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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 조앤 리우 박사가 UN 인도주의 업무조정국장 발레리 아모스에게 보낸 공개 서한(국문본)

2013.12.16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의 이동진료팀은 12월 5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인 방기(Bangui) 시를 휩쓴 폭력 사태 이후, 공항으로 피신한 4만여 명의 피난민을 대상으로 24시간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목요일(12일–현지시간) 발레리 아모스(Valérie Amos)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장(Under-Secretary-General for Humanitarian Affairs)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유엔 기구들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 심각성과 규모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적십자(CAR Red Cross)와 같은 기구들도 물과 위생 시설을 공급하기 시작했지만, 지원이 필요한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포토스토리] 방기공항의 절박한 상황

다음은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 조앤 리우 박사가 UN 인도주의 업무조정국장 발레리 아모스에게 보낸 공개 서한이다.

UN 인도주의 업무조정국 발레리 아모스(Valerie Amos) 국장님 귀하

2013년 12월 12일 제네바

친애하는 아모스 국장님께,

이 공개서한을 통해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지난 해 UN의 인도주의 운영체계의 용납할 수 없는 활동실적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자 합니다.

12월 5일 발생한 폭력 사태로 4만여 명이 방기시의 공항으로 피난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 방기에서 몇 킬로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역에서 반란군 최초의 공격이 멈추었던 2012년 12월, UN 직원들은 이미 방기 현장에서 철수한 상태였습니다. 반란이 시작된 지 6개월 후 UN은 결국 수도 밖으로 본부를 이동시켰고 이러한 조치는 막연한 안전상의 우려로 정당화되었습니다. 그 후 긴급구호 책임자들은 10월까지 현장 상황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긴급 상황이 증가하던 지난 3개월 동안, 그리고 최근 바로 며칠 전까지도 빈발하는 폭력사태 때문에 방기에서 생긴 문제에 대한 인도주의적 대응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UN 구호팀의 유일한 조처는 교전 관련 정보 수집과 긴급 대응에 대한 필요를 입증하는 소수의 평가서뿐입니다. 긴급대응이 절실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평가와 수많은 업무조정 회의는 주요 분쟁지역에 대한 그 어떤 구체적 조처로도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최근의 두 가지 사례는 현 상황을 극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방기 공항 인근에 임시 거주 중인 15,000명 이상의 피난민들에게 식량과 텐트와 비누를 공급해 달라고 UN 기구들에 수차례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보상고아(Bossangoa)에 있는 UN 구호 담당자들은 안전상의 이유로 FOMAC 단지 내의 활동에 제재를 가했고 같은 단지 내 피난민들에게조차 구호품을 제공하지 않아, 국경없는의사회가 다시 개입해야 했습니다. 보상고아의 교전 이후에도 UN이 수일간 제재조치를 지속하는 바람에 보상고아 주요 캠프에 모여 있는 30,000명 이상의 난민들은 그대로 방치되었습니다. 반면 국경없는의사회와 기아추방행동(ACF)팀은 도시 전체를 돌아다니며 긴급지원을 제공했습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2013년 9월 초 이후 노련한 구호활동가들의 추가 배치나 효과적인 긴급 대응 능력의 실행 같은 조처를 통해 보상고아 인근에 있는 피난민 수만 명이 처해 있는 극한의 생활 조건을 개선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수개월 동안 필요한 구호 규모 확대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이곳의 피난민들은 물과 위생 시설이 절박한데도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긴급 상황에서 절망에 빠진 민간인들은 최소 기준의 구호품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도주의 지도력의 결핍, 긴급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 부재, 그리고 구호 활동을 크게 개선해야 할 급박한 필요성에 대해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있는데도, UN의 의사진행 절차와 활동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없습니다. 지원책이라야 (100일 계획처럼) 인도주의적 긴급구호 프로그램에 대한 소모성 논의들뿐이며, 그나마 2014년 1월이나 되어야 시작될 예정입니다. 그 동안 폭력 사태로 상처 입고 지칠 대로 지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국민들은 예측 가능한 미래에 시행될 어떤 지원도 없이 방치될 것입니다. 계획을 온전히 실행하려면 수주일, 심지어 수개월이 걸릴 것입니다.

절망적인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양한 UN 기구들 사이에, 그리고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활동가들과 UN 직원들 사이에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보안 상황에 대한 심각한 인식의 격차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UN 기구 직원들은 극도로 위험기피적인 분석을 하는 근거에 대해서도 의견을 통일하려는 의사가 없어 보입니다. 가령, 군대용 헬멧과 방탄조끼 같은 보호 장비가 필요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이런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UN 직원들의 모습 등을 통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구호기구들이 당면한 위협을 잘못 이해하고, 그로 인해 극한의 어려움에 처한 민간인들을 돕는 데 제한이 생기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위험이 잔재할 가능성을 과소평가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국경없는의사회는 UN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현장 상황에 비해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안전상의 우려는 UN 기구들이 현재 긴급하게 필요한 지원을 확대하지 않는 주되 걸림돌이며, 현지에 필요한 지원을 미루는 데 지속적인 핑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결국 지원해야 할 지역과의 연계를 완전히 끊어버리는 UN 기구들의 행태는 UN 기구들과 협력기관들에 대한 신뢰와 정당성을 훼손하며 이들의 앞으로의 활동을 위험에 빠뜨릴 뿐 아니라, 중앙아프리카 전역에 대한 보호와 구호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입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지역민들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지체없이 인도주의적 개입을 확대해야 할 절박한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수도 방기 지역 외부로의 인력 이동을 주장하는 것과는 별도로, 국경없는의사회는 UN 인도주의 기구들의 형편없는 성과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지원이 절박한 민간인들의 권리를 위해 효과적이고 원칙에 입각한 인도주의적 조처를 조율하여 지원하고 현 위기에 대해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신속히 마련할 UN의 책임을 환기시키는 바입니다. 또한 UN 지도부는 UN 기구의 미진한 활동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여 미래를 위한 교훈을 얻기 위해 내부적이고 독립된 조사를 고려해야 합니다.

인도주의 긴급구호 대응은 위험이 따르지만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해 국제 단체 직원의 전략적 배치를 통한 구호 능력의 향상이 실행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해왔습니다. 수차례의 분쟁사태에도 불구하고 국경없는의사회는 결코 구호활동을 완전히 포기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폭력 사태에 가장 취약한 6개 지역에 새롭게 긴급 인력을 투입하여 구체적 대상 설정에 근거한 의료대응활동을 실시함으로써 구호활동을 확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이 지니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경없는의사회와 다른 유능한 비정부기구들 소수의 활동으로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의 모든 긴급 상황을 감당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많은 구호기구들이 의지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포괄적 단체인 UN 기구들은 이들을 위해 현장수준의 능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바입니다.

참조:
앤서니 레이크(Anthony Lake) 유니세프(UNICEF) 총재
어써린 커즌(Ertharin Cousin)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 
마거릿 챈(Margaret Chan)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레스(Antonio Guterres) 유엔난민기구(UNHCR) 고등판무관
케빈 케네디(Kevin Kennedy) 유엔안전국(UNDSS) 안전국장

국경없는의사회를 대표하여

국경없는의사회 국제회장
조앤 리우(Joanne Li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