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이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병원 내 치료식 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2018년 6월 암 티만
오전 7시 반. 아직 구름 덕분에 열기가 덜하지만 금세 기온이 오를 것이고, 사람들은 그늘을 찾아 나무 밑으로 가서 열기를 식힐 것이다. 차드 동부 암 티만의 하루는 일찍 시작된다. 국경없는의사회가 2006년부터 활동해 온 암 티만 병원은 이른 시간부터 많은 사람들로 분주하다. 병원 소아과 병동에서는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어린 환자들도 모두 벌써 깨어 있다.
암 티만 병원에서 일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야닉 촘켕(Yannick Tsomkeng) 박사는 소아과 병동의 영양실조 치료식 센터에서 진료를 시작한다.
“아동들은 너무 위독한 상태로 병원에 도착하기 때문에 입원 후 24시간 만에 목숨을 잃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식량 부족, 빈곤, 위험한 영양 습관의 첫 번째 희생자가 아동들인 거죠. 치료식 센터는 문을 열고 나서 후 첫 달부터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환자가 많았습니다. 지난주에는 중증 영양실조에 합병증도 있는 아동 46명이 입원했습니다.”
5월,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치료식 센터의 환자 수는 이미 수용 인원을 초과했다. 병상 60개 규모 시설에 5월에만 325명의 영양실조 아동이 입원한 것이다.
이 수는 앞으로 몇 달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치료해야 할 아동들이 이렇게 많고 의료진이 짊어진 부담도 크지만, 사실 이 위기는 낯선 것이 아니다. 이 지역에서 영양실조 아동 수가 이렇게 높았던 것도 처음은 아니다. 매년 5월부터 9월까지 차드를 비롯한 사헬 지역 곳곳에서는 곤궁기 속에서 수십만 명이 극심한 식량 부족을 겪는다. 남은 식량이 적은 상태에서 건기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때마다 나타나는 영양 위기는 살라맛 지역에서 시작되어 다른 지역들로 퍼져 나갔다.
판나(19세)가 생후 9개월 된 아들 무사 곁에 앉아 있다. 무사는 중증 영양실조와 합병증으로 암 티만의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병원에 있는 치료식 센터에 입원했다.
판나(19세)가 아기와 함께 영양 센터 병상에 앉아 있다. 세 자녀를 먹이는 건 판나에게 무척 힘겨운 일이다. 생후 8개월 된 아들 무사를 안고 있던 판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들이 아팠어요. 계속 토하면서 아무것도 못 먹었거든요. 그렇게 나흘이 지나면서 아이는 너무 약해져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병원에 데려오기로 결심했어요. 집에 있는 다른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이렇게 병원에서 며칠을 보낸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무사의 조그만 얼굴에 급식튜브는 너무 커 보이지만 무사는 불평이 없다. 너무 연약해진 나머지 울 기력도 없는 모습이다. 그저 고통 속에서 커다란 갈색 눈을 깜빡이며 주변 사람들을 바라본다. 무사는 중증 영양실조와 합병증으로 입원했다. 판나는 이렇게 말했다.
“병원에서 영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첫째 딸이 영양실조를 앓았을 때도 입원했었거든요. 하루 한 끼 먹는데 늘 양이 부족하다 보니 아이들이 자주 아파요. 수확기가 끝나 버려서 지금은 상황이 더 나빠진 거예요.”
식량 비상사태를 몰고 오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차드는 이미 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 놓여 있는데, 부적절한 영양 관행, 기후 변화, 경작지와 식수에 대한 낮은 접근성, 교육 부족, 미흡한 의료 시스템 등이 사태를 악화시킨다.
2017년에 영양 여건은 급격히 악화되었고 곤궁기는 일찍 찾아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이 때문에 근 90만 명이 심각한 식량 부족 사태에 빠졌다고 한다. 현재 23개 지역 중 12개 지역에서 ‘영양 비상사태’가 선포되었고, 15개 지역에서는 중증 급성 영양실조 유병률이 비상사태 기준치보다 2% 높게 나타났다. 전 세계에서 아동사망률이 6번째로 높은 나라인 차드에서 이처럼 때마다 발생하는 영양 위기의 첫 번째 희생자는 5세 미만 아동이다. OCHA에 따르면, 영양실조는 차드에서 아동 사망을 일으키는 주요인이며, 차드 아동 7명 중 1명은 다섯 번째 생일을 맞기도 전에 목숨을 거둔다.
중증 영양실조에 걸려 암 티만 병원 치료식 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아동
높은 사망률을 해결하기 위해 암 티만 병원 치료식 센터에서는 특별식을 제공해 환자들의 식욕과 반응성을 높이고자 노력한다. 설탕, 기름, 미네랄, 비타민이 함유된 치료식 우유를 제공하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강화된 고단백 땅콩 반죽도 제공한다. 프로그램에 등록된 아동들은 키에 비에 몸무게가 너무 적고 심각한 근육 손실도 보인다. 영양 결핍으로 부종이 나타나 발, 얼굴, 팔다리가 붓는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아동들이 별다른 치료 없이 다시 잘 먹게 되어 퇴원하는 것이 모두의 바람이다.
아동들의 건강 상태가 안정되면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치료와 함께 인지 자극요법을 실시한다. 중증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들은 정신적 • 행동적 발달 지연을 보일 수 있고, 이를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놀이를 통해 정서적 • 신체적 자극을 주면 지적 장애 등 장기적 영양실조로 인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매일 자극요법을 통해 영양 치료를 받는 아동과 부모들과 함께 다양한 놀이를 한다.
암 티만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보건홍보 코디네이터 아야 소노다(ya Sonoda)가 놀이를 통해 중증 영양실조 아동에게 정서적 • 신체적 자극요법을 실시하고 있다.
“회복 과정에서 놀이와 산부인과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날마다 느낍니다. 자극요법 시간에 엄마들도 장난감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놀고, 놀이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과 소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을 하면 정말 감격적인 일이 일어나죠. 아이들이 반응성을 회복하게 되고, 무엇보다도 다시 웃고 함께 놀고 하거든요. 부모님이 함께하도록 하면서 아동들의 정서적 측면을 보살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_ 아야 소노다(ya Sonoda) / 국경없는의사회 보건홍보 코디네이터
차드에서 37년간 활발히 활동해 온 국경없는의사회는 비상사태 발생 72시간 내에 신속히 이에 대응하고 의료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긴급대응 지원처(CERU)를 두고 있다. 살라맛 지역의 암 티만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산부인과 서비스, 신생아 진료, 영양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망둘 지역의 모이살라에서는 아동 • 임산부 사이에 나타나는 말라리아의 예방, 탐지, 치료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로곤 동부에서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난민과 현지 지역민을 대상으로 1차 의료를 지원하는 활동에 착수했다.
곤궁기에 나타나는 영양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영양실조 검사 및 치료를 실시하는 암 티만 보건소 3곳을 지원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8년 10월 말까지 이 활동을 지속하면서 합병증을 안고 있는 영양실조 환자를 치료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암 티만 병원에서 고위험 분만을 하는 산모와 신생아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 활동 또한 2018년 10월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