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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제 아이들이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요.”

2014.09.30

말라리아 환자 수의 급증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만성적인 보건 위기를 뚜렷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최근 벌어진 분쟁과 폭력 사태가 이번 위기를 악화시켰습니다.

말라리아를 앓고 있는 두 딸 케투라, 오세안의 옆을 지키는 엄마 코린의 모습 ©Anne Sophie Bonefeld/MSF

아홉 살 난 케투라가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다. 눈은 반쯤 연 채로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는 케투라 옆에서 케투라의 엄마는 41°C까지 오르는 케투라의 체온을 낮추려고 찬물에 옷을 적셔주었다. 케투라는 일주일째 앓아 누워 있으면서 중증 말라리아로 의심되는 모든 증상을 보이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스태프가 30분마다 케투라의 온도를 측정하고 있고, 케투라는 말라리아 치료와 함께 해열제도 처방 받았다.

케투라가 누워 있는 매트리스에는 여동생 오세안도 함께 누워 있다. 오세안 역시 말라리라에 걸렸지만 언니만큼 열이 높지는 않다. 주변에는 다른 아동 4명이 누워 있다. PK5 지역의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 안에 있는 이 작은 방에는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를 만나 치료를 받은 후 곧장 집에 갈 수 없을 정도로 약한 아이들이 누워 있다. 경과를 지켜보기 위해 진료소에 남아 있는 것이다.

케투라, 오세안의 엄마 코린은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이 모기장 속에서 잘 때도 말라리아를 피하기란 불가능해요. 해마다 이 시기가 되면 아이들 중에 적어도 한 명은 말라리아에 걸려요. 제 아이들이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본다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워요.”

토요일 아침. 걱정스러운 얼굴의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진료소를 찾아 온다. 다들 아이들이 말라리아에 걸렸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려고 혈액검사를 실시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스태프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만 있다. 말라리아로 판명된 아이들은 복용할 약의 알맞은 양을 측정하기 위해 몸무게를 재고, 간호사들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어린 아동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호흡기 감염 등 다른 질환의 발병 여부도 검사한다.

“한 아이의 말라리아 치료제를 사려면 보통 5,000세파프랑(8유로/10달러 정도)이 들어요. 저로서는 만져볼 수도 없는 돈이죠. 특히 아이들이 여러 번 아플 땐 더욱 그렇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 온 것은 이번이 네 번째예요.”

코린은 케투라, 오세안 말고도 집에 세 아이를 더 두고 있다.

코린의 식구들처럼 수도 방기에 사는 집들은 이렇게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지난주에만 아동 800명이 이 곳에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방기 외곽에서는 의료 서비스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곳곳에 위치한 진료소, 병원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스태프는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유일한 사람들일 때가 많다. 현재 이들은 매달 수천 명의 아동들을 치료하고 있는데, 이 아동들은 이러한 치료가 없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심각한 위험을 안고 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지금 우기이며, 우기에는 말라리아 환자들이 급증한다. 이 곳에서 말라리아는 아동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데, 이 때문에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끝도 보이지 않는 보건 위기를 겪고 있다.

5세 미만 아동들은 아직 몸에 항체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제때 치료를 받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PK5 지역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중증 질환 아동을 담당하고 있는 파피 님바타 의사

파피 의사를 만났을 때 그는 40.8°C 고열로 몸이 펄펄 끓는 11세 소년 줄리오를 검진하고 있었다. 줄리오는 심각한 말라리아와 함께 폐렴, 빈혈도 앓고 있었다. 깡마른 몸에 몸무게는 23kg밖에 나가지 않았다. 아이 엄마는 집에 돈이 거의 없고 먹여야 할 아이들은 여섯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하루 한 끼밖에 못 먹을 때가 많다고도 했다.

줄리오, 케투라, 오세안 모두 열이 떨어지고 나서 퇴원했고, 필요한 약을 타서 집으로 돌아갔다. 이 아이들과 부모는 운이 좋은 편이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1997년도부터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활동해 왔으며, 현재 300명의 국제 활동가와 2,000명 이상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현지 활동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2013년 12월 이후, 국경없는의사회는 계속되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 지원을 늘렸고, 프로젝트도 10개에서 21개로 확대했다. 또한 차드, 카메룬, 콩고민주공화국 등 주변국에 머물고 있는 난민들을 위해 추가로 6개의 긴급구호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