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에 반입되는 인도적 구호물자가 지난 몇 달 만에 최저 수준에 도달함에 따라 환자 치료 접근성이 심각하게 저해되고 있다. 한편, 겨울이 시작되면서 식량 및 물, 피난 물품 부족으로 인한 질환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시설에서는 환자들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을 정도로 필수 물자가 부족해졌습니다. 이스라엘 당국이 구호물자 반입을 제한하고 방해하고 있어 국경없는의사회의 치료 제공 역량이 계속해서 저해되고 있습니다. 한편, 가자지구 내 구호물자 트럭을 상대로 한 약탈 때문에 이스라엘 당국이 반입을 허용한 소량의 구호물자도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결국 이로 인해 고통받는 것은 환자들입니다.”_캐롤라인 세구인(Caroline Seguin) / 국경없는의사회 가자지구 긴급구호 코디네이터
국제연합(UN)에 따르면 2024년 10월에는 분쟁이 시작된 이래 가자지구에 반입되는 인도적 구호물자가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11월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자지구에 진입하는 트럭 수는 2024년 7월 이후 4배 감소해 현재는 매일 40대의 구호 트럭만이 들어오고 있다. 2023년 10월 7일 이전에는 매일 500대의 트럭이 진입했었다.
의약품 및 기본 붕대 부족
국경없는의사회가 필수 치료를 제공하고 있는 시설도 이러한 물자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환자들이 심각한 감염에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칸 유니스(Khan Younis) 소재 나세르(Nasser) 병원 화상 병동에는 거즈나 붕대처럼 상처 치료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품조차 고갈되고 있습니다. 결국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드레싱 교체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적절한 치료가 절실히 필요한 환자들의 감염 위험이 높아지고 있습니다.”_캐롤라인 세구인
국경없는의사회가 외래 및 소아 입원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 발라(Deir al Balah)에 설치한 야전병원에서도 아동을 위한 항생제와 진통제가 고갈되고 있다. 이러한 물자 부족 문제는 하기도 감염과 같은 질환 치료와 아동 환자들의 적절한 통증 관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흔히 발생하지만 치료 없이는 치명적일 수 있는 고혈압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도 부족해 많은 환자들이 치료받지 못하고 뇌졸중(CVA)과 같은 급성 합병증에 걸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가자지구 남부 소재 나세르 병원에서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진료 및 적절한 항생제 투여에 꼭 필요한 임상 세균학 진단검사실을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해당 시설 운영에 필요한 콜드 체인 장비가 검문소에서 이스라엘 경찰에 의해 끊임없이 열리고 손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과 의료장비 외에도 가자지구 전역에서 식량 공급이 심각하게 부족해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입원 환자들에게 충분한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일부 빵집은 이미 문을 닫았으며, 남아있는 빵집들은 밀가루 및 연료 부족으로 인해 운영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양실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가자시(Gaza City)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와 야전병원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영양실조 검사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아직도 이스라엘 당국으로부터 담수화 설비 및 발전기 반입 허가를 받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식수위생 서비스 제공을 확대하는 것 또한 어려워지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사람들이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식수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담수화 설비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물 트럭으로 국경없는의사회도 이를 활용하고 있지만, 이스라엘 당국이 연료 공급 또한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서 연료비 때문에 운영 비용이 매우 비쌉니다. 지난주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이러한 문제 때문에 트럭으로 물을 운반하는 활동을 절반으로 줄여야 했습니다.”_캐롤라인 세구인
필수적인 구호물자의 대규모 및 안정적 조달
가자지구의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한 데는 지난 1년 동안 이스라엘이 구호물자를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파괴한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이는 여전히 필수 물자 조달을 방해하는 주요 장벽으로 남아있다. 이러한 제한으로 인해 절박하고 불안정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약탈과 범죄가 증가해 구호 활동이 더욱 저해되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국경없는의사회 구호품을 실은 트럭을 포함해 여러 대의 트럭이 공격과 약탈을 당했다. 한편, 반입 허가를 받은 물자는 여전히 국경에 발이 묶인 채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전까지 대기 중이다.
위생 키트, 텐트 설치를 위한 플라스틱 시트, 생명을 살리는 약과 같은 구명 의약품 및 물품을 조달하는 것이 이스라엘 당국에 의해 지연 또는 거부되거나, 약탈로 인해 이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매 순간마다 우리 환자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_캐롤라인 세구인
가자지구 주민들은 수개월 동안 밀가루와 비누, 달걀 등 기본적인 물품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에서도 생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겨울과 추위, 기아, 폭우, 홍수로 인해 의료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주민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인도주의 구호 단체들은 턱없이 부족한 구호물품 조달이 이미 심각한 가자지구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수개월째 경고해 왔습니다. 우리는 이제 한계점에 도달했습니다. 가자지구 주민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시작하려면 대량의 구호물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은 다가오는 겨울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또한 더 많은 죽음과 고통, 사회적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가자지구 전역에서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이 필요합니다.”_캐롤라인 세구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