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드: 재발하는 영양실조 – 소리 없이 파괴적인 유행병
차드 가마(Gama)의 이동식 치료식 센터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영양실조 검사를 실시하는 동안, 아이들의 체중을 재도록 하기 위해 기다리는 어머니들 ⓒ Tiziana Cauli
2016년 9월 15일
“이곳은 아이들에겐 너무도 위험한 곳이에요.” 차드 중부 보코로(Bokoro) 시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치료식 센터에서 활동하는 베르나데트 암마지(Bernadette Ammaji, 37세)가 영양실조 아동과 그 어머니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며 전한 말이다. “어떤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먹일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그럴 형편이 되는 어머니들도 위생과 영양에 대한 교육이 부족해 아이들을 적절히 돌보지 못하고 있어요. 여기서 아이를 돌보려면 정말 강인하고 대담해야 돼요. 만만치 않은 곳이라서요.”
2012년부터 국경없는의사회 일을 해 온 암마지는 이 지역에서 영양실조를 퇴치하는 일에 참여하는 200여 명 중 1명이다. 차드 대부분의 지역에서와 같이 보코로에서도 영양실조가 풍토병으로 나타나며, 차드에서 일어나는 아동 사망의 거의 절반가량은 그 원인이 영양실조와 관련돼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보건단원 베르나데트 암마지(Bernadette Ammaji) ⓒCharlotte Morris
보코로 지역은 차드 수도 은자메나에서 동쪽으로 300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아프리카 중부에서 대륙으로 둘러싸인 이 나라의 거의 중심부 쪽에 있다. 차드 전역에 비추어 보면 보코로는 비교적 안정된 지역이지만 동시에 소외된 지역이기도 하다. ‘이슬람국가 서아프리카 지부’(ISWAP)라고도 알려진 보코 하람이 차드 북서부에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보코로 지역은 뉴스 헤드라인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 국경없는의사회는 보코로 지역 여러 마을에서 보건부와 협력하여 이동식 외래환자 진료소 15곳을 운영하면서, 생후 6개월에서 5세에 해당하는 영양실조 아동들을 돕고 있다. 더불어 국경없는의사회는 보코로 시에 있는 보건부 병원에서 입원환자 치료식 센터 1곳도 운영하고 있다. 가장 위독한 아동들이 이송돼 오면 여기서 집중치료를 실시한다.
한편 국경없는의사회는 영양실조에 걸릴 위험이 있는 아동을 찾아내 그 아동들이 영양실조로 앓아 눕는 일이 없도록 예방하는 일도 이 지역에서 처음 실시한다.
극심한 기후
가마(Gama)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식 영양실조 진료소 ⓒCharlotte Morris
보코로의 기후는 가혹하다. 최대 45℃까지 오르는데다 우기는 아주 짧다. 보코로에서 활동하는 스페인 출신 국경없는의사회 역학자 수잔 모헤르(Suzanne Moher, 36세)는 “이곳 생활 여건을 견디기란 매우 힘겹습니다. 지금이야 이렇게 푸른 빛도 보이지만, 몇 달 전에 제가 여기 도착했을 때에는 생명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지역민들은 앞으로 몇 달 사이에 농작물을 길러 올해 내내 먹어야 할 충분한 작물(주로 수수)을 추수해야 한다. 지역민 대다수가 자급자족 농민이기 때문에 수확이 나쁘면 타격이 매우 클 수도 있다.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 수가 연중 최고에 달하는 지금, 매일 수백 명의 여성들이 아기들을 데리고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식 외래환자 진료소로 찾아온다. 집집마다 아직 올해 수확을 못한 상태인데, 작년 수확이 저조해 벌써 식량이 다 떨어진 집들도 있다.
지난달, 국경없는의사회는 매주 평균 50명의 아기들을 외래환자 진료소에서 보코로의 집중치료실로 이송해 집중치료를 받게 했다.
해로운 전통
보코로의 영유아들이 영양실조에 빠지는 것은 문화적 관행에도 이유가 있다. 그 문화적 관행들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의도치 않게 해를 끼치고 있다.
보코로 시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치료식 센터에서 근무하는 차드인 간호사 베네딕테 라-툼바일레(Benedicte La-Toumbayle, 28세)는 이렇게 말했다. “이곳 어머니들 중에는, 또 다른 아기를 임신하게 되면 지금 있는 아기에게 모유 수유를 하는 것이 안 좋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렇게 모유 수유를 계속하면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해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가 하면, 아이가 아프면 진료소보다는 종교 지도자를 찾아가길 선호하는 어머니들도 있다. 이슬람 종교 지도자 마라부(Marabout)는 아픈 아기를 위해 코란 기도를 읊고, 식물로 만든 혼합 음료를 아기에게 주는데 이 음료는 독성을 함유할 수도 있다. 아기 배에 3군데 상처를 내거나 목 뒤쪽의 목젖을 잘라내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하면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이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하게 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식량 부족으로 면역 체계가 약해진 아동은 식중독이나 감염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차드에서는 공공 진료소까지 가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경우도 있고, 진료소에는 필요한 의약품이 부족하거나 훈련된 직원이 충분치 않은 경우도 많다. 그리고 영양실조 아동에게는 국가적으로 무료 지원을 한다는 것이 정책이지만, 다른 숨은 비용들도 많아 지역민들은 이러한 필수 지원을 받을 여력이 되지 않는다.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베네딕테 라-툼바일레(Benedicte La-Toumbayle) ⓒCharlotte Morris
라-툼바일레는 이렇게 말했다. “슬프게도 한 아이가 오늘 숨을 거뒀어요. 집에서 가족들이 전통 민간 요법으로 무언가를 먹였는데 그 속에 독성이 있었던 거예요. 아이가 진료소에 왔을 때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을 다해 봤어요. 수많은 아이들이 바로 눈앞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본다는 건 정말 가슴 아픈 일이에요.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사람들을 도우려고 계속해서 노력하게 되기도 해요.”
보건 교육
이 모든 위험 요인에 더해, 보코로 전역에서는 영양에 대한 이해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라-툼바일레는 “어떤 어머니들은 모유 대신 아기들에게 염소 젖 혹은 ‘부일레’(bouille, 주로 수수로 만드는 묽은 수프), 아니면 다른 ‘성인들이 먹는 음식’을 먹여요. 그렇게 하면 아기들은 설사를 하고 영양실조를 앓게 되죠.”라고 말했다.
전국 문해율이 33%에 그칠 정도로 교육률도 낮고, 국경없는의사회가 이곳에서 만나는 어머니들은 단 하루도 학교에 가본 일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대체 자신의 아이들을 아프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국경없는의사회 외래환자 진료소 혹은 집중치료실에 찾아오는 어머니들에게는 개별적으로 위생과 영양에 관한 짧은 교육을 실시한다.
만성 영양실조에 맞서는 데 꼭 필요한 예방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매년 이 시기에 보코로에서 긴급 영양실조 대응 활동을 시작했고, 최근 5년 사이에 총 4회 실시했다. 그 동안 더 분명해진 사실은, 이곳에서 나타나는 영양실조가 1회성으로 나타나는 긴급 상황이 아니라, 복잡하게 서로 얽힌 이유들 때문에 거듭 발생하는 영양실조 패턴의 일부라는 것이다. 이를 고려해 올해 국경없는의사회는 보코로에서 우기(5월~10월)가 시작되면서 영양실조 환자가 급격히 치솟는 시기가 나타나기 전에 보코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7월이 아니라 1월부터 외래환자 진료소를 세운 것이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국경없는의사회는 중증 영양실조에 걸린 영아 및 아동 9140여 명을 치료했다.
올해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영유아들이 애초에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활동을 실시하는 부문을 프로젝트 안에 새롭게 구성했다.
보코로에서 국경없는의사회 배급팀을 감독하는 엘리제 잠바(Elizair Djamba)는 “우리 배급처에 오는 아동들은 건강해야 하는데 영양실조에 걸릴 위험이 있어요. 올해 보코로에서는 처음으로, 우리는 이 아동들이 건강하게 지낼 기회를 제공하고자 특별 제작한 보충식을 배급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보충식, 모기장, 비누 등을 보코로 곳곳에서 3만여 명의 어머니들에게 배급하면서 간단한 보건·영양 교육도 실시했다.
쉽지 않은 일인데도 직원들은 열의를 가지고 활동에 임한다. 거듭 나타나는 영양실조에 맞서 국경없는의사회가 효과를 내고 싶다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잠바는 이렇게 말했다. “배급처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비가 퍼붓기 시작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그 여성 분들과 함께 빗속으로 나가야 해요. 여기 오는 일이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그분들께 보여 드릴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