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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 속에서도 의료지원을 보장하는 일

2013.05.22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피터 마우러(Peter Maurer) 위원장
국경없는의사회 우니 카루나카라(Unni Karunakara) 국제회장 공동 기고문

환자를 위협하는 병원 내 무장한 사람들, 적을 찾고 검거하기 위해 사용되는 보건 시설, 그리고 버려진 진료소와 파괴된 병원. 수용능력을 넘어선 응급 지원과 그 곳에서 환자에게 치료를 제공해 주었다는 이유로 보복에 떨어야 하는 의료진, 부상자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거나 검문소에서 몇 시간씩 지연되는 구급차, 그리고 특정 집단에게 필요한 의료 지원을 허락하지 않는 견고한 적대감과 분열.

국제적십자위원회와 국경없는의사회는 고의로 의료 활동을 제한하고 부상자와 환자에게 보건 서비스를 허락하지 않고자 하는 그 어떠한 행위도 강력히 규탄한다. 환자는 적이 될 수 없다. 환자와 부상자는 전투원이 아니다. 모든 보건 인력은 의료 윤리에 따라 모든 환자를 돌보고 의료 활동이 방해받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오로지 의료적 근거에 의한 치료 제공을 최우선시하며 공정하게 행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들이 활동하는 구급차 및 이동 진료소, 보건 구역, 병원이 안전하고 중립적인 공간으로 보장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시리아로부터 콩고민주공화국, 그리고 바레인으로부터 말리, 수단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공정성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가는 수천 명의 민간에게 돌아가 의료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월 이래, 나이지리아와 파키스탄에서 고질적인 소아마비에 대한 예방접종 캠페인을 실시하던 중 29명이 살해당했다. 보건 시설과 보건 직원에 대한 많은 다른 폭력 사태의 경우에서도 그러하듯이, 희생자들의 죽음이라는 비극과 그 가족들의 고통은 이러한 공격의 가장 직접적인 결과물이다. 폭력 사태가 없었더라면 접종을 받았을 수천 명의 아이들이 소아마비와 마비의 위험에 처한 채로 남겨지게 되었다. 보건 단체들은 활동을 재검토해야 했고, 의료 활동에 치안 문제라는  어려움이 더해지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의 전반적 규모는 우려스러울 정도이다. 부상자와 환자의 보건 서비스에 대한 권리를 어떤 방식으로든 박탈하는 사건은 대부분 보고되지 않는다. 보건 인력, 정부, 국제기구의 눈을 피해 자행된 그 수는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으나 분명 많은 사람들이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지속적으로 질병 혹은 부상의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와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이러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위협의 규모와 결과를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현장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와 사람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누구든, 어디에 있든 필요로 하는 의료 지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단, 예방, 치료뿐 아니라 관리, 행정, 수송 부문에 해당하는 보건 인력의 업무 수행과 행동이 매우 중요하다. 민감하고 불안한 상황에서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지역사회, 정치 집단, 무장 세력으로부터 활동을 용인받는 것이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이를 위해서 의료 윤리 및 공정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잔혹한 폭력 상황에도 불구하고 의료 시설의 안전과 보건 서비스가 보장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가 단지 예외 사항이 되지 않도록 하고, 모든 당사자들 사이에서 의료 서비스 보호에 대한 책임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일치된 전 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적십자•적신월사(Red Cross and Red Crescent) 혹은 국경없는의사회 로고와 같이 의료 서비스를 의미하는 상징물은 반드시 의료 행위에 대한 존중과 보호를 받아야 한다. 이들이 부당하게 이용되거나 무시되는 경우 그 어떠한 보호책도 환자와 보건 인력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어려움은 그러한 행위를 처음부터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 의료 지원 제공을 공격 목표로 삼거나, 방해하거나 혹은 남용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주요 책임은 국가 및 분쟁의 모든 당사자에게 있다. 보건 인력은 의료적 임무 수행에 있어 지원을 제공받아야 하며, 국가는 의료 활동 보호를 위해 국가 법률을 통한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하고 이러한 조치들이 이행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환자와 부상자에 대한 보호는 제네바 협정(Geneva Conventions)의 핵심이지만, 보건 시설 및 보건 인력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은 오늘날 심각한, 그러나 도외시된 인도주의적 문제들 중 하나에 해당한다. 의료 활동은 전투원이든 비전투원이든 모든 이에게 혜택을 주고, 이를 필요로 하는 누구나 무조건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