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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시리아: 우리는 분노와 슬픔을 기억합니다

2012.10.09

호주 출신 수술실 담당 간호사 루스 프리스틀리(Ruth Priestley)는 최근 9주 동안 시리아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했다. 오늘 프리스틀리는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환자들과 시리아에서 활동을 하는 동안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 말한다.

어떤 종류의 부상을 치료했습니까?

우리가 치료하는 환자들은 총상이나 폭탄 폭발 관련 부상과 같은 전쟁 부상자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정형외과 치료와 개복술을 많이 했고 상당한 수술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주요 장기 손상을 발견했습니다.  장에 구멍이 13개 이상 생긴 환자도 있었으며 방광손상을 입거나 비장이 둘로 찢긴 환자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수술한 환자 한 명은 폭탄 폭발과 파편, 총상으로 인해 신체에 부상을 20여 군데나 입었습니다. 환자의 발에서 시작해서 다리와 몸통까지 올라갔으며 오른쪽 콧구멍과 왼쪽 이마에서 수술을 마쳤죠. 그렇지만 큰 내장 부상 없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양 손에 상당한 부상을 입었지만 팔 절단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에 안심했으며 또한 이 환자가 운이 좋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큰 영향을 미친 다른 환자는 없었습니까?

우리가 처음 했던 29건의 수술 중 9건은 모두 젊은이 한 명이 받았는데 그는 부상으로 인해 후사반부절단을 해야 했습니다. 이 환자는 수술 때문에 정기적으로 병원에 찾아왔으며 마침내 부상부위를 봉합하고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목발을 짚고 동생과 함께 병원에 오곤 했는데 둘 다 치료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어 기쁜 마음에 만면에 큰 미소를 띠고 왔었습니다. 그가 회복을 하고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보게 되어 정말 기뻤습니다. 시간이 상당히 흐른 후, 이 젊은이가 알레포(Aleppo)에서 터진 폭탄으로 사망했다는 슬픈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망연자실했습니다.

마을 근처 시장에서 폭발이 일어난 후 아동 환자 7명을 한꺼번에 받았던 날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한 명은 9살 난 소녀로 내장이 적출되고 양 다리 모두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 어린 아이는 장 수술을 받고 양 다리를 절단해야 했습니다. 이 소녀의 작은 몸이 모든 마취를 견디는 정도에 맞춰서 상처 드레싱과 상처 봉합 날짜를 잡아야 했습니다.  그 폭발 사고로 이 소녀의 형제 2명과 사촌 4명이 사망했습니다.

감정적인 면에서 대처하기가 힘들었습니까?

이렇게 끔찍한 부상과 마주할 때 대처하기 힘들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분야의 의료진들처럼 우리는 부상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아니라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또한 나는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내 입장의 차이에 대해서 항상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삶에 미친 영향을 보면 화가 나고 아주 슬퍼집니다. 시장에서 폭발이 일어났을 때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었고 그래서 화가 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하루 종일 전쟁 속 삶의 현실과 그로 인한 피해를 목도합니다.  희생자들은 부상을 입거나 평생 불구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 곳에서 활동하는 동안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처음 시리아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아주 바빴습니다. 밤낮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일했고 새벽 3시인지 낮 3시인지 구분할 수 도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안내판에 날짜와 시간을 기록했는데 단지 내 자신을 다스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도착하고 나서 3주 반이 지난 후, 마치 세탁기안에서 계속 돌다가 마침내 겨우 숨을 돌릴 틈이 생긴 기분이었지요.

그렇게 처음 몇 주가 지난 후에는 조금 잠잠해졌습니다.

사람들이 분쟁 지역을 떠나면서 우리가 근거지로 삼았던 마을의 인구가 늘어났다는 변화도 있었습니다. 거의 모든 집에는 여러 가족들이 살고 있으며 학교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 사람들도 많았어요. 난민으로 떠날 허가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국경 근처 올리브 나무 아래에서 지내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변화로 인해서 만성 질병과 설사와 같은 일반 기본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들도 받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환자들의 요구 사항을 모니터링하고 이에 맞추어 진료를 했습니다.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동안 우리는 지속적으로 구명 응급 수술을 요하는 심각한 전쟁 부상자들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현지 야전 병원이 설립된 후에는 일부 환자들이 양질의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상처 드레싱과 일반 진료만 제공했습니다.

환자들은 어디서 왔습니까?

멀리서 온 환자들도 있었는데 알레포나 다른 마을에서 5시간이나 걸려서 온 환자도 있었습니다. 부상과 치료 사이에 걸린 시간이 길수록 환자들의 치료 결과에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안전에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었습니까?

중증 환자와 함께 대피할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대피하기 전에 끝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외과의사는 특정 시술을 얼마나 빨리 할 수 있는지 가늠해야 했습니다. 아주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6월부터  시리아 내부에서  분쟁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외과 치료 활동을 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시리아 의료 구호 단체연합(Union of Syrian Medical Relief Organizations)과 협력하여 지난 6월 중순 시리아에 외과 외상 병원을 설립했다. 9월 말까지 1,100명 이상의 환자가 치료받았으며 260건 이상의 외과 수술이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