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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주도 NATO군 철수 예정인 아프가니스탄, 그러나 암담한 의료 현실

2014.02.27
  • 국경없는의사회, 아프간 내 병원에서 환자 800명 대상으로 조사 진행.
  • 23%가 지난 1년간 가족이나 친구를 폭력으로 인해 잃었으며, 그 이유의 87%는 계속되고 있는 분쟁 때문.
  • 헬만드(Helmand)와 쿤두즈(Kunduz)의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환자 중 40%는 병원에 오고 싶었지만 제때 오지 못하거나 아예 포기한 적도 있다고 답변. 그 주된 이유(74%)는 밤중에 일어나는 교전이나 불안한 치안 때문.
  • 환자 3명 중 2명이 하루 1달러로 생활하고 있지만, 최근에 병에 걸려 치료를 받기 위해 평균 40달러 이상을 지불. 특히 25%는 114달러 이상을 지불.

국제 의료 인도주의 단체 국경없는의사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은 10년 이상 국제 원조와 투자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질적으로 기초 의료와 응급 의료를 받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계속되고 있는 분쟁으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를 따라가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의료 분야는 지난 1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뤄진 국제 구호 중 성과를 이룬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2002년 이후 의료 분야에서 진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현실은 공식 보고들과 크게 다르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이번 주에 발표한 보고서 <말과 현실의 차이: 아프가니스탄의 의료 접근을 위한 투쟁은 여전히 진행 중(Between Rhetoric and Reality: The Ongoing Struggle to Access Healthcare in Afghanistan)>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기초 및 응급 의료가 필요한 민간인들이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3년 하반기 6개월에 걸쳐 헬만드, 카불, 코스트, 쿤두즈 주의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환자 8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아프간 내 의료 상황이 개선되었다는 낙관적인 평가들은 적절한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고통을 간과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크리스토퍼 스톡스(Christopher Stokes)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면담한 환자들 중 19%는 올해와 지난해에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해서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를 잃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을 찾아온 사람들 중 40퍼센트는 병원까지 오는 동안 전투, 지뢰, 검문소, 학대 등을 경험했다고 말했습니다.”

환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아프간 의료 분야에 대한 서류상 기록들과 실제 현실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최근에 병에 걸렸을 때 가장 가까운 공공 의료 시설을 이용할 수 없어서 큰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고 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고 말했다.

스톡스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의 진료소에 의약품과 숙련된 직원, 전기 시설이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자들은 치료비를 지불하느라 빚이 늘고 있습니다. 아프거나 부상당한 친척이 아침까지 생존하여 병원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밤새도록 환자를 지켜봐야 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난 12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느 부문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두고 교전국 정부들이 내린 결정은 안정화나 대(對)게릴라 전략 등, 실질적으로 아프간 국민들에게 시급하게 필요한 것이 아닌 다른 고려 사항을 근거로 삼는 일이 많았다.

그 때문에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분쟁으로 인한 급박한 필요를 충족하기에는 지원이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이번 조사를 근거로, 국경없는의사회는 아프가니스탄 내 국제 후원 기관, 지원 기관, 아프가니스탄 당국이 의료 공급의 심각한 부족에 시급히 대처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스톡스는 이렇게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시들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는 아프간의 여러 지역에서 여전히 분쟁이 격렬히 벌어지고 있으며, 의료 지원의 필요성이 높은데도 제대로 충족되지 못하는 현실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는 말 잔치 뒤에 숨으려고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국민은 냉혹한 현실을 대면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카불 동부 아메드 샤 바바(Ahmad Shah Baba) 병원과 헬만드 주 라슈카르 가(Lashkar Gah)에 위치한 부스트(Boost) 병원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쿤두즈에서는 외과 진료소를 운영하면서 아프가니스탄 북부를 대상으로 인명을 살리는 수술 치료를 제공하며, 동부의 코스트에서도 모자 병원을 운영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모든 지역에서 무료로 의료 혜택을 제공한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아프가니스탄 활동은 개인 후원자들의 자금으로만 운영되며 어떤 정부의 자금도 받지 않는다.

©Mikhail Galustov
무력 분쟁은 시민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직접적인 피해만이 아니라,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렵게 만드는 간접적인 피해도 입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다수 사람들이 상황이 악화될 대로 악화되어 건강이나 생명이 큰 위험에 처한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 
©Andrea Bruce/Noor Images

아프가니스탄 전역의 도로마다 차량 통행이 많고 군용 바리케이트나 검문소가 도처에 깔려 있기 때문에, 의료 시설까지 가려는 사람들이 제 시간에 병원에 도착하지 못하며 몇 시간씩 도로에서 시간을 보낼 때도 있다. 도로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폭력 상황에 휘말릴 위험이 커질 뿐만 아니라 이동 비용도 증가한다.
©Mikhail Galustov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라시카르가(Lashkar Gah) 지역의 부스트병원(Boost Hospital)에서는  무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사진 속 남성은 딸 파티마(Fatima)의 치료를 위해 집에서 80km나 떨어진 이곳 병원까지 어렵사리 찾아 왔다. 250개의 병상을 갖춘 부스트병원은 지역 주만 100만 명을 대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지역은 분쟁으로 가장 극심한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