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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도주의의 날] “한 아기가 왔는데요… 숨 쉬는 게 너무 이상해요"

2016.08.19

‘세계 인도주의의 날’인 오늘, 우리는 폐렴을 예방하는 백신의 가격이 너무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전 세계 아동 사망의 주요인인 폐렴은 해마다 100만 명에 가까운 아동들의 목숨을 앗아간다. 아래 인터뷰에서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바바라 사이타(Barbara Saitta)는, 콜롬비아의 한 시골에서 폐렴에 걸린 아동을 치료하는 데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는지 들려주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배를 타고 소외 지역을 찾아가는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Q. 간호사로서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활동을 여러 차례 다녀오셨는데요. 그동안 폐렴에 걸린 아동을 만나 본 일이 있었나요?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활동을 하다 보면 설사, 말라리아, 폐렴 혹은 이 세 가지 질병을 함께 앓고 있는 아동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폐렴에 걸린 아기를 처음 만났던 건 제가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활동에 처음 참여했을 때였습니다. 우리는 콜롬비아에서도 매우 외진 지역에 이동 진료소를 차리고 있었습니다. 작은 배를 타고 6시간~8시간을 가야 닿을 수 있는 곳들이었죠. 의사·간호사 등 콜롬비아 현지인 직원들이 진찰을 했고, 저는 진료소를 찾아온 환자들을 검진하고 의사 선생님을 보조하는 일을 했습니다.

한 아기가 기억나는데요. 이동 진료소 활동을 마치기 이틀 전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기 어머니께서 아기를 데려오셨는데, 아기가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후 8개월쯤 되었을까요? 전형적인 흉부 함입 증상을 보이고 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저는 그 증상에 그렇게 익숙하지 않던 때였습니다. 도대체 무슨 병인지 딱 봐서는 모르겠더라고요. 너무 힘겹고 거친 숨을 쉬고 있었고, 가슴이 안쪽으로 매우 깊숙이 들어가는 게 보였습니다. 최대한 많은 산소를 들이마시려고 갈비뼈들이 수축하는 것이 다 보일 정도였죠. 초점을 잃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아기는 울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콜롬비아 현지인 의사 선생님에게 찾아가 말했습니다. “한 아기가 왔는데요… 숨 쉬는 게 너무 이상해요.” 의사 선생님은 즉시 아기를 데려오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아기 어머니께 들어오시라고 말씀 드렸고, 의사 선생님이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분은 평생 이런 지역에서 일해 오신 분이었습니다.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을 돕는 일에 헌신해 온 분이죠. 그래서 그 분이 그렇게 걱정하시는 것을 보니 뭔가 상황이 심각해 보였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야 저는 아기가 폐렴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무척 상심하게 되었어요. 그렇게까지 나쁜 상태일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거든요. 이탈리아 출신인 저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그렇게 아픈 상태로 병원을 찾아오는 아기를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폐렴에 걸려 흉부 함입 증상을 보이고 있는 아기의 모습

Q. 이탈리아에서 간호사로 일할 때는 그러한 증상의 아동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고요?

네, 맞아요. 이탈리아에서는 아동들 대부분이 폐렴 예방 백신을 맞으니까요. 설령 호흡기 질환으로 앓아 눕는 아이들이 있다고 해도 의료 지원을 구하기가 무척 쉽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가 가능해요.

Q. 이탈리아에 있는 소아과 병동, 그리고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현장에 있는 소아과 병동 사이에 드러나는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현장에 있는 소아과 병동에서는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죠. 간호사들이 걸어 다닌다거나 아이 엄마가 내는 소리 같은 일상적인 소리들은 들릴지 모르죠. 하지만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런 소아과 병동의 분위기는 아닙니다. 아이들은 너무 아프면 울지 않습니다.

정말 충격적이죠. 아이가 얼마나 아픈가를 보여주는 중대한 표시 중 하나가 바로 아이가 울지 않을 때라는 사실이 말이에요. 울긴 우는데 눈물을 전혀 보이지 않을 때도 심각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그래서 그 콜롬비아 아기는 어떻게 되었나요?

의사 선생님이 아기를 보고 나서 우리는 아기가 뇌사 상태는 아닌지 확인하려고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맥이 다 풀려 있는 아기를 보며 우리는 몹시 걱정했습니다. 그 아기에게는 치료가 더 필요했는데 그러려면 시내로 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시내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기와 아기 어머니와 함께 작은 배를 타고 5시간~6시간을 이동했습니다. 시내에 도착한 후에는 국경없는의사회 차량으로 이동했어요. 모두가 차에 올라탔고, 우리는 아기와 아기 엄마를 티부(Tivu) 내에 있는 병원으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병원 사람들은 우리가 아기를 데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모든 일이 무사히 진행되었고, 결국 아기는 병에서 나았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던 경우였죠. 이동 진료소에 오기 전까지 아기는 이미 최소 1주일은 그렇게 많이 아팠을 거예요. 하지만 가족들은 그보다 더 일찍 의료 지원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분들을 판단하려는 뜻에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그 가족이 사는 곳이 얼마나 외진 시골인지를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런 곳에 사는 사람들이 의료 지원을 찾기란 쉽지 않거든요. 가장 가까운 병원에 간다고 해도 배로 족히 몇 시간은 이동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교통비도 지불해야 하는데 뱃삯과 자동차 이용료를 왕복으로 내야 해요. 절대 쉽지 않죠.

***

국경없는의사회는 폐렴 백신을 제조하는 유일한 회사인 화이자(Pfizer),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을 상대로 백신 가격 인하를 놓고 6년여 동안 협상을 시도해 왔다. 백신 접근성이 높아지면 위기에 처한 나라들을 포함해 전 여러 저소득 국가들에 사는 아동들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 두 제약회사 모두 가격 인하를 거부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위기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해결책이 없다.

여러분도 힘을 보태실 수 있습니다

아래 내용을 트위터에 게시해 주세요. 이 내용은 모든 저소득 국가 및 인도주의 단체에게 폐렴 백신 가격을 아동1명 접종당 미화 5달러까지 낮춰 판매 할 것을 화이자(@Pfizer), GSK(@GSK)에게 요청하는 글입니다: 

더 쉽게 아동들에게 #폐렴 예방접종을 제공할 수 있도록 인류애를 나눕시다. @Pfizer @GSK 백신 가격을 낮춰 주세요. #sharehumanity

폐렴 백신의 높은 가격이 그리스 난민 아동들의 예방접종에 어떤 장애물이 되고 있는지 아래 링크를 통해 알아 보세요.

그리스: 폐렴 백신의 높은 가격, 난민 아동 예방접종의 주된 장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