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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봉쇄와 격리 속 총상 환자 뼈 감염 치료

2019.09.18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1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시위 중 이스라엘군이 쏜 총에 맞은 후 뼈 감염이 발생한 환자를 치료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뼈 감염은 부상자가 겪어야 하는 어려운 회복 과정을 보다 복잡하게 만든다. 심각하고 복잡한 부상을 치료하는 데는 드레싱, 수술, 물리치료가 몇 달, 길게는 몇 년까지 걸린다. 감염은 환자의 회복을 방해하며, 더 어려운 점은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칸 유니스(Khan Younis) 병원의 격리실 병동에 앉아 있는 19살 아이만(Ayman). 아이만은 이곳에서 항생제 내성이 있는 다리 뼈 감염을 치료받고 있다. 아이만은 2018년 3월부터 가자에서 있었던 시위 중 이스라엘 군의 총에 맞은 7,300명 중 하나다. 뒤로 보이는 달력에 날짜를 하루하루 지워가며 퇴원하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Jacob Burns/MSF

아이만(Ayman)은 병원에서 깨어나 파란 가운과 장갑을 낀 간호사를 보고 자신이 뼈 감염으로 병원에 격리 되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병원에 오기 전까지 뼈에 감염이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수술 후에 격리 되어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이만이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뼈 감염(골수염)이 발생한 수가 1,000명 이상이라고 추정한다. 아이만도 그 중 하나다. 가자지구에서는 시위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으며, 매주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인 7,400명 이상이 실탄에 의해 부상을 입었으며, 그 중 반 정도가 상처 가까이 뼈가 부러지는 개방골절을 앓고 있다.

“개방골절이 있는 경우 치료하는 데 필요한 것이 많습니다. 여러 형태의 수술, 물리치료가 필요하고, 이런 부상의 경우 감염 위험 또한 크기 때문에 상처가 감염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아울리오 카스틸로(Aulio Castillo) 국경없는의사회 가자 의료팀장이 설명했다. “안타깝게도 많은 총상 환자의 경우 부상이 심각하고 복잡한데다, 가자에서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매우 드물기 때문에 만성 감염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1차 테스트에 의하면 이 중 많은 환자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에 감염된 경우가 많습니다.

가자지구 자발리아(Jabalia) 병원의 수술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이 2018년 8월에 있었던 시위 중 이스라엘 군에 총에 맞은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Jacob Burns/MSF

총상은 본질적으로 감염이 되기 쉽다. 더러운 이물질이 피부를 뚫고 들어오기 때문에, 감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상처를 깨끗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자에서 일어나는 부상과 같이 상처가 크고 뼈가 쪼개져 치료가 어려운 경우, 상처가 벌어진 채로 시간이 길어져 감염의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감염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세균이 총상 환자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 많은 항생제를 견딜 수 있는 능력을 발달시킨 경우다. 이것은 주로 지역사회나 주변 환경에서 항생제가 과도하게 사용되었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이는 전세계적으로도 증가하고 있는 문제다.

항생제 내성은 아이만의 경우와 같이 총상만으로도 이미 어려운 치료를 보다 어렵게 만든다. 상태가 호전되기 위해서는 항생제가 필요하지만 일반적인 항생제로는 소용이 없어서 부작용 위험이 높은 강한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 이런 항생제는 훨씬 비싸기도 하다.
또 병원 내에서 저항성 세균 확산을 막고 다른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치료를 받는 동안 1인실에 격리되어야 한다. 입원실에 들어오는 사람은 모두 보호복을 입고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고통스러운 격리기간은 6주 동안 지속된다.

격리된 환자들은 보호복을 입으면 입원실을 나갈 수 있긴 하나, 격리 자체만으로도 극히 어려운 경험이다. 아이만은 "감옥에 갇힌 기분"이라고 말했다. "혼자 있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일반 병실에서는 1년도 있을 수 있지만 있지만 여기서는 떠날 날만을 기다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치료 중인 환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병원에 사회복지사와 상담원을 두고 있다. 사회복지사 아말 아베드(Amal Abed)는 "사람들이 격리되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충격을 받는다"고 전했다. "환자들은 대부분 뼈 감염이 생기면 신체 일부를 절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심리 지원팀은 환자와 함께 앉아 그들의 상태를 설명하고, 환자가 치료 중 주의사항을 충실히 따를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격리된 환자간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말은 "우리는 환자들이 충실히 치료를 받는 동시에 입원실 밖으로 나와 다른 환자와 교류하며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교육은 여러 환자가 함께 참여할 때 더 효과적입니다. 환자 간 교류를 통해 공감대가 형성되며 대화가 시작됩니다.”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올라(Ola)가 가자 자발리아의 병원에서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뼈 감염 치료를 받고 있는 격리 환자의 드레싱을 교체하고 있다. ⓒJacob Burns/MSF

뼈 감염을 치료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힘들지만, 가자지구는 특히 더 어렵다. 10년 이상 지속된 이스라엘의 봉쇄,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내분, 이집트인들의 이동제한 등의 영향으로 보건시스템이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가자지구에서 다른 곳에서는 치료 받기 어려운 환자에게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보건부와 협력해 연구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 연구실은 뼈 감염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어떤 항생제가 효과가 있을지 파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아울리오 의료팀장이 말했다.

이 연구실은 가자지구에서는 뼈 샘플 분석이 가능한 최초의 실험실이다. 이전에는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 각각의 샘플을 모두 이스라엘의 실험실로 보내야 했다. 병원 실험실에서 직원들은 페트리 접시에 있는 박테리아를 키우기 위해 감염된 뼈의 일부를 사용한다. 각기 다른 종류의 박테리아를 자라게 해서 실험을 진행 하는데, 이는 박테리아의 종류를 파악하고, 다양한 항생제에 대한 민감도를 측정하기 위함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테스트는 병원 내 어떤 감염이 있는지, 어떤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아울리오 의료팀장은 "이런 감염을 치료하는 것은 엄청난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 실험실을 업그레이드하고, 병원 병동 두 개를 열었으며, 현재 또 다른 병동을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전문 인력, 공급해야 하는 의약품, 그리고 뼈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의 필요가 매우 크다.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 환자들에게 필요한 수술과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이만은 현재 매일 4시간씩 항생제를 정맥주사로 맞고 있으며, 의료진은 감염 상태가 호전되고 있는지, 약이 부작용을 발생시키지는 않는지 살펴보고 있다. 아이만은 "이전에 제빵사로 일했는데, 일상으로 복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수술이 필요하지만 그는 감염이 완치되기 전에는 수술을 받을 수 없다. 아이만의 앞에는 길고 불확실한 시간이 펼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