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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 폭력의 두려움과 열악한 환경으로 점철된 대규모 실향민 캠프의 삶

2020.12.16

남수단 벤티우의 버려진 상점과 공장에서 머물고 있는 실향민 가정. ©Jan Grarup

남수단 북부 벤티우(Bentiu)의 유엔 민간인 보호구역(PoC), 부들(종이 재료로 주로 쓰이는 아프리카산 풀)과 플라스틱 시트로 만든 거처에서 한 여성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43세 니아말(Nyamal)*은 죽과 비슷한 전통 음식을 만들고 있다. 밝은 노란색 치마를 입은 니아말은 입구 옆 작은 의자에 걸터앉았다. 밖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바닥에 피운 불 위의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다.

"예전에는 벤티우에 있는 비므루크(Bimruok)에 살았는데, 아이들에게 안전한 곳이 아니어서 2014년 이곳 민간인 보호구역으로 왔어요. 우리는 전쟁 지역에서 살 수 없었습니다. 교전이 일어나면 모두가 죽을 수도 있어요.”_니아말 / 벤티우 민간인 보호구역 거주민

2013년 12월 남수단에서는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니아말처럼 고향 마을을 떠날 수 밖에 없었고, 다른 지역에 있는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 기지로 피신했다. 벤티우는 현재 가장 큰 규모의 민간인 보호구역으로, 니아말과 같은 상황에 처한 약 97,300명이 거주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지역사회의 각 거처를 방문해 설사, 말라리아 등 지역에서 흔히 발생하는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에 대해 알린다. 니아말이 머물고 있는 거처는 다른 곳보다 조금 큰데, 두 개로 나뉜 공간에 침대 세 개가 있고, 이곳에서 온 가족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가운데에는 음식을 만들거나 물통과 생활용품을 보관하는 복도가 있다. 화장실이나 씻을 곳은 없고, 빛도 잘 들지 않는다.

유엔이 주둔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2018년에는 한 무장단체가 니아말의 거처에 침입해 가족을 위협하고 모든 소지품을 빼앗아 갔다.

"그 이후로 저는 잠을 잘 이루지 못했어요. 항상 누군가 침입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돼요.”_니아말 / 벤티우 민간인 보호구역 거주민

벤티우 민간인 보호구역 내 나무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Jan Grarup

 

열악한 생활 환경과 예방 가능한 질병

국경없는의사회는 벤티우 민간인 보호구역에서 116병상 규모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병원에는 입원병동과 소아 및 성인 환자를 위한 응급실, 수술실 등이 있다. 수술 환자 중에는 격렬한 충돌과 전투가 지속되고 있는 종글레이(Jonglei) 주(州)의 피에리(Pieri)나 란키안(Lankien)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에서 항공기로 이송된 환자도 있다.

병원에서는 분만 합병증 등 산모 관리를 비롯해 성폭력 생존자 치료, 정신건강 치료, HIV/에이즈, 결핵, 영양실조 치료 등도 제공한다. 2019년 이 시설에서 민간인 보호구역 내외의 환자 4만9000여 명이 치료를 받았다.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 국경없는의사회는 8만 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했는데, 대부분 말라리아와 호흡기 감염 환자였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지역사회가 사용하는 식수 보어홀(깊이 30미터 이상의 관 우물)을 관리하고 비누 등 위생용품도 보급하고 있다.

2019년에는 민간인 보호구역의 생활여건을 평가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2020년 3월 마친 이 조사에 의하면 배변 후 세척을 위한 물동이를 가지고 있는 가정이 60% 미만이었다. 이러한 열악한 생활환경은 설사병, E형간염, 콜레라, 장티푸스, 트라코마(눈의 결막질환), 피부 감염 등 건강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많은 경우 식수∙위생 개선으로 예방할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는 계속해서 이곳의 식수∙위생 개선을 촉구해왔다.

 

한 소년이 벤티우 민간인 보호구역 외부의 작은 개울에서 물을 긷고 있다. ©Jan Grarup

 

벤티우의 여성 보호소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 ©Jan Grarup

가장 취약한 것은 5세 미만 아동이다. 2020년 한 해 동안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 입원한 5세 미만 아동 중 562명은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였다. 예방 가능한 다른 질병을 가진 경우도 많았는데, 이것은 주로 산모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조산을 했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생계를 위해 민간인 보호구역 밖에서 장작을 모으거나 다른 육체노동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돌볼 수 없습니다. 이것이 가족을 위해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곳 아이들은 잠을 자거나 놀 수 있는 깨끗한 장소가 없습니다. 영양실조와 함께 만성질환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면역력이 떨어져 다른 질병에 더 취약해집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우리는 병원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의 9%를 잃었습니다. 매우 괴롭고 걱정스러운 일입니다." _필리페 마넨고 (Philippe Manengo) 벤티우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코디네이터

벤티우 민간인 보호구역에 머물고 있는 한 소녀. 유엔 헬리콥터가 캠프 인근 착륙지점에서 이륙하고 있다. ©Jan Grarup

 

남수단 벤티우 민간인 보호구역 거주민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를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 데려오기 위해 손수레를 이용하고 있다. ©Jan Grarup

 

벤티우 민간인 보호구역을 둘러싸고 있는 철조망 사이로 아이들이 지나가고 있다. ©Jan Grarup

 

벤티우 민간인 보호구역의 하수장에 앉아 있는 소년. ©Jan Grarup

 

불확실한 미래

2018년 체결된 평화 협정 이후 실향민들의 지역 복귀를 둘러싼 논쟁이 재개됐다. 2020년 7월 유엔남수단임무단은 국가 내 5개 민간인 보호구역을 인계하는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캠프 자체는 유지되지만 관리와 안보의 책임이 유엔에서 국가 정부로 이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발표 이후 이미 이동이 시작된 보르(Bor)와 주바(Juba) 민간인 보호구역의 거주민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유엔군이 철수한다는 사실을 전해 듣지 못했고, 이후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벤티우에서도 환자와 다른 지역 주민들로부터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캠프가 더 이상 유엔의 보호를 받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안전과 보안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30세 여성 니야코앙(Nyakoang)*은 국경없는의사회 산부인과 병동을 몇 번 방문했다. 니야코앙은16 평방미터의 방 하나에 다른 세 가구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총 여덟 명이 한 공간에 거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는 것은 제 아이들과 제 자신을 위해서도 무척 힘듭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학교도 갈 수 있는 곳, 제 스스로도 못다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요.  교육은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_니야코망 / 민간인 보호구역 거주민

"유엔은 이곳에 사람들을 모아 놓고 이제는 이 현장을 떠난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떠나면 이곳에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그들은 언제 떠나는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설명해주지 않았어요. 우리가 안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_ 루브코나나(Rubkona) 출신의 50세 여성 니아쿠오스(Nyakuoth)*

이런 불확실함 속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팀은 벤티우 주민을 위한 의료 지원은 유엔의 보호 여부와 상관없이 지속될 것임을 지역사회에 알리고 있다.

 

남수단 벤티우의 버려진 상점과 공장에서 머물고 있는 실향민 가정. ©Jan Grarup

 

벤티우 외곽의 폐허에서 머물고 있는 실향민 가정. ©Jan Grarup

 

*개인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