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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고민에 빠지면 불안해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2018.01.12

이라크에 사는 수천 명의 아동, 성인들에게 있어서 의료 지원은 날마다 넘어야 할 산이다. 수년간 분쟁과 치안 불안이 계속되면서 몇몇 지역에서는 의료 활동이 거의 멈춰 버렸다.

2015년, 100만여 명이 폭력을 피해 이라크 북부 술라이마니야로 들어왔고, 갑작스런 피난민 유입에 술라이마니야 보건 시스템은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되었다.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던 많은 실향민들에게는 정신건강 지원이 필요하나, 정신건강 문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은 도움 받기를 불편해했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캠프 내 천막을 돌아다니며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낙인을 줄이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그룹 활동을 조직해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치료를 받는 것이 왜 중요한지도 설명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 속에 심리적 지지를 받은 두 피난민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고민에 빠지면 불안해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이라크 북부 술라이마니야 시 인근 국내 실향민 캠프에 머물고 있는 아미르(가명) ⓒMSF/Sacha Myers

아미르는 이라크 북부 술라이마니야 시 인근 국내 실향민 캠프에서 3년을 보냈다. 이슬람국가(IS) 일원들이 마을을 에워싸고 식량 공급을 끊었을 때, 아미르 가족은 살라헤딘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 오랫동안 불안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고통받던 아미르는 피난민 캠프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심리학자의 지원을 받고 있다.

제 이름은 아미르(Amir, 가명)이며 올해 서른다섯 살입니다. 살라헤딘 출신이고, 3세부터 15세 사이의 자녀 아홉 명이 있습니다.

우리가 집을 떠나 여기 온 것은 IS 때문이었습니다. IS가 마을에 쳐들어와 우릴 에워싸는 바람에 식량을 받을 수 없게 됐거든요. 상황이 정말 나빠졌습니다.

저는 평생을 살라헤딘에 살아왔어요. 우리는 농부였고, 가축도 길렀으며, 아이들은 학교에 다녔습니다. IS가 오기 전까지 우리는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았죠. 그러다가 상황이 불안해진 겁니다.

우리는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술라이마니야에 도착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여기서는 지내기가 편하게 됐고 상황도 나쁘지 않아요. 그리고 또 많은 단체들이 우릴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캠프에서 3년을 지냈습니다. 여기 처음 올 때 제가 서른두 살이었으니까요.

지금은 캠프 밖으로 나가 공사장 일을 합니다. 우리는 천막 안에 살고 있죠. 유일한 문제는 경제적인 여건이에요. 때때로 식량이 충분치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날은 공사 일이 없기도 하죠. 하지만 여기서는 치안이 좋아서 안전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감사하게도 아이들도 학교에 다니죠.

저는 어떤 글을 읽다가 국경없는의사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분들이 캠프에 방문하기도 했죠. 그분들은 우리에게 유용한 도움을 주었습니다.

때때로 고민에 빠지면 불안해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그렇게 밤을 꼬박 새는 거죠. 아침이 될 때까지 한 곳에 가만히 앉아 밤을 샙니다. 그래서 그런지 몸이 아픕니다. 전에는 가슴에 통증도 있었습니다. 의사를 찾아가 봤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하지만 정신건강 담당 의사를 만나니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국경없는의사회를 찾아가 정말 큰 도움을 받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심리학자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제게 도움이 될 만한 활동을 알려 주셔서 그대로 했더니 정말 도움이 되더군요. 날마다 천막을 나서서 아는 사람들을 편하게 만나보고, 운동도 하고, 집에 혼자 있는 것을 피하라고 조언해 주셨거든요. 또 집에 있지 않도록 몸을 바쁘게 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지금 당장은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그저 우리가 살던 집에 돌아가 안정적인 삶을 되찾고 싶은 마음뿐이죠. 하지만 우리집도 다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서서히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는데, 사실 돌아간 사람들이 아직까지는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IS가 통제하던 시절에는 위험한 게 많았는데, 지금 우리 마을은 얼마나 안전한지 모르겠습니다.

 

누구도 우리가 행복하다고 말하지는 못할 거예요. 우리가 심은 나무, 우리가 기른 벌들과 함께 살고 있지 않으니까요.”

이라크 북부 술레이마니야 시 인근 캠프에 머물고 있는 나와르(가명) ⓒMSF/Sacha Myers

나와르도 이라크 북부 술라이마니야 시 인근 국내 실향민 캠프에서 지내고 있다. 전에 살던 집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이야기할 때면 나와르의 얼굴빛이 밝아진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일어난 일을 떠올릴 때면 금새 얼굴이 어두워진다. 나와르는 캠프에서 4년을 지냈다. 지금은 국경없는의사회 심리학자의 지원을 받으며 우울증에서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 이름은 나와르(Nawar, 가명)이며 올해 쉰세 살입니다. 제 아들 내외와 세 아이들, 둘째 아들 내외와 다섯 아이들, 그리고 셋쩨 아들까지 다 여기 있습니다.

우리집 근처에서 이라크 군과 IS 사이에 교전이 있었고, 우리는 모두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IS가 밤새 총을 쏘았기 때문에 우리는 잠을 잘 수 없었어요.

분쟁 때문에 우리는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집도 잃고, 전부 다 말이죠. IS가 오기 전까지 우리는 멋진 삶을 살며 천국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렇게 피난민이 돼서 집을 떠나게 된 거예요. 우리가 떠난 지 벌써 4년이 되었네요.

캠프에 있는 동안 굶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단체들이 와서 도와 주었거든요. 하지만 모든 것을 잃어 버려서 우울해졌습니다. 전에는 농장도, 차도, 집도 있었는데, 그들이 다 빼앗아 갔습니다. 그들은 우리 집에 들어와 모든 것을 가져가서는 전부 부숴 버렸어요.

그곳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천국 같았죠. 하지만 결국 우리는 겁에 질려 달아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을 떠난다는 것은 정말 치욕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배를 타고 오다가 아이들 몇몇은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5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이동하기도 했어요.

캠프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따뜻하게 맞아 주었고, 지금은 편안하게 지낸답니다. 하지만 누구도 우리가 행복하다고 말하지는 못할 거예요. 우리가 심은 나무, 우리가 기른 벌들과 함께 살고 있지 않으니까요.

저는 친척들, 특히 사촌들이 그리워서 우울증에 빠졌습니다. 제 사촌 3명은 살해당했는데, 그중 1명은 판사였어요. 아르빌에 살다가 가족들과 함께 집에 돌아오기로 했는데, 무장 단체에게 붙잡혀서 세 명 모두 살해당했습니다. 제가 우울과 슬픔에 빠지게 된 건 그 이유 때문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에 대해 물었더니 사람들은 제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 주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를 방문해서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일주일에 몇 번씩 국경없는의사회를 찾아가 심리학자 분에게 제가 겪고 있는 문제를 설명했습니다. 저는 여기 와서 우울한 기분을 느끼고 숨쉬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이웃들에게도 찾아가 보고, 집 밖에도 나가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라고 조언해 주시더군요. 호흡 문제는 고쳤습니다. 나쁜 꿈 때문에 많이 괴로워했는데, 심리학자 분이 도움이 될 만한 행동들도 알려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