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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제르: 니아메에 머물고 있는 이주민에게 의료 지원하기

2019.01.02

국경없는의사회는 니아메에서 이동 진료소를 운영해 마을 곳곳을 다니며 진료를 하고 있다. ⓒAnna Fliflet/MSF

알제리에서 쫓겨난 사람, 리비아에서 돌아온 사람, 본국을 떠나 북쪽(멀리는 유럽)으로 향하는 사람까지, 현재 수천 명이 아프리카 이주의 중심지 니제르에 머물고 있다. 이들은 유럽연합(EU)이 지원하는 이주 관리 체계로 인해 각종 장애물에 부딪히고 추방을 당하고 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는 여러 이주 루트가 만나는 니아메에서 이주민들에게 의료를 제공하고 있다.

 

길 위에서 얻은 질병

국경없는의사회 이동 진료팀은 니제르 수도 인근의 와다타 지역을 날마다 순회한다. 이곳은 버스 터미널과 숙박시설이 많아 이주민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위나 행선지에 관계없이 만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의료를 제공한다.

“진료는 이동 진료소 안에서 이루어지고, 검사가 더 필요한 환자들은 병상을 갖춘 국경없는의사회 센터로 이송합니다. 그보다 상태가 더 위독한 환자들은 우리와 협력하는 현지 보건부 시설로 이송합니다.” _ 하이그 니골리안(Haïg Nigolian) /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2018년 5월부터 11월까지 국경없는의사회는 약 4,500회의 진료를 실시했다. 환자 대다수는 서아프리카 출신으로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지르며 이동하는 이들이다. 환자들에게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질병은 일반적인 통증, 위 장애, 호흡기 감염 등 이동 중에 얻는 질병이다. 어떤 환자들은 여기저기에 고문 흔적이 있어 어떤 일을 당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식량이나 물도 없이 사막에 버려진 채 옆에서 사람이 죽어 가는 것을 목격하고 큰 상처를 받은 이들도 있다.

니아메의 와다타 지역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 ⓒAnna Fliflet/MSF

어떤 질병들은 조기에 치료받지 않으면 점점 심각해져 목숨을 위협하는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마크(26세)가 그런 경우였다. 리비아에서 1년을 보내면서 몇 번이나 감옥 생활을 했던 마크는 가까스로 니제르의 아가데즈로 피신했다. 몹시 아픈 상태에서도 마크는 세네갈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그러나 니아메에서 버스를 갈아타려던 그는 상태가 위독해 탑승을 거부당했고, 그후 국경없는의사회 이동 진료팀을 만났다.

“마크를 우리 의료센터로 이송해 상태를 살펴봤습니다. 진단 결과는 매우 나빴습니다. B형 간염이 심해져 간경변에 암까지 생겼으니까요. 최선을 다해 치료했지만 안타깝게도 마크는 몇 주 뒤에 숨을 거뒀습니다.” _ 니골리안

 

리비아, 알제리에서 당한 폭력

“우리 프로젝트가 돕는 사람들은 주로 리비아, 알제리에서 온 이들입니다. 다들 몹시 지치고 다친 상태로 이곳에 옵니다.” _ 압둘-아지즈 오. 모하메드(Abdoul-Aziz O. Mohamed) / 국경없는의사회 니제르 현장 책임자

국제이주기구(IOM)가 국경지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8년 1월에서 10월까지 6만500여 명이 니제르로 들어왔다고 한다. 이들 중에는 니제르 국경마을 아사마카로 들어온 사람들도 있다. 알제리 당국에 내쫓겨 사막에 버려진 이들은 고통을 견디며 이동한 끝에 결국 아사마카에 도착했다.

“아사마카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거기서 겪은 일이 끔찍한 경험으로 남은 거죠. 식량이나 물도 없이 사막에 버려진 사람들은 옆에서 사람이 죽어 가는 것을 목격하고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_ 니골리안

알제리에서 쫓겨난 사람 중에는 니아메의 아리트, 아가데즈에 잠시 멈춰 몸도 회복하고 다음 여정을 계획하는 이들도 있다. 여기서 그들이 만나는 사람은 악몽 같은 리비아에서 살아 돌아온 이들이다. 지금도 리비아에서는 사하라 이남에서 온 이주민—유럽으로 가려는 사람 또는 철마다 일거리를 찾아 떠나는 사람—에게 폭력, 강탈, 납치를 저지르는 일이 횡행한다.

 

이주민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방문한 국경없는의사회 이동 진료소 안에서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Anna Fliflet/MSF

구호 지원을 대가로 이루어지는 본국 송환

“니아메에 온 이주민들이 적절한 의료 지원을 받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니제르에서는 도움을 준다면서 조건을 달 때가 많습니다. 일단 더 이상 이주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내놓아야 합니다. 폭력과 위험을 피하려고 이주하는 데도 말입니다. IOM 프로그램에 등록해 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그제야 필요한 지원을 해주는 겁니다.” _ 압둘-아지즈 오. 모하메드

본국으로 돌아갈 사람들로 매우 혼잡한 IOM 경유센터 인근에는 작은 임시 캠프들이 즐비하다. 자발적으로 집에 돌아가려는 사람들은 IOM에 등록하려고 몇 주를 기다리는데, 이렇게 해야만 IOM이나 파트너 단체가 제공하는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은 유럽 해안에 들어오는 망명 신청자, 난민, 이주민 수를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고, 그러는 사이에 송환 프로그램들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2018년 상반기에만 무려 만여 명이 니제르를 떠나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들은 국제 보호 요건을 어기고 있으며, 사람들이 이주 도중 당한 폭력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각국이 국경을 걸어 잠근 채 국경을 넘으려는 이주민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지금, 이주민 앞에 놓인 것은 더 길고 고된 여정뿐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85년부터 니제르에서 활동해 왔으며, 현재 니제르 보건 당국과 협력하여 아동기 질병과 영양실조를 치료하고 산부인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4년 말부터는 디파 지역에서 피난민, 난민, 현지의 분쟁 피해 주민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전염병 창궐 시에는 신속히 대응에 나서는 한편, 역학 감시를 통해 현지 보건당국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