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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세 쌍둥이 조산아, 바로 제 아이들을 제가 치료하게 되었습니다”

2017.08.02

파키스탄 출신 의사 투파일 아마드(Tufail Ahmad) 박사는 발루치스탄 동부, 데라 무라드 자말리에 위치한 집중 영양실조 치료식 센터에서 영양실조가 심각한 아동을 진찰하고 있다. ⓒNasir Ghafoor/MSF

2017년 7월 31일

파키스탄 출신 의사 투파일 아마드(Tufail Ahmad) 박사는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동부, 데라 무라드 자말리에 위치한 지역병원에서 진행되는 국경없는의사회 영양 프로그램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는 지난 4년간 국경없는의사회 의사로 활동해 왔습니다. 데라 무라드 자말리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는 영양실조 아동, 조산아, 그리고 아픈 아기들을 매일 봅니다. 갓 태어난 신생아에게 홍차나 꿀, 허브를 먹이는 걸 보신 적 있나요? 모유가 아기를 아프게 만든다고 믿어 모유 수유를 거부하는 아기 엄마를 보신 적 있나요? 아마 없을 겁니다. 하지만 데라 무라드 자말리에서는 그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데라 무라드 자말리가 위치한 발루치스탄 동부는 파키스탄에서도 영양실조 수준이 심각한 지역입니다. 2012년-2013년 파키스탄 인구통계 및 건강 조사 자료에 따르면, 파키스탄 전체 아동의 약 45%는 만성 영양실조 혹은 발육 장애 증세를 보입니다. 급성 영양실조에 걸려 치료가 긴급한 아동도 전체의 11%에 달합니다. 이곳 나시라바드·자파라바드 지역에서는 상황이 더 나빠진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처음 이곳에 와서 활동할 때만 해도 정말 충격이 컸죠.

식량 확보가 불안정한 곳이 아닌데도 그렇게나 많은 영양실조 아동을 만난다는 건 정말 예상 밖의 일입니다.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은 현지의 생활 실태입니다. 엄마들이 밭에 나가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육아에 충분한 시간을 들일 수가 없습니다. 연이어 임신을 하는 여성들도 많습니다. 그러면 출산 간격을 가지지 못해 조산아를 낳게 되죠. 조산아를 출산하는 여성들은 다음 출산 때까지 간격을 좀 두라는 조언을 받지만 실제로 이를 지키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 여성들이 많고, 한다고 해도 올바른 방법을 모릅니다. 그래서 아기들에게 차, 허브, 분유를 먹이는데 그 방법도 위생적이지는 않습니다.

언젠가 이런 일들이 다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올바른 생활에 대해 지역사회의 인식을 높이는 것이 매우 시급합니다. 그래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일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저체중으로 태어난 세 쌍둥이 하니야(Haniya), 이프티카(Iftikhar), 타하(Taha)가 데라 무라드 자말리에 신설한 국경없는의사회 집중 영양실조 치료식 센터에서 성공적으로 치료를 마쳤다. ⓒNasir Ghafoor/MSF

제 아이들이 태어나던 때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제 아내는 첫 임신에 세 쌍둥이를 갖게 됐습니다. 제가 일하는 동안 아내는 합병증 때문에 임신 31주 만에 다른 도시에서 아이들을 낳아야 했습니다. 딸아이 하나에 아들 둘이었죠. 몸무게는 각각 1.42kg, 1.26kg, 1.13kg이었습니다. 의사인 저는 그렇게 저체중인 아이들이 살아남기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죽게 될까 봐 무척 두려웠습니다.

제 아내가 출산을 했던 병원에서는 아기들을 발루치스탄의 국경없는의사회 탁아소로 이송해 주었습니다. 그 지역에서 조산아들을 돌볼 수 있는 곳은 거기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갑자기 제 아기들을 치료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6일간 아이들을 치료했습니다. 아이들 상태는 오르락내리락했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좋아지더라고요. 늘 모유가 우선입니다. 모유 수유를 하면 정말 아이들 체중이 느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제 아이들은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고 건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16개월이 되었는데 지금도 모유 수유를 하고 있어요. 다른 아이들만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제 아이들의 경우를 돌아볼 때, 조산아로 태어나 몸무게가 매우 적게 나가거나 중증 영양실조 상태인 아기들도 목숨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들은 제때 병원에 찾아와 아기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6개월 정도 모유 수유를 진행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젖 떼는 기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위험한 생활 습관은 모두 버려야 합니다.

신생아들이 살아남으려고 그 작은 몸으로 갖은 애를 다 쓰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제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매일 같이 제 아이들을 치료하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그 아이들을 모두 지키고 싶습니다.


데라 무라드 자말리에서 진행되는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2008년, 국경없는의사회는 자파라바드·나시라바드 등 동부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주된 활동은 데라 무라드 자말리에 위치한 지역병원에서 5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영양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한편, 이동 진료소와 파견 진료 활동을 실시하는 것이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합병증을 앓고 있는 영양실조 아동들을 위한 입원환자 치료식 센터를 지원하고, 일반 소아과 병동과 신생아 병동 활동도 지원한다. 또한 이동식 영양실조 치료식 프로그램도 지원하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연간 1만여 명의 아동들이 필수 의료 지원을 제공받는다. 영양실조와 관련해 국경없는의사회의 구체적인 목표는 중증 영양실조 아동들과 모유 수유 중인 어머니들이 양질의 영양을 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파키스탄의 영양 실태, 특히 5세 미만 아동들의 영양 문제는 심각하다고 여겨져 왔다. 2012년-2013년 파키스탄 인구통계 및 건강 조사 자료에 따르면, 파키스탄 전체 아동의 약 45%는 발육 장애 증세를 보이며, 쇠약한 아동이 전체의 11%, 저체중 아동이 전체의 30%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5세 미만 아동들 사이에서 사망률과 유병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