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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프리카공화국: “병원 문 바로 앞에서 교전이 있었습니다”

2017.05.23

2017년 5월 19일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요한 베르그(Johan Berg)는 방가수 병원에서 활동하고 있다. 방가수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중아공) 남동부에 위치한 소도시로, 최근에 교전이 벌어지면서 수많은 사상자와 피난민이 발생했다. 아래 내용은 요한 베르그가 직접 겪은 일이다.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요한 베르그 (Johan Berg) ⓒ Borja Ruiz Rodriguez/MSF

 

(2017년 5월 13일) 토요일 아침 6시, 팀 동료가 저를 깨워 일어났습니다. 시내에서 교전이 벌어졌다고 했습니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렇게 갑작스럽게 일이 터질 줄은 몰랐습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총성뿐이었습니다. 아무도 집 밖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죠. 병원으로 이어지는 다리가 전부 파괴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터라 차로 병원까지 갈 수는 없었습니다. 치안 상황을 확인한 우리는 병원으로 팀을 보내 그곳 상황을 확인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병원에 주차돼 있던 구급차는 강가에 있었고, 우리 팀은 걸어서 강을 건넜습니다. 치안 상황 때문에 첫날에는 병원에 가지 못했습니다.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그렇게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부상자들이 끊임없이 들어왔습니다"

일요일이 돼서야 병원에 갈 수 있었습니다. 병원 바로 옆에 있는 ‘토코요’라는 곳은 불타고 있었습니다. 총알들이 날아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죠. 그런 와중에도 병원에 오려는 사람들은 별다른 수가 없는 절박한 사람들뿐이었습니다. 바로 부상자들이죠. 많은 사람들이 총상을 입었습니다. 보통 하루 평균 약 100명의 환자가 응급실에 들어오고 환자 대부분은 아동입니다. 그런데 그날은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알기로 대다수의 보건소들은 운영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대체로 몹시 아픈 사람들입니다. 특히 지금은 말라리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죠. 평상시라면 병원에 찾아왔을 그 모든 환자들이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하고 마을과 숲 속에 어떻게 숨어 있을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아마 그들 중 다수가 목숨을 잃을 테고, 살아 남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병원까지 왔을 때는 무척 위독할 거라는 사실을 잘 알았습니다.

월요일이 되자 부상자들이 끊임없이 들어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다른 질병으로 위독한 몇몇 사람들도 들어왔습니다. 중증 말라리아로 저혈당과 빈혈이 생겨 의식을 잃고 경련을 일으키는 아동들도 보았습니다. 심한 정서적 충격에 빠진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임신 5주째인 한 여성은 눈앞에서 남편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뒤이어 그 여성도 몸이 묶인 채 소총으로 구타를 당했죠. 다른 수백 명처럼 그 여성도 보호를 받으려고 병원으로 도망쳐 왔습니다. 이제 스무 살인 그 여성은 4명의 자녀와 함께 있었습니다. 홀로 감당하기엔 너무도 큰 스트레스였죠. 그 여성은 걷기는커녕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어했습니다.

격렬한 교전

일요일·월요일 양일 모두 병원 바로 앞에서 교전이 벌어졌습니다. 우리들은 환자들을 치료하던 중 몇 번이나 바닥에 몸을 수그려 혹시 모를 공격을 피해야 했습니다. 중아공 출신 동료들 중 많은 수가 사라졌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그 동료들의 소식을 듣게 되었고, 이제 거의 모든 사람의 행방을 알고 있습니다. 직원 중 일부는 아예 병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자녀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이 많은데, 도저히 병원을 벗어날 엄두가 나지 않는 거죠. 많은 이들이 폭력을 피해 곳곳에 숨어 지내고 있습니다.

이렇듯 많은 도움이 필요한 시기인데, 정작 병원에서는 의료 활동 유지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부족합니다. 간호사도 부족하고, 청소 담당자 같은 지원 인력도 부족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24시간을 꼬박 일합니다. 그러고 나서 몇 시간 잠깐 눈을 붙였다가 다시 일을 시작하죠. 모든 시장이 문을 닫은데다 치안 상황도 위험해 항공기가 착륙할 수도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자와 직원들이 먹을 충분한 식량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에게는 단 1명의 외과의사가 있습니다. 최대한 신속하게 일하려고 노력하지만, 환자 수가 너무 많아서 많은 이들이 오랜 시간을 기다려 수술을 받습니다. 한 예로, 흉부에 총상을 입은 15세 아동도 지금 수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수술을 받기 전까지 우리는 항생제, 수액, 수혈 등을 통해 최대한 환자들을 돌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항공기가 착륙을 재개하기만 한다면 병원 역량이 좀더 강화되리라고 봅니다.

교전 때문에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들도 들었습니다. 정확히 몇 명이 사망했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적십자에서는 우리 단체로부터 지퍼 달린 부대(시체 운반용)를 빌려다가 사망자를 매장하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피난민

주민 다수가 피난 중입니다. 숲 속에 숨어 있는 사람들도 있고, 시내에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1000여 명이 숨어 있는 곳으로 1개 팀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열 때문에 탈수 상태입니다. 식량과 깨끗한 물이 부족하고, 지금 사람들이 처해 있는 생활 여건 속에서는 질병이 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는 숨어 있는 피난민들에게 수분 보충염, 응급 영양 서비스, 의료 등을 일부 지원할 수 있었고, 현재 위생 시설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내는 전보다 차분해지긴 했지만 아직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더 많은 환자들이 병원에 오고 있고, 환자 대다수는 위독한 환자들입니다. 주로 아동들이죠. 병동에는 아픈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데, 직원이 부족합니다.

병동마다 병실도 부족합니다. 병원 마당에 마련한 천막에 머물고 있는 부상자들도 있는데, 한낮에는 온도가 40℃까지 올라갑니다. 그리고 우리 사무실에 둔 매트리스에 빽빽하게 누워 있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부상자들이 계속 들어와 앞으로도 병원은 환자들로 가득 찰 것으로 보입니다. 직원들은 녹초가 돼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라도 또 다른 폭력이 돌발할 수도 있습니다.

주민들에게는 안전, 의료, 깨끗한 물, 말라리아 치료, 심리적 지지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의 역할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