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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프리카공화국: 아물지 않는 상처를 딛고 진료소를 찾아오는 성폭행 피해자들

2014.11.03

2013년 말에 극심한 폭력이 휩쓸고 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수많은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올해 7월부터 성폭행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 활동을 실시했습니다.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이었지만, 8세 미만 여아들과 일부 남성들도 지원을 받았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를 찾은 성폭행 피해 여성 ©Aurelie Baumel/MSF

성폭행을 당한다는 것은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충격을 남길 수 있다. 자녀 앞에서 잔인하게 강간을 당하기도 하고, 사고 후에는 성병을 얻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심리적, 신체적으로 어마어마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13년 말, 혼란스러운 무정부 상태와 극심한 분쟁을 겪었던 안타까운 나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이런 충격을 안고 살아가는 여성들의 수를 정확히 세기조차 어렵다.

2014년 7월부터 국경없는의사회는 수도 방기의 진료소를 찾아 오는 성폭행 피해자들을 지원해 왔다. 7월부터 9월 사이에 총 247명의 피해자들이 국경없는의사회의 도움을 받았다. 환자들은 대개 성인 여성이지만, 8세 이하 여아들과 일부 남성들도 있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사회에서 강간 당한 사람에 대한 터부가 심한 것을 알면서도 큰 용기를 내어 진료소를 찾아온 이들이었다.

방기 종합병원 진료소에서 일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임상심리학자 헬렌 토마스는, “사람들이 진료소 오기를 창피하게 여기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무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이곳을 찾아오죠.”라고 말했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남편에게 버려질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병원을 찾게 한 데에는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 내용을 방송해준 지역 라디오 방송국의 역할도 컸다.

진료소에서는 임신 테스트, HIV를 비롯한 성병 검사,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환자들은 안전한 공간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상담가 앞에서 그 동안 느꼈던 슬픔, 수치, 공포를 꺼내놓는다. 상담을 진행하는 심리학자 헬렌은 지난 몇 달간 환자에게 우울의 전조는 없었는지도 확인한다. 그리고 환자들의 심리 상태가 더 나아지도록 내면의 힘을 찾아 가꾸라고 격려해 준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성인과 아동들이 강간을 당했는지, 아직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끔찍한 일을 당하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리학자 헬렌은, “저 밖에는 훨씬 더 많은 피해자들이 존재합니다.”라고 말했다.

큰 용기를 내어 병원을 찾아온 피해자들 중에 밤바리 시에서 온 24세 여성이 있었다. 이 여성은 자기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5월이었어요. 반군 두 명이 집에 오더니 남편을 찾더군요. 하필 남편이 없을 때였어요. 반군들은 그렇다면 제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하더니 제 옷을 찢었어요. 아이들이 울기 시작했고, 그들은 제 아이들 앞에서 저를 강간했어요. 지금 저는 사라지지 않는 복통을 앓고 있어요. 사고 직후에는 잠을 이루기조차 어려웠어요. 지금은 좀 나아지긴 했지만요. 다섯 살 난 제 아들이 자기가 무엇을 봤는지 말하기 시작했는데, 아이의 말에 제가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이 말을 듣는 게 고통스러워요.”

지난 1월에 반군 4명에게 폭행을 당했던 또 다른 여성도 낮은 목소리로 자기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았다. 그 여성의 아이들도 상황을 목격했다. 사고 후에도 아이들은 한밤 중에 엄마가 고통에 못 이겨 정신을 잃고 몇 시간 뒤에야 깨어나는 모습까지 전부 보았다. 지금 이 여성은 HIV 감염 여부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앞서 말한 여성처럼 항상 복부에 통증을 느끼고 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성폭행 가해자가 법의 심판을 받는 일이란 극히 드물다. 심지어 피해자 가족들이 수치심을 이기지 못해 피해자에게 가해자와 함께 살라고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심리학자 헬렌은, “최근에 본 가족 중에는 강간을 당한 15세 딸에게 그 가해자와 함께 살라고 강요하는 경우도 봤어요. 여성은 자살을 시도했고, 한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저희 진료소에 왔죠. 중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피해자 가족을 만났어요. 강간 가해자와 같이 살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설명하면서 가해자는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어요.”라고 말하며 현지에서 부딪치는 실제 상황들을 전해 주었다.

이처럼 현지 여성들이 겪는 성폭행 경험은 끔찍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피해자들에 대한 상담은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방기 종합병원 조산사 실비에 나데게 고네크라는, “상담을 받고 나면 항상 좋은 변화가 생겨요. 몇 차례 상담을 진행하고 나면 벌써 환자 대부분은 얼굴에서부터 그 변화가 드러날 정도니까요.”라고 말하며 상담의 효과를 설명했다.

심리학자 헬렌은, “평생 충격을 받은 상태로 살아가는 여성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피해자 가족들이 피해자를 든든하게 지원하고 위로해 주도록 만든다면 변화가 일어납니다. 자신이 받은 폭력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잘 챙겨서 심각한 심리적 외상 없이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할 수는 있습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