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가자지구: 위생시설 없는 열악한 환경 속 실향민들

2024.08.30

가자지구 전쟁이 10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190만 명 이상의 실향민이 발생했다. 이스라엘군의 대피령이 내려지면 수 분 내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가운데, 주민 상당수는 이제 실향을 여러 차례 겪었다. 칸 유니스(Khan Younis) 알 마와시(Al Mawasi)에서는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농업개발연합(Palestinian Agricultural Development Association, PARC로 알려진 前팔레스타인농업구제위원회)이  칸 유니스에 도착하는 일부 실향민들에게 비상용 화장실과 태양열 양수기, 수처리 시설, 텐트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농업개발연합이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을 받아 칸 유니스 알 마와시에 설치한 화장실. 2024년 8월. ©Nour Daher

이스라엘군의 대피령은 주민들을 계속해서 과밀해지는 데이르 알 발라(Deir al Balah) 및 칸 유니스 해안 지역가 점점 더 좁은 공간으로 몰아넣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알 마와시 내 생활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 조정국(UN-OCHA)에 따르면 7월 22-26일 사이에만 무려 190,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칸 유니스와 데이르 알 발라로 피란한 것으로 추산된다.
가자지구 남부의 칸 유니스 알 마와시 지역으로 대피한 실향민들은 먼지로 뒤덮인 텐트에서 여러 가족과 함께 비좁게 살아가고 있으며, 식량과 물, 위생시설 및 의료서비스 등 필수 서비스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물을 구하거나 심지어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고, 주기적으로 샤워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생활 환경이 극도로 열악합니다. 우리는 진료소에서 매일 300-400명의 환자를 보고 있는데, 그중 200명은 피부질환 환자들이에요. 아이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데, 특히 전염성이 강한 피부질환에 취약합니다.”_닥터 유세프 살라프 알파라(Dr. Youssef Salaf Al-Farra) / PARC 소아과 의사

가자지구 칸 유니스 알 마와시 소재 진료소에서 근무하는 PARC소아과 의사 닥터 유세프 살라프 알파라. 2024년 8월. ©Nour Daher

7월 1일에서 8월 21일 사이에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대피령을 최소 16차례 내렸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 조정국에 따르면 8월 초부터 8월 16일까지 약 213,000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에 영향을 받았으며,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 전체 면적의 86%가 대피령 대상 지역이 됐다.

이스라엘군의 대피령이 수개월 동안 끊임없이 이어진 가운데, 주민들은 소지품도 없이 남겨졌다. 주민의 상당수는 소지품을 담은 비닐봉지나 비누 한 개도 없이 칸 유니스로 떠나야 했다.
주민들은 거의 예고도 받지 못해 긴박하게 이동하게 되는데, 이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여성, 아동, 고령자에게는 특히 어려울 수 있다.
피부질환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PARC는 데이르 알 발라 소재 캠프에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포함해 300개 이상의 화장실과 태양열 양수기 3개를 설치하고, 실향민들에게 1차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깨끗한 식수가 없어서 질병이 퍼지고 있어요. 아이들은 얼굴이랑 몸에 가려움을 느끼죠. [피부]질환이 확산하면서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아이들이 영향을 받았어요. 사람들이 모두 빽빽하게 모여 살고 있어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어요.”_라샤 미스베(Rasha Misbeh) / 자녀를 둔 24세 여성 실향민

가자지구 칸 유니스 알 마와시에 실향민들의 텐트가 모여있다. 2024년 8월. ©Nour Daher

지난 3개월 동안 국경없는의사회는 칸 유니스에 머무는 실향민들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4,000개의 위생 키트를 들여오려고 노력해 왔다. 해당 키트는 비누, 칫솔, 샴푸, 빨래 세제 등 기본적인 일상용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용품들은 가자지구 내에서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구매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다. 지난 3개월 동안 이스라엘 당국은 해당 키트의 반입을 차단해 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인력·물자가 방해받지 않고 안전하게 가자지구와 지원이 가장 절실한 지역에 공급될 수 있는 접근성과 더불어 즉각적 휴전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