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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시리아: 시리아에서 이르비드로 - 출산을 위해 요르단 병원까지 오는 힘겨운 여정

2017.08.03

전쟁 속애서도 새로운 생명은 태어납니다. 시리아에서 이르비드까지 엄마들은 출산을 위해 힘겨운 과정을 거쳐 병원에 도착합니다. 아기를 낳고, 아기 엄마의 생명을 지키고, 한 가족과 그 가족의 희망을 살려 내기 위해 겪는 따뜻한 일들이 이르비드 모자 병원에 가득합니다.

 

메이순 모하마드 칼라프 알-히자라트(Maysoon Mohammad Khalaf Al-Hijazat) / 이르비드 수간호사·조산사 ⓒDibarah Mahboob/MSF

우리는 사람들 앞에 놓인 숱한 어려움을 목격합니다. 그런데 이 분들이 전쟁을 뚫고 여기까지 걸어서 오는 건 바로 의료 지원을 받기 위해서거든요. 그리고 이곳은 모자병원이기 때문에 아기를 낳고, 아기 엄마의 생명을 지키고, 한 가족과 그 가족의 희망을 살려 내기 위해 겪는 힘든 일들이 우리 주변에 가득합니다.

한 환자 분이 있었어요. 그 분을 평생 못 잊을 거예요. 우리 병원에 왔을 때 임신 중이었는데, 전쟁 중인 시리아를 통과해 걸어오다가 두 다리를 잃었어요. 그분을 보는 것 자체가 참 힘들더라고요. 그렇지만 우리는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출산을 앞두고 산전 진료를 받으러 오는 다른 환자를 대하듯 그분을 대했어요.

하지만 그분은 자신의 처지를 모르는 분이 아니었어요. 고통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죠.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아이를 낳기가 무척 힘든 상태였어요.

결국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다시 떠올리려니 눈물부터 나네요. 결국 아기는 살아남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분은 목숨을 지킬 수 있었어요. 지금도 굳은 희망과 의지를 갖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죠.

 

익명을 원하는 환자 ⓒDibarah Mahboob/MSF

저는 전쟁이 막 시작할 때 시리아에서 요르단으로 건너왔어요.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제 남편과 저는 더 큰 고통을 피하려면 꼭 거쳐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는 점점 더 깊은 전쟁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었거든요. 우리는 벌써 몇 해째 아이를 갖고 싶어 했었어요. 그래서 요르단에 도착해서는 곧장 암만으로 향했어요. 모아둔 돈이 금새 없어져 의사를 찾아가 보기도 어려웠고, 달리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수단도 적었으니까요.

그렇게 우리는 체외수정을 시도해 보려고 이곳 이르비드까지 오게 됐어요. 체외수정을 위한 과정을 시작하던 중에 국경없는의사회가 무료로 운영하는 모자병원이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우리 가정에도 드디어 희망이 생기는구나 싶었죠.

그리고 정말 우리는 희망을 갖게 됐어요. 제가 드디어 임신을 했거든요! 그래서 지금 저는 이렇게 딸, 아들 쌍둥이와 함께 있어요. 아직 약간 저체중이긴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 분들이 계속 아이들과 저를 돌봐 주고 계세요.

아이들은 앞으로도 몇 년 동안은 시리아를 볼 수 없을 거예요. 어쩌면 영원히 볼 수 없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렇게 아이들이 저와 함께 있고, 우리들은 한 가족이에요. 아마 우리는 고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앞으로도 얼마간은 좀더 고생을 하게 되겠지만, 이 아이들은 이곳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태어나서 모두를 공평하게 대하는 의사, 간호사 분들의 보호를 받고 있어요.

 

라샤(Rasha) / 부인과 전문의 ⓒDibarah Mahboob/MSF

날마다 새로운 도전 앞에 놓입니다. 우리는 부인과 훈련을 받기 때문에 제 전문 분야는 출산에 관한 의료 분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하면서 단순히 ‘환자’라는 개념으로 치료하지 않습니다. 그분들은 온갖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이고, 출산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의료 상식에 반하는 관행을 따르는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산전·산후 진료 부서, 신생아 중환자실에 더해 가족계획 상담도 실시합니다. 이 일을 할 때는 항상 친절하고 공감 어린 태도를 유지해야 하죠. 가끔 정말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어요. 아기 배꼽에 담뱃재를 놓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고, 완벽한 식구 수를 이루려는 마음에 출산 후 몇 주밖에 되지 않았는데 임신에 대해 묻는 엄마들도 있거든요. 그런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하면서 의료적으로 합당한 이유를 제시할 때도 최대한 부드럽고 공감 어린 태도를 보여야 돼요.

때로 옳고 그름에 관한 자신의 신념을 고집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그럴 때도 우리는 그분들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것을 계속 기억하려고 애써요. 왜냐하면 그분들은 지금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계시잖아요. 집이 안겨 주는 안락함도 저 멀리 둔 채, 요르단 도시 지역에서 외부인으로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입장에서 볼 때, 그분들은 우리에게 다 같은 사람들이에요. 모두 우리의 도움을 받고 있는 환자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