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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시리아에서 응급 분만 처치를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2013.10.22

조산사인 마지(Margie)는 최근 7주 동안 시리아 북부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활동했다. 이 병원에는 전쟁 부상자와 중증 화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수술실과 응급실, 그리고 마지가 활동했던 산부인과 병동이 있다.

열악한 산모 지원 환경

이 지역에서 여성에게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은 찾아볼 수 없고, 특히 고위험군 산모에 대한 응급 분만 치료는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지역 내에 정상 분만을 도와줄 수 있는 조산사들은 아직 일부 남아있지만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도움을 청할 만한 시설이 없어 문제가 됩니다.

분쟁으로 인해 많은 보건시설은 파괴되었고 남아있는 시설들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사설 병원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멀고 먼 이야기입니다. 전에는 산전 진료를 지원하는 조산사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은 임산부들이 산전 진료를 전혀 제공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쟁으로 여성들이 충분한 식량을 구하기도 어려워졌으며 피난민 신세가 된 이들도 많습니다. 이런 모든 상황이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임산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 지원이 부족한 산모들을 위해 산부인과 병동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산부인과 병동

국경없는의사회 산부인과 병동에서는 응급 분만을 비롯해 안전한 분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제왕절개가 필요한 환자는 수술팀에 의뢰합니다. 많은 여성이 여러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데 때로는 10명에서 11명에 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상당수가 과거에 제왕절개 분만을 했다는 점에서 분쟁 전까지만 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아기의 체중을 재는 조산사

산부인과 병동에서는 임신 기간 중 빈혈 등에 대한 예방 진료를 비롯한 산전 진료와 출산 직후의 진료 및 산후 후속 진료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분만 관련 진료만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리아에서 접하기 매우 어려운 부인과 진료 역시 제공하고 있습니다. 분쟁 때문에 이용가능한 진료 서비스 자체가 줄어든 데다가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여성 의료진이 없으면 아예 진료 자체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우리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 중 절반 정도가 인근 마을 출신입니다. 우리 산부인과 병동에 다녀갔던 사람들과 함께 오거나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산모들도 많습니다.

시리아 직원들과의 협력

저는 네 명의 시리아 조산사로 구성된 멋진 팀과 함께 활동할 수 있었는데, 우리는 매주 평균 12명의 출산을 도왔고, 50- 60명의 환자를 진료했습니다. 정상 분만은 동료들이 모두 전담할 수 있었지만, 위험군 산모의 경우 동료들을 도와 함께 필요한 치료를 제공했습니다. 현지 조산사들이 받은 교육 정도 및 경험 수준이 각각 달랐기 때문에 저는 이들을 교육하고 기술을 전수해주는 역할도 맡았습니다. 분쟁으로 인해 충분한 교육을 이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들은 추가 기술을 배울 기회를 얻게 된 것에 매우 고마워했습니다. 숙련된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가 고용한 조산사 중 한 명은 간호 교육은 이수했지만 산부인과 교육은 일부만 이수한 상태였습니다. 그녀는 마치 스폰지처럼 지식을 빨아들였습니다. 저에게 배운 모든 것을 연습하고 실천하려 애썼습니다. 헌신적인 모습이 너무나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잊지 못할 산모들

대부분의 산모는 정상 분만으로 출산했지만 힘들었던 사례들도 있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신생아를 안고 있는 조산사 마지 ©MSF

이미 네 아이를 건강하게 출산했던 여성이 산달이 거의 다 되어서 아기를 잃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진료했던 다른 많은 여성들처럼 그녀도 분쟁 때문에 고향을 떠나 학교에 마련된 임시 거처에서 가족들과 머물고 있었습니다. 우리를 찾아왔을 때 그녀는 심각한 고혈압 증세를 보이는 중증 임신 중독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태아의 성장 상태가 좋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꽤 오랫동안 임신 중독증을 앓았던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사실 우리는 산모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아기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녀야말로 임신 기간 동안 필요한 진료를 받지 못할 경우 어떤 비극적 결말이 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당장 산모의 생명이 위험했기 때문에 아기는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운 딜레마였습니다.

산전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또 다른 여성도 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출산 경험을 묻자 그녀는 7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옆 마을에서 발생한 폭격으로 최근 네 명의 아이를 잃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그녀가 무사히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도록 도울 수 있었습니다. 엄청난 시련 뒤에 갓 태어난 아이를 안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시리아 북부에서 6개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2012년 6월에서 2013년 8월까지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66,900회의 진료를 했고 3,400건의 외과수술을 했으며 1,420명의 출산을 도왔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또한 시리아 주변국으로 피난해있는 시리아 난민들에게도 20만 건 이상의 진료를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