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테크나프 근처에 있는 로힝야 난민들. 이들은 최근 미얀마로부터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들어왔다. ©MSF
로힝야족 14만6천명, 역대 최대 규모 방글라데시행
2017년 9월 7일 목요일 —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미얀마와의 국경지대에서 이미 심각한 인도주의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지금, 방글라데시로 탈출한 로힝야 난민들에게는 긴급한 의료 및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 며칠 동안 14만6000여 명이 미얀마 라카인 주의 폭력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넘어왔다. 폭력이 시작된 2016년 10월 이후로 이곳에 들어왔던 7만5000명에 더해, 이 수치는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로 들어온 규모로는 역대 최대 중 하나다.
국경없는의사회 방글라데시 현장 책임자 파블로 콜로보스(Pavlo Kolovos)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 해 동안 이 정도 규모의 일이 벌어진 적은 없습니다. 우리 팀들은 극심한 충격에 빠진 빈곤한 사람들이 계속해서 들어오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들은 의료 지원도 전혀 구할 수 없었습니다. 도착한 사람 중 다수는 폭력으로 인한 부상, 심하게 감염된 상처, 오래된 산과 합병증 등에 대한 대대적인 의료 지원이 필요합니다. 당장 인도적 지원 규모를 확대하지 않았을 때 나타날 건강상의 위험이 매우 큰 상황입니다.”
새로 들어온 이들 대다수는 기존의 임시 정착촌, 유엔난민기구(UNHCR)에 등록된 캠프, 새로 생긴 임시 캠프들, 지역 마을 등에 머물고 있다. 많은 난민들이 미얀마와의 국경 사이에 위치한 ‘무인 지대’에 발이 묶여 있다. 최근 사람들이 대거 유입되기 전에도 방글라데시에 있던 로힝야 난민 다수는 거의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불안전하고 과밀하며 비위생적인 여건 속에 살고 있었다.
49세의 한 아버지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온 식구가 함께 집을 탈출했는데 아들이 도망치던 도중 총에 맞았습니다. 그래서 아들을 이곳 방글라데시에 있는 병원으로 데려오면서 다른 가족들은 미얀마 숲 속 야외에 숨어 있도록 두고 왔습니다. 벌써 며칠째 가족들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너무도 절망적입니다.”
대응 활동을 돕기 위해 간호사, 조산사, 의사들이 더 많이 들어왔고, 국경없는의사회는 환자들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쿠투팔롱 지역 진료소 2곳 중 1곳에 두 번째 입원환자 병동을 마련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24시간 구급차를 제공해 환자들을 이송하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야 할 환자들을 돕고 있다. 그 밖에 이동 의료팀 2개 조를 운영해 현지의 의료 필요사항을 파악하고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한편, 국경없는의사회는 새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생활 필수품을 배급하기도 한다.
미얀마 라카인 주에서 진행되던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활동은 이동 허가가 필요한 만큼 승인되지 않아 8월 중순 이후로 중단된 상태다. 이 때문에 라카인에 있는 만성질환환자, 응급 환자 등 수천 명은 매우 제한적으로 의료 지원을 받거나 혹은 거의 못 받고 있다.
콜로보스 현장 책임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직 미얀마에 있는 수십만 명이 전혀 의료 지원을 구하지 못하는 지금, 현장에는 이 상황에 대응하는 주체도 없고 이러한 활동이 허락되지도 않고 있어서 크게 걱정됩니다. 미얀마 북부 라카인 주는 백신 접종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을 위해 홍역을 비롯한 여러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 캠페인을 확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 중 하나입니다. 최근 유입 이전에 이미 방글라데시에 있던 로힝야 사람들과 지금도 라카인 주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나타나는 높은 영양실조에 맞서는 일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동안 제한적으로나마 식량 배급이 있었으나 어떤 난민들은 마른 비스킷만 받았을 뿐이며, 깨끗한 식수를 구하는 일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3일 전에 도착한 네 아이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 도착했을 때 아이들을 먹이라고 비스킷 7봉지를 받았습니다. 지난 3일간 우리가 먹은 건 그게 전부입니다. 지금 우리 식구는 한 학교에 머물고 있는데, 학교 위원회에서는 내일 우리가 여길 비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미얀마 국경을 넘어와 방글라데시 테크나프 근처에 있는 로힝야 난민들. ©MSF
국경없는의사회의 방글라데시·미얀마 활동 사항
방글라데시
1985년도에 방글라데시 활동을 시작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콕스 바자르 내 쿠투팔롱 임시 정착지 부근에서 진료소 2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로힝야 난민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포괄적인 기본·응급 의료를 지원하고, 입원환자 지원과 검사 서비스도 실시한다. 2016년,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외래 진료 89,954회, 입원 진료 2,491회, 정신건강 상담 4,559회를 실시했다. 또한 2016년도에는 성폭력 피해자 103명을 치료했는데, 이는 전년도 대비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그 밖에 15,194회의 산전 진료도 진행되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수도 다카의 캄란기르차르 슬럼에서도 활동하면서 정신건강 및 출산 관련 의료를 제공하고, 가족계획 상담과 산전 진료를 실시하며, 공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장 건강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
미얀마
국경없는의사회는 25년간 미얀마에서 보건체육부와 협력하여 활동하면서 HIV/TB 환자 치료, 1차 의료, 예방접종 등을 제공해 왔다.
라카인 주에서는 주로 이동 진료소를 운영해 수많은 마을과 피난민 캠프에서 1차 의료를 지원하고 응급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일을 진행한다. 또한 북부 라카인, 중부 라카인에서 보건체육부 소속 병원들의 HIV 치료 활동을 지원한다. 그 밖에 미얀마 국립 결핵 프로그램과 협력해 결핵 환자들을 치료하기도 한다.
8월 중순까지 국경없는의사회는 파욱타우, 시트웨, 퐁나균, 마웅다우, 부티다웅 시에서 의료 서비스를 지원했었다. 그러나 미얀마 라카인 주에서 진행되던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활동들은 이동 허가가 부족해 8월 중순 이후로 중단된 상태다. 이 때문에 라카인에 있는 만성질환 환자 및 응급 환자 등 수천 명은 매우 제한적인 의료 지원을 받거나 거의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마웅다우에는 지금도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들이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