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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니: “사람들은 여전히 홍역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합니다.”

2014.02.26

1월14일 기니의 수도 코나크리(Conakry)가 전염병 위험 지역으로 선포된 후, 국경없는의사회는 2월 8일 토요일, 이 지역에서 홍역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주에 걸쳐 생후 6개월에서 10세 사이의 유아 및 아동 약 50만 명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할 계획을 실행했습니다.

헬리마토우 토우레(Halimatou Touré)는 돈카(Donka) 병원에 온지 5일이나 되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입술을 꽉 다문 그녀는 아들 오우마(Oumar)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오우마의 몸에는 반점이 선명하다. 갓 두 살을 넘긴 이 작은 아기는 벌써 체중이 줄었다. 염증으로 입이 헐어 지난 2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아이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바로 홍역에 걸린 것이다. 선진국에서야 홍역이 대단치 않은 병이지만 이곳 기니에서는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아이가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어요. 그래서 우리 아기가 홍역에 걸린 거고요.” 헬리마토우는 분통을 터트린다.

소아과병동은 늘 분주하다. 홍역으로 병원을 찾는 아동이 매일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3개의 병동만으로 환자들을 모두 치료하기에는 버거워질 것이다. 오우마처럼 이곳에서 치료를 받는 아동 중에는 제때 제대로 진단을 받지 못해 합병증이 생긴 경우도 있다.

나모리 케이타(Namory Keita) 박사는 이 비극적인 상황을 애통해한다. “병을 직접 치료하려다가 너무 오랜 시간을 지체하고 병원에 오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니 사람들은 아기에게 야자로 만든 술을 주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아이 몸에 반점이 나타나거나 합병증에 걸린 후에야 뒤늦게 병원을 찾습니다. 홍역이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는 병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잊어버리곤 합니다.”

나모리 박사의 전화벨이 울린다. 예방접종 활동지 중 한 곳에서 홍역 환자가 발견된 것이다. “이게 제가 하는 일입니다. 연락을 받으면 현장에 가서 아이의 상태를 살펴보지요. 먼저 현장에서 아이를 진찰하고 병세가 심각하면 이곳 돈카 병원처럼 보다 위중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전문 병원으로 이송해야 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작은 사원 그늘 아래 예방접종 진료소를 세웠다. 진료소는 조밀한 도시 마탐 (Matam)에서 살아남은 커다란 망고 나무 두 그루 아래 자리를 잡았다. 붉은색 교복을 입은 근교 학생들이 교사의 인솔 하에 일렬로 줄을 서서 이곳을 찾아왔다. 학생들이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지역 공무원이 확성기를 들고 질서를 잡는다. 그는 “우리는 이곳에서 하루에 1000~1300명에게 예방접종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홍역에 걸린 아동 7명을 발견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아주 많은 아이들이 이곳에 오고 있어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 국경없는의사회 직원과 저는 홍역에 대한 인식 제고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저는 새벽 5시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여러 학교와 운동장, 사원 등에서 홍역 예방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기니에서 홍역은 더 이상 낯선 병이 아니다. 2009년, 홍역이 기니를 휩쓸어 10명의 아동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예방접종이 보편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아직도 예방접종을 받지 못한 아동이 많다. 전체 기니 아동 중 절반을 조금 웃도는 정도만 예방접종을 받았다. 전염병을 막으려면 95% 이상이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라토마(Ratoma), 마토토(Matoto), 마탐 등 위험 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의 부모들이 자녀에게 예방접종을 해주기 위해 대대적으로 국경없는의사회 예방접종 진료소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