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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 폭력사태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등 최소 12명 사망

2022.04.28

4월, 남수단 리어(Leer) 지역에서의 폭력 사태로 수천 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다. ©MSF/Anna Bylund

4일, 남수단 리어(Leer) 지역에서 불거진 폭력사태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등 12명이 넘는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지역은 지난 12월에도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한 명이 사망한 곳이다. 

희생자 피터 마토르 탭(Peter Mathor Tap)은 2007년부터 리어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으로 활동했다. 처음에는 남수단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의 부서장으로, 최근에는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역사회기반 의료시설 한 곳에서 요양보호사로 활동했다. 4월 10일 발생한 폭력 사태로 자택에서 총격을 당했고, 결국 사망했다. 소아마비로 장애를 안고 살아가던 피터는 지팡이에 의존해야만 걸을 수 있어 무장 남성이 침입했을 때 도망칠 수 없었다. 

수천 명의 피난민이 폭력을 피해 리어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다. ©MSF

“동료가 사망한 이번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며, 저희 모두 심히 비통해하고 있습니다. 피터의 유가족과 친지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합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무장단체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무고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이번 사건을 강력하게 규탄합니다. 사상자 중에는 아동, 고령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도 있었습니다.”_페데리카 프랑코(Federica Franco) / 국경없는의사회 남수단 현장책임자 

최근 발생한 무력충돌로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 총상 환자가 30명이나 찾아왔다. 총상 환자 외에도 성폭력 생존자 등 다양한 외상 환자가 찾아왔다. 리어 지역에서는 치안 불안으로 기존에 활동하던 인도적 지원 단체가 철수하고 국경없는의사회만 남아 전문적인 응급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사건 발생 후 첫 조사에 따르면, 특히 아독(Adok), 필레니(Pilleny), 톤요르(Thonyor), 투크리아(Touchria) 지역에서 사망자가 여러 명 발생했고 거처가 불탔으며 재산을 탈취당하는 등 피해가 막심했다. 그 결과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을 포함한 수천 명이 강제로 피난할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다시 돌아가기 두려워하는 피난민이 대부분이며,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을 잃었기 때문에 돌아갈 이유가 없다. 피난처 대부분은 늪지대 부근으로 피난하여 콜레라, 설사, 말라리아 등 수인성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총격이 시작되어 모두 살기 위해 늪지대 쪽으로 도망쳤어요. 어린 아이도, 어머니도 가리지 않고 전부 다 학살했어요. 숨어 있다가 나와 보니 마을은 전부 불탔고 염소나 다른 가축, 그나마 있던 재산도 전부 약탈당했습니다."_은야뎅(Nyadeng, 가명) / 아독 주민 

끊임없이 이어진 폭력과 실향의 악순환에 이번 사태 역시 이곳 주민에게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리어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이어진 내전으로 막심한 피해를 입은 지역인데, 당시 무력 충돌로 많은 목숨이 희생됐고 지역사회가 큰 타격을 입었다. 최근 몇 달간 이어진 일련의 공격으로 사상자가 늘어났고 마을은 파괴됐으며 주민들은 강제로 피난해야 했다. 이에 더해 지원 접근성도 차단되어 이미 심각한 인도적 상황이 악화했다. 

공격으로 전소된 전통 가옥. 여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MSF


"5일 동안 숲에서 숨어 지냈습니다. 거처도 없이 야외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요. 음식을 구할 수 없어 다들 굶주린 상태입니다.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지원이 필요해요."_존(John, 가명) / 국경없는의사회 현지 직원 

폭력 사태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는 필수 의료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지역사회기반 의료시설 여섯 곳 중 한 곳은 건물 일부가 파괴되고 두 곳은 약탈당했기 때문에 운영을 중단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경없는의사회는 계속해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리어 마을의 진료소와 지역사회기반 의료시설은 여전히 가동 중이다. 또한 주요 피난민 캠프에서 이동 진료소도 운영하고 있다. 

"목격한 잔혹함의 정도, 언제 공격당할지 모른다는 불안에서 오는 지속적인 공포, 의료시설 파괴 등이 의료 접근성 저하로 이어졌고 사람들은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을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수천 명의 피난민을 위한 인도적, 의료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모든 무장 단체가 국제인도법을 준수하여 민간인과 의료시설을 공격 대상에서 제외하길 촉구합니다."_ 페데리카 프랑코 / 국경없는의사회 남수단 현장책임자 


국경없는의사회는 1989년 유니티(Unity)주 리어 국내 실향민 인구 사이에서 흑열병(내장 리슈마니아증)이 급격히 확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처음으로 리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1993년에는 흑열병 프로그램에 결핵 치료 프로그램도 추가됐다. 2014년 내전으로 인해 리어의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시설이 화재로 전소됐으며 의료물자는 약탈당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리어 인구를 위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얼마 남지 않은 구호단체 중 하나이다. 국내 실향민과 폭력 피해 인구를 위해 응급 치료, 필수 응급 산과 및 신생아 치료, 성폭력 및 젠더 폭력 치료, 외곽지역을 위한 지역사회 기반 의료서비스 등 필수 의료서비스, 1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