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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빽빽한 고무보트에서 환자 39명을 긴급 대피시킨 국경없는의사회

2018.04.02

3월 31일, 고무보트에 탄 난민들을 구조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명령을 받은 국경없는의사회는 하는 수 없이 리비아 해양경비대를 기다려야 했다.

3월 31일 오전 10시 32분, 아쿠아리우스 호와 리비아 해양경비대는 ‘이탈리아해양구조총괄센터’(IRMCC)로부터 리비아 해안에서 23~24해리 떨어진 공해상에서 약 120명이 탄 고무보트가 위험에 처했다는 경보를 받았다. 아쿠아리우스 호는 국경없는의사회와 SOS 메디테라네(SOS Méditerranée)가 공동 운영하는 구조선이다.

맨 처음 이 고무보트를 발견한 것은 한 유럽 군용기였다. 아쿠아리우스는 11시에 먼저 현장에 도착했는데, IMRCC는 리비아 해양경비대가 구조를 맡을 테니 아쿠아리우스는 대기하고 있으라고 공지했다.

기다리던 아쿠아리우스 호 선원들은 상황이 나빠지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 사람들로 가득 찬 고무보트가 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던 것이었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와 SOS 메디테라네는 12시 34분경 IMRCC, 리비아 해양경비대 본부, 현장으로 향하던 리비아 해양경비대 선박 등에 연락해, 보트에 탄 모든 사람에게 구명조끼를 나눠 주고 그들의 건강 상태를 살펴보며 상황을 안정화시킬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는 아쿠아리우스 고속단정(RHIB)에 승선해 고무보트에 탄 사람들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신생아 1명, 임산부 1명, 아동과 그 가족 등 총 39명의 취약한 난민들은 아쿠아리우스 호로 긴급 이송되었다.

이로써 환자, 노약자 등 39명을 아쿠아리우스 호로 대피시키는 일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서 두 차례의 활동으로 구조한 253명과 선원들이 타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안전을 우려해 이번 구조를 끝까지 완수하지는 못했다.

오후 1시 52분, 리비아 해양경비대는 아쿠아리우스에게 현장을 떠나라고 했다. 당시 고무보트에는 아직 수십 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오후 2시 9분에 리비아 해양경비대를 통해 리비아로 돌아가게 되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리비아는 안전한 장소가 아니므로 그 어떤 경우에라도 난민과 이주민들이 그곳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유럽의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리비아에서 저지·견제 정책을 이행할 것이 아니라, 난민과 이주민들의 안전을 우선해 줄 것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 지난주 리비아 구금센터를 방문한 후 구금 시설의 상황이 비인간적이며 최대한 빨리 그곳을 폐쇄해야 한다고 밝힌 네덜란드 외교부 장관도 있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3월 31일, 고무보트에 탄 난민들을 구조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명령을 받은 국경없는의사회는 하는 수 없이 리비아 해양경비대를 기다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