 걸렸습니다.”
알린다오 환자 대부분은 총상으로 부상을 입었지만, 몇몇 사람들은 흉기 부상과 화상을 입기도 했다. 알린다오 출신 환자 안가(Anga)는 병원 침대에 누워 공격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히 들려주었다.
“총에 맞지 않으려고 바닥에 누워 있었는데, 한 남자가 다가와서 제 머리를 들고 제 목에 칼을 댔어요. 이제 죽는구나 생각했는데, 다행히 목의 일부분은 다치지 않아서 계속 숨을 쉴 수가 있었어요.”
안가는 현지 서서히 몸을 회복해 가고 있다.
알린디오 출신 환자 안가(Anga)는 목이 깊이 잘리는 부상을 입고 밤바리 병원에 이송되어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의 치료를 받고 있다 ⓒCarmen Rosa / Médecins Sans Frontières
피난민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아픈 환자들의 수가 늘어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마을 파견진료 간호사 안드레아 블라스(Andrea Blas)는 이렇게 말했다.
“이슬람교인들이 사는 지역의 보건소는 피난 온 풀라니(Fulani) 사람들 (이슬람교도 집단) 거주지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요. 현재 매일 아침 120회의 진료를 제공하고 있죠. 영양실조, 설사, 말라리아 환자들이 상당수 늘어난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이슬람교인들이 살고 있는 쪽의 엘레바게 보건소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이 중증 급성 영양실조라고 확인한 신규 환자의 수는 1월에 3명이었던 것이 5월에는 17명으로 늘어났다. 한편, 중등도 영양실조 환자는 1월에 36명이었던 데 반해 5월에는 126명까지 치솟았다.
현재 밤바리는 평화롭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세드릭 차폰(Cédric Chapon)은 이렇게 말했다.
“알린다오 사태 이후로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은 걱정에 휩싸여 있습니다. 치안 불안으로 밤바리를 제외한 대도시 대부분은 이미 피해를 입었습니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