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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쓰나미 생존자 이야기, “가족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2019.01.02

카리타 보건소의 연락을 받고 이재민 쉼터를 방문한 국경없는의사회 조산사가 임산부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Cici Riesmasari/MSF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 속에 라부안, 카리타 보건소는 의료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이 지원하는 분야는 환자 진료, 감염 예방, 위생 관리, 의료물품 재고 관리 등이다. 이 밖에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지 구급센터와도 계속 연락을 취해 원활한 환자 이송을 돕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이동 진료소들은 라부안, 카리타 지역 15개 마을을 방문했다. 덕분에 그동안 보건소에 가지 못했던 환자들이 부상 치료, 임산부 진료, 출산, 만성질환 및 만성 감염병 치료를 받았다. 그 외에 심리적 응급처치와 심리사회적 지원도 진행되었으며 앞으로 며칠 내에 더 많은 정신건강 지원이 이어질 예정이다. 또한 현장 조사를 실시해 이재민에게 필요한 의료 지원을 확인하고 현지 보건지소, 조산사 등 현지 의료진에게 필요한 사항도 알아보았다. 이 밖에, 추후 진료를 실시하고 지역민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지역사회의 영향력 인사들도 만나고 있다.

12월 31일 현재까지 국경없는의사회는 총 326회의 진료—여자 환자 223명, 남자 환자 103명—를 실시했다. 5세 미만 아동 환자는 45명, 5세 이상 아동은 278명으로 집계되었고, 그 외 미등록 환자도 2명 있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 긴급 대응팀은 임산부 16명을 치료했으며, 15명의 환자에게는 추후 진료도 실시했다. 환자들 사이에 가장 많이 나타난 질병은 상기도 감염, 근육통, 두통, 사고로 인한 외상이었다.

 

생존자 이야기, “다치긴 했어도 모두 살아 있어서 다행이에요!”

딸아이를 둔 서른 살 엄마이자 임신 7개월인 엘리스. 쓰나미 피해를 입었음에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뱃속 아기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엘리스는 가족 모두가 안전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 Cici Riesmasari/MSF

“쓰나미가 닥칠 당시 저는 목욕을 하고 있었어요. 날씨가 너무 습했거든요.”

딸아이를 둔 엄마이자 임신 7개월인 엘리스(30세)가 사고 당시를 떠올렸다.

순다해협에 쓰나미가 몰아닥친 2018년 12월 22일, 엘리스와 가족들은 집에 있었다. 엘리스의 집은 라부안 지역의 라바 캄퐁 해안가에 있었다. 옆집에는 엘리스 부모님이 살고 있었다.

첫 번째 파도가 들이닥쳤을 때 엘리스 남편 푸르완토(35세)는 “쓰나미! 쓰나미!” 하고 소리질렀다. 푸르완토는 엘리스에게 이렇게 외치고 딸과 처가 식구들이 있는 옆집에게 달려갔다. 덕분에 모두가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

“남편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어요. 남편이 저를 찾아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데, 그때 아까보다 더 큰 파도가 집에 몰아닥쳤어요.”

7미터~12미터까지 치솟은 강력한 파도는 근처 전봇대보다 높이 솟구쳐 엘리스의 집을 강타했고, 집은 이내 산산조각이 났다. 양철 지붕이 떨어지는 바람에 푸르완토는 왼쪽 허벅지에 부상을 입었고, 엘리스는 찬장, 책상, 잔해 사이에 끼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배를 안 다치려고 얼마나 조심했는지 몰라요. 딸도 부모님도 전혀 보이지 않고 저를 부르는 남편 목소리만 들려 왔어요.”

푸르완토는 다친 몸이었지만 무사히 엘리스를 구했다. 연로하신 부모님과 딸을 찾지 못한 두 사람은 무너진 집을 뒤로하고 라부안 보건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이 다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부는 내내 두려움에 떨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패트릭이 엘리스의 남편 푸르완토의 상처 부위에 새 붕대를 감고 있다. © Cici Riesmasari/MSF

엘리스 가족을 갈라놓은 쓰나미

엘리스와 푸르완토는 라부안 보건소를 향해 꼬박 2킬로미터를 걸어갔다. 다행히 가던 도중 오토바이를 탄 사람을 만나 보건소까지 같이 갈 수 있었다.

도착해 보니 이미 수많은 부상자들이 와서 치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부는 순서를 기다리면서 가족들 소식을 듣기 위해 계속 수소문했다.

“그날 밤, 딸이 제 언니와 함께 있다는 소식을 드디어 듣게 됐어요.”

이튿날 엘리스와 푸르완토는 심한 부상을 입은 엘리스 부모님을 만날 수 있었다. 그제야 엘리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치긴 했어도 가족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쓰나미 생존자를 돕는 국경없는의사회

엘리스와 푸르완토는 라부안 보건소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스태프에게 치료를 받았다.

“일요일에 라부안 보건소에서 이부 디나(국경없는의사회 조산사)와 산티(의사) 선생님을 만났어요. 두 분이 저와 뱃속의 아이를 살펴봐 주셨어요. 여기저기 멍도 들었고 온몸이 부었지만 다행히 아기는 건강해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계속해서 엘리스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엘리스는 치료 후에도 라부안 보건소에서 사흘을 더 머물렀다. 부상이 심했던 엘리스의 어머니와 푸르완토는 판데글랑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왼손을 다친 엘리스의 아버지도 같은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사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인도네시아 보건부와 함께 청소년 의료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2018년 2월부터 판데글랑에 머물러 왔다. 덕분에 국경없는의사회 응급 의료팀은 쓰나미가 일어난 후 몇 시간 만에 가장 피해가 컸던 라부안, 카리타 지역에 방문해 즉시 보건소 활동을 지원할 수 있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패트릭이 엘리스 어머니의 상처 부위를 치료하고 있다. 엘리스의 어머니는 지난 50년간 이곳에 살면서 쓰나미를 처음 겪었다고 말했다. © Cici Riesmasari/MSF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재민 대피소와 라부안, 카리타 마을 곳곳으로 들어가기 위해 이동 진료소를 운영했다. 이곳에 있던 사람들 대다수는 그동안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했고, 쓰나미 때문에 생긴 상처도 치료받지 못한 상태였다. 활동 8일째 되던 날,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엘리스와 엘리스 언니의 집을 방문했다. 보건소 치료를 받고 온 엘리스, 병원 치료를 받고 온 엘리스 남편과 부모님이 그곳에서 임시로 머물고 있었다.

이동 진료팀은 엘리스, 푸르완토, 엘리스 부모님의 상처 부위를 다시 한번 치료하고 붕대도 새것으로 바꿔 주었다. 엘리스는 이렇게 말했다.

“하루 빨리 머물 곳을 마련하고 싶어요. 지금은 굉장히 고생스럽지만 이런 일 때문에 아기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이제 괜찮아요.”

이번 쓰나미는 인도네시아 반텐, 람풍 주의 5개 지역에 영향을 끼쳤다. 그 중에서도 판데글랑 지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질청(BMKG)에 따르면, 이번 쓰나미는 화산섬 ‘아낙 크라카타우’가 분화하면서 해저 산사태가 발생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2018년 12월 28일 오후 1시 30분,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은 이재민 수가 4만386명에 달하고 그중 80% 이상이 반텐 주 판데글랑 지역 출신이라고 밝혔다. 28일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는 426명, 부상자는 7202명, 실종자는 23명이며, 이 밖에 주택 1,296채가 훼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