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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중앙아프리카공화국 :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보상고아의 피난민들

2013.12.17

“몇 주 전 우리는 보상고아 외곽 5개 지역에서 진료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상황이 정말 절망적이었습니다. 지난 3월 발생한 쿠데타 이래로 현재까지 수풀에서 계속 생활해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마을이 불에 타고, 여성은 강간 당하고, 사람들이 살해 당하는 등, 정말 끔찍한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것을 모두 잃었습니다.”

 
▲보상고아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 (2013년 10월)


▲홍역 예방접종을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실향민들 (2013년 10월)

최근 발생한 폭력사태로 현재 보상고아(Bosangoa) 지역 및 인근의 오우함(Ouham) 현의 주민들이 수풀에 숨어서 생활하고 있다. 폭력사태가 발생한 지 며칠 되지 않은 12월 11일,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줄리안 도널드(Julian Donald)에게 해당 지역의 상황에 대해 질문해보았다.

Q: 지난 9월 폭력사태 발발 한 2주 후 활동으로 파견되었는데, 그때부터 보상고아의 상황은 어떻게 전개되었습니까?
지난 9월, 반(反)발라카(Balaka) 세력이 보상고아의 전(前)셀레카(Seleka) 군을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즉시 모두 철수하면서 잠시나마 도시 전체에 권력의 부재했고, 곧이어 약탈이 만연해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피해 주민 대다수인 약 3만 명이 가톨릭 교구로 모여들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는 즉각 화장실 설치에서부터 식수 및 위생 시설 지원, 하수 및 쓰레기 처리 시스템 등 이곳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 활동에 착수했습니다.

9월 공격 이후 보상고아 자체의 상황은 상당히 안정적인 편이었지만 주변 농촌 지역에서는 거의 매일같이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작은 마을들이 무수히 불에 타거나 약탈을 당했고 대부분의 경우 주민들이 덤불로 도망쳐 숨었습니다.

제가 추정하기로는 보상고아 60~80km 반경 내에만 실향민 12만 명이 덤불에 숨어 있으며, 다른 3만명이 가톨릭 교구에 세워진 캠프에 머물고 있습니다. 보상고아에 있는 다른 두 개의 캠프에도 추가로 5~7천 명이 있습니다.

Q: 덤불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의 상황은 지금 어떤가요?
몇 주 전 우리는 보상고아 외곽 5개 지역에서 진료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상황이 정말 절망적이었습니다. 지난 3월 발생한 쿠데타 이래로 현재까지 수풀에서 계속 생활해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마을이 불에 타고, 여성은 강간 당하고, 사람들이 살해 당하는 등, 정말 끔찍한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것을 모두 잃었습니다. 집이 불에 타지 않았다고 해도 이들이 집을 비우고 도망친 사이 대부분 약탈을 당했습니다. 이쪽저쪽 할 것 없이 무장단체들이 군인들을 먹이기 위해 가축을 죽이거나 훔쳐갑니다. 곡식 또는 가축을 잃은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게다가 건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농촌 지역의 식량안보 상황은 절망적입니다.

Q: 우려되는 질병은 무엇입니까?
가장 큰 문제가 말라리아입니다. 말라리아 검사를 해보면 거의 100% 양성 반응이 나올 정도입니다. 증세가 심각한 성인을 만나면 치료하기도 하지만 이동진료팀의 활동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5세 미만 아동입니다. 이들이 가장 취약하거든요.

비바람을 막아줄 지붕이나 모기장도 없이 수풀이나 습지에서 노숙하며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말라리아 감염률이 충격적일 정도로 높습니다. 깨끗하지 않은 물을 마셔서 생기는 설사병에 식량 부족 문제까지 겹치면서 특히 아이들을 비롯해, 사람들의 체중이 급격하게 줄고 있습니다. 몇몇 아이들은 극도로 말라서 급성 영양실조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다리며 팔 전체에 아물지 않은 상처들이 가득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토록 절망적인 상황은 거의 본적이 없습니다.

Q: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어떻게 찾습니까?
먼저 빈 마을로 간 다음, 사람을 만날 때까지 인근 수풀을 뒤집니다. 그러면 처음 만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찾아주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자녀를 둔 여성들에게 우리의 이동진료소에 대해 전해주기 때문에 우리는 이동진료소를 세워 서너 시간씩 머물면서 아이들을 돌봅니다. 하지만 모든 환자들을 진료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이동진료소까지 찾아올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이 되는 사람만 치료하고 있는 셈이니까요. 일주일 간격으로 동일한 장소를 다시 찾아감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원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이동진료소에서 어떤 치료를 해줄 수 있습니까?
우리는 기생충 감염, 말라리아, 영양실조를 치료합니다. 수적인 한계 때문에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정도입니다. 한 예로, 보상고아에서 동쪽으로 약 34km 떨어져 있는 보우보우(Boubou) 마을을 방문했는데, 5세 미만 아동 180명 중 169명이 말라리아 양성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 중 7명은 급성 중증 영양실조였고 20명은 중증 영양실조의 경계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영양실조 아동들에게 영양치료식을 나눠주고 나머지 아이들에게는 모두 말라리아 예방약과 기생충 예방약을 제공했습니다.

Q: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많습니까?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사망률 데이터를 얻기 어렵지만,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아동이나 노인들로 말라리아 또는 영양실조가 가장 큰 사망원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장 취약한 사람들부터 이러한 질병의 희생자가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Q: 덤불에 숨어있는 사람들과 보상고아 캠프에 있는 사람들의 건강상태를 비교해보면 어떻습니까?
영양상태 면에서는 보상고아에 있는 사람들의 상황이 낫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지역에는 세계식량기구(WFP)에서 식량이 배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라리아의 경우, 보상고아의 비좁은 캠프에 사는 사람들이나 수풀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 비슷한 말라리아 감염률을 보였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몇 주 전에 국경없는의사회에서는 캠프 내의 말라리아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 일련의 현장 검진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벌써 말라리아 때문에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수는 물론이고 보건소를 찾는 말라리아 환자의 수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12월 5일의 전투 때문에 이 활동도 중단되었습니다.

Q: 이러한 폭력사태가 보상고아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지난 12월 5일 심각한 총격전이 있은 이후,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은 ‘풀-가동’되었습니다. 전투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즉시 사상자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현지 직원들 중에도 이번 전투로 가족을 잃거나 재산을 잃은 사람들이 있어, 병원 지원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마을과 캠프 자체 내에서 모든 활동을 재개하기가 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 의료진 중에는 자신의 기존 업무 범위보다 훨씬 더 많은 역할을 해준 사람들도 있습니다. 12월 5일 밤, 무슬림 지역에 있는 보건소들의 경우, 갑자기 이 지역이 최전선이 되면서 수많은 부상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이 지역에서 그마나 조금이라도 의료 훈련을 받은 사람이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소 현지 직원들밖에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에게 드레싱 물품들을 제공해서 부상자를 치료하게 했습니다.

Q: 이번 폭력사태 부상자들의 의료 니즈는 어느 정도입니까?
한 마디로 설명하기 좀 어렵습니다. 12월 5일 발생한 최근 전투 이전에는 우리 병원 수술 환자의 70% 이상이 폭력사태 관련 환자였습니다. 폭력사태 이후 첫 주말인 6일, 7일에만 이 전투로 인한 부상자 40명을 치료했습니다. 우리의 소규모 의료진은 정말 엄청난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수술팀은 말 그대로 쉴 새 없이 일하면서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제가 이 병원에서 일하는 동안 병원을 찾은 환자 중 부상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우리는 나머지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치명적이고 위태로운 상태에 처한 환자들이 몇 명 있긴 합니다.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한 여성도 한 명 있었고요.

Q: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외에 보상고아 내외의 니즈에 부응하는 다른 지원은 없습니까?
보상고아에서의 인도주의적 대응은 현재까지 아주 적은 편입니다. 유엔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원조 단체들 중 이 지역 주민의 니즈에 맞춰 지원 규모를 확대하는 단체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는 때로 홀로 남겨진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주요 활동은 의료 지원이지만, 3만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더 심각한 질병에 시달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에게 식수, 화장실, 세면 설비 제공에서부터 쓰레기 처리까지 다른 활동에도 개입해야만 합니다.

이런 상황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법한 다른 모든 단체 중 기아추방행동(ACF)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현장에 없습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오랫동안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입니다. 현재 이 지역에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가 모든 활동을 다 감당하는 것은 말 그대로 불가능하며 더 많은 국제 인도주의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