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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귀환의 행진’ 부상자들에게 남겨진 긴 시련

2018.08.16

지난 4개월 동안 가자지구 내에서 펼쳐진 ‘귀환의 행진’ 시위는 이스라엘군의 치명타를 맞았다. 현재 시위대나 피해자 숫자는 줄었지만, 충돌은 끝나지 않았다. 매주 새로운 총상 환자들이 발생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사태 시작부터 긴급 대응 최전선에서 수술 및 수술 후 치료를 제공했다. 오늘날 국경없는의사회가 마주한 가장 큰 어려움은 복잡한 치료를 요하는 심각한 부상자들이다. 이후 이들의 삶은 영영 달라질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 수술팀이 가자 지구 샤이파 병원에서 총상으로 인해 신경이 손상된 환자의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 Heidi Levine/Sipa Press

가자지구 내 프렌드쉽 병원 수술실. 두 명의 국경없는의사회 외과의가 수술을 하고 있다. 벌써 90분 째. 본래 90분이면 끝나야 했을 수술이었다. 의사들은 수술 도중 예상치 못한 발견에 진땀을 빼고 있었다. 이 환자는 정강이뼈에 이스라엘군의 총알을 맞아 뼈가 산산조각이 났고 큰 살덩어리가 터져나갔다. 원래 계획은 건강한 종아리 근육 중 일부를 가져와 환부를 채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경없는의사회 의사들이 종아리를 열어보니 이 근육 또한 손상되어 있었다. 근육은 파편으로 가득했고 반흔 조직으로 단단해진 상태였다.

두 의사가 맞닥뜨린 이런 환자 상태는 최근 가자지구에서 유행병 수준으로 퍼져있다. 3월 말 이후 ‘귀환의 행진’ 시위로 인해 15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군 총에 맞아 사망했고 4100명이 부상 당했다. 시위 시작 이후 국경없는의사회는 1700여 명의 환자들을 치료했고 이 가운데 대부분은 총상 환자들이었다. 대다수는 지난 4개월 내 23일 동안 발생한 환자다. 시위와 이스라엘군의 대응 사격은 매주 금요일마다 일어났기 때문이다. 충돌은 여전하기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지금도 새로운 환자들을 받고 있지만 규모는 이전보다 작다. 그러나 아직까지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매주 부상 당하고 있으며, 몇몇은 목숨을 잃기도 한다.

마리-엘리자베스 잉그레스 국경없는의사회 현장책임자는 “우리가 보는 부상은 대부분 무릎 아래 개방 골절이며 조직 손실로 인해 혈관과 신경 손상으로까지 이어진다”며 “많은 경우 상처를 봉합하는 데만 해도 여러 번의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렌드쉽 병원 수술실에 누워있는 환자 또한 비슷한 경우였다. 수술을 집도한 정형외과의 카밀 로대는 수술에 앞서 “환부를 안정시키고 뼈가 잘 회복되는지 경과를 지켜보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환자가 총상을 입은 지는 벌써 두 달이나 지났지만 상처는 아직 낫지 않았다. 남아있는 뼈에 고정시킨 외고정 장치를 달고 있었다. 카밀은 “피부 밖으로 튀어나온 뼈 조각을 제거하기 위해 이미 한 차례 수술을 한 바 있다”며 “이번에는 동료 성형외과의와 함께 죽은 뼈가 남아있나 확인하고 상처를 봉합하는 수술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이 이 환자의 두 번째 수술이지만 마지막 수술은 아닐 것이다. 카밀이 맡은 이런 환자들에겐 위험 부담이 크다.

지난 10년 이상 이어진 이스라엘의 봉쇄 정책 및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내분으로 인해 가자지구의 보건 시스템은 불구가 됐다. 특수 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들은 많지만 이는 불가능하기에 많은 경우 환자들은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부상당한 팔레스타인들이 수술 후 치료를 위해 가자지구의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매일 아침, 가자지구 내에 있는 5개의 보건소 앞에는 국경없는의사회 차량이 젊은 남성들을 파도처럼 토해낸다. 사람들은 철로 이은 받침대에 고정시킨 다리를 붙잡은 채 어색한 자세로 차에서 내려온다. 산처럼 쌓인 목발 속에서 하나를 집어 짚고 보건소 문 사이로 나아간다. 안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들로 가득하다.

마가지 캠프에서 온 환자, 래드 보르디니(24세)의 이야기다. 래드는 일주일에 수 차례 클리닉에서 붕대를 교체 받는다. 다리엔 외고정 장치를 달고 있다.

“처음 총에 맞았을 땐 아무 느낌이 없었어요. 전기 같은 게 번쩍이는 것 같더니 갑자기 앉았는데,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다시 일어서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피를 많이 흘리고 있었고 다리가 뒤에서 앞까지 다 찢겨져 무서웠어요.

다리가 많이 아파요. 이부프로펜이나 파라세타몰 같은 걸 많이 먹는데도 아무 효과가 없어요. 다리가 다시 제기능을 하지 못할까 두려워요. 뭔가 잘못됐다는 건 알겠는데,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아서 무서워요.”


다울렛 하미디예(33세)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하는 총상 환자들 중 드문 여성 환자다. 다울렛은 휠체어를 타고 베이트 라히아 클리닉을 찾아 치료 받는다. 5월 14일, 시위가 가장 격렬했던 그 날, 다울렛은 난생 처음 장벽 앞까지 가봤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보고 싶었어요. 가스탄을 맞을 사람들을 위해 물과 향수를 가져다 주려고 갔죠. 총을 맞은 뒤에 인도네시안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눈을 뜨곤 있었지만 보이는 게 없었어요. 하지만 소리는 모두 들을 수 있었죠. 사람들이 내가 죽은 줄 알고 시체 안치소에 놨어요. 10분 뒤에 의사 중 한 명이 내가 살아있단 걸 알아채고 맥박이 짚인다고 소리를 질렀죠.”

다울렛은 일주일에 세 번 치료를 받으러 온다. 외고정 장치는 앞으로 5개월 가량 더 달고 있어야 한다. 다울렛 또한 미래가 두렵다고 한다. “예전과 같지 않을까봐, 걷지 못할까봐 겁이 나요.”
불행하게도 래드나 다울렛의 걱정은 곧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자지구에서 국경없는의사회 메디컬 팀 리더로 일하고 있는 파스칼 마티는 “앞으로 아마도 절단 수술이 많이 이어질 것”이라며 “총상은 결국 총알이 상처로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감염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복잡한 개방 골절 감염 케이스는 환자의 생명에도 위협이 되기에 재건 수술을 할 수 없다면 사실상 절단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이 정도의 심각한 부상에다 감염 위험이 높다면 환자는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 그러나 가자지구의 보건 시스템은 이미 부담이 과중하다. 많은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 모하메드 아부 가자(25세)는 지난 4월 6일 라파 근처에서 총에 맞았다. 무릎이 부서졌지만 병원에서는 매번 퇴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총에 맞고 6일이 지나자, 다음 금요일 시위 때 올 환자를 대비해 나를 퇴원시켰다”며 “열이 나고 고통스러워 매번 병원에 다시 갔지만 사람이 꽉 차서 받아주질 않았다”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를 통해 다른 병원을 소개받았지만 결국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거기서도 일주일 입원 후 다음 환자들을 대비해 또 퇴원시켰다.”

The "March of Return"

2018년 5월, 국경없는의사회 수술팀이 '귀환의 행진' 시위 중 총상 당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가자 사람들이 입는 부상의 영향은 가자지구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과 인력 부담이 크다. 수년 동안 이어진 전쟁과 봉쇄로 인해 이 곳 경제는 무너지기 직전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15~29세 사이 실업률은 60%에 육박하며, 이들은 국경없는의사회 환자의 3분의2를 차지한다. 수입원을 잃은 가족뿐 아니라 실업자가 된 가족구성원을 책임져야 했던 가족들은 더 큰 부담을 지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인 부담만 있는 건 아니다. 다울렛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미용사로 일해왔는데, 아픈 아버지를 돌보는 역할도 해왔다. 다울렛은 “아버지를 이제 도울 수 없다는 게 마음 아프다”며 “이젠 아빠뿐 아니라 나까지 돌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체적 고통과 경제적 스트레스에 더해 사회적인 압박감 또한 많은 환자들에게 정신적 어려움을 안겨다 준다. 다울렛은 “하루 24시간이 힘들다. 그저 집에 앉아만 있다”며 “솔직히 말하자면 내 삶과 가족의 삶은 (부상으로) 망가졌다”고 슬퍼했다.

매 주말 장벽에서는 여전히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여전히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부상 당하거나 목숨을 잃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때로부터 두 달 정도가 지났고 보통 이 정도 기간이 지나면 일반적인 골절 환자들은 회복된다. 그러나 가자지구에 있는 환자들은 부상이 복잡한 경우가 많아 회복이 더디다. 국경없는의사회 정형외과의인 카밀은 “이 곳 환자들은 (회복에) 5~6개월 정도 걸릴 것 같다. 그것도 만약 회복한다면 말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환자들은 세 그룹으로 분류해 볼 수 있는데, 결국 회복될 그룹, 회복하려면 추가 수술이 필요한 그룹, 그리고 회복하려면 앞으로 몇 년 간 특수 재건 수술이 필요한 경우다.” 가자지구에는 특수 수술이 제공되지 않기에 다리 기능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이 많다.

다시 프렌드쉽 병원. 카밀과 동료 의사는 몇 번의 긴장 상황을 겪은 뒤 결국 필요한 근육을 끌어와 상처를 메우는 데 성공했다. 허벅지의 일부를 떼어다 이식해 상처를 봉합했다. 오랜 시간 이어진 수술의 끝이 보이자 수술팀은 조금씩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 카밀은 “이 수술이야말로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예”라며 “하지만 이 곳에서 보는 상처들은 아주 상태가 안 좋기에 환부를 열었을 때 무얼 보게 될 지 모른다”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이 환자가 다른 감염 증세를 보이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 환자뿐 아니라 여러 다른 환자도 그렇겠지만, 봉쇄된 상황에서 뼈를 잃은 이 사람들에게 장기적 미래란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