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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소식: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 코로나19 대유행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2020.12.15

 

 

국경없는의사회는 어떤 기준으로 활동 지역을 정할까요?
팬데믹 초기와 현재 대응 방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코로나19 대응의 우선순위는 무엇일까요?
오늘은 크리스틴 자멧(Christine Jamet) 국경없는의사회 제네바 운영본부 운영국장의 인터뷰를 통해
국경없는의사회 코로나19대응 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1. 코로나19가 세계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각 지역이나 국가에서의 대응을 어떻게 결정하나요?

스위스의 국경없는의사회 제네바 운영본부는 팬데믹 초기에 긴 논의를 했습니다. 우선 (활동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구축해야 했죠. 활동 지역이나 전개 방식, 가장 취약한 계층이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에는 위험 요소나 감염 경로 등 확실한 것이 없었습니다. 기존 활동 지역이 더 취약할 것이라 전제했죠. 그래서 이런 전제에 따라 코로나19 대비에 있어 과밀집된 난민 캠프와 실향민 캠프 등을 최우선 순위로 두었습니다. 멕시코 국경의 이주민, 그리스의 이주민, 탄자니아나 케냐의 난민 등 이미 취약한 인구를 최우선 대비 활동 대상으로 정했습니다. 이들 사이에서 감염이 발생하면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는 당시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그래서 접근 방식과 의사 결정을 조정했습니다. 활동 지역에 감염이 확인되면 그때 현지 역량을 확대하기로 했죠. 일례로, 수단의 하르툼에서 대규모 코로나19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현지 수용 및 지원 여력이 부족해 수직적 개입 방식을 취했죠. 다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는데 감염 예방 및  통제(IPC) 전문지식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역량을 지원했습니다. 결국 과밀집된 환경의 인구에 집중될 것이라는 초기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대규모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죠. 코로나19는 오히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매우 빠르게 확산됐어요.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는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것. 오늘의 결정을 무조건 확대 적용할 수 없다는 것. 지역별 상황을 기민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 각 맥락을 살펴 사례별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2. 코로나19대응에 있어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 단체로서 국경없는의사회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요? 주요 의료 구호 활동은 무엇인가요? 

활동 초기부터 코로나19와 관련해 최우선순위는 우리 활동가의 안전과 보호였습니다. 이들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의료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도록 모든 예방 및 보호 조치를 지원하는 것이죠. 두 번째 우선순위는 진료소에서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하고 운영하는 것이었습니다. 진행 중인 모든 프로젝트에 감염 통제 조치를 도입하는 것이 두 번째 우선순위였죠. 모든 프로젝트에 필수로 도입했습니다. 환자가 의료 시설을 방문할 때 감염 위험이 없도록 말이죠.
첫째 우선순위는 활동가를 제대로 보호하는 것이었습니다. 보호용 마스크, 가운, 고글 등을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둘째는 의료 시설의 체계를 정비해 방문하는 환자의 감염을 유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환자들은 여러 치료를 위해 방문하는데, 이들의 시설 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없어야 했습니다. 그것이 저희의 두 가지 최우선순위 였습니다. 다음 우선순위는 기존 의료 서비스 제공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입니다. 물론 코로나19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말라리아는 치료 시기를 놓치면 코로나19보다 치사율이 높습니다. 현재 아프리카에는 홍역 등 심각한 질환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저희는 모든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역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현재까지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3. 국경없는의사회가 코로나19 대응을 펼치고 있는 국가에서는 지역 정부나 보건부와 어떻게 협력하고 있나요?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이 특별했던 이유는, 처음으로 모두가 같은 입장이 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바이러스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어떠한 치료가 필요한지, 얼마나 확산될지 아무도 몰랐던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활동 지역에서 의료 전문가 사이에 동등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 대비책을 강구하고 실행 및 조치 방안을 찾아야 했고, 지역별 특징도 반영해야 했습니다. 활용 가능한 물자, 실행 가능한 검사 종류 등 특히 초반에 고민이 많았죠. 보호 장비 공급 여력도 반영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관계자 간에 시너지가 발생했습니다.
보건 당국, 국경없는의사회, 기타 단체, 유엔 기구 등 모두가 활동 대상을 위해 협력하여 제한된 자원의 효용을 극대화하고자 했죠. 이런 관계 구축은 특별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현장에 도착하면 전문지식을 증명해 보인 이후 해당 국가의 방침에 영향을 주는 방식입니다. 코로나19의 경우 아무도 확실한 정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최선의 대비 역량을 갖추기 위해 진정한 협력관계가 기반이 되었고 이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이번 상황은 앞으로의 협력 방식을 바꿀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두 동등한 위치에서 각자가 가진 역량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앞으로의 활동 방식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국경없는의사회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전반적으로 대응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나요?  

국경없는의사회의 기여는 평소와 상당히 달랐는데요, 두 가지 맥락에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선, “서구”라 불리는 지역에서 활동했다는 점이 달랐죠. 서구에는 대규모 전염병 대응, 전염병에 대한 공중보건 관리가 부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규모 전염병 대응 전문지식을 집중적으로 제공했습니다. 감염 통제, 환자 이동, 의료 서비스 조직 등 전문지식 공유가 대부분 서구 국가에서 가장 중요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제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단체였습니다. 이미 활동 중이었던 지역의 경우 전염병 대응을 이미 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건 당국이나 협력 기관이 우리를 신뢰하고 지원을 요청할 수 있었습니다.
즉 우리가 활동하고 있던 지역에서는 비교적 익숙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었죠. 반면 서구 국가는 전염병 대유행 경험이 부재하기 때문에 우리의 전문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특히 중요했습니다. 코로나19는 대규모 유행으로 이어졌는데, 유행병에 대응하는 광범위한 공중보건 접근은 서구에서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2차 대유행에서 이것을 체감하고 있어요. 서구 국가들의 지원 요청 내용도 크게 달라졌죠.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 등 기존 활동 지역에서 우리는 상황 조사와 판단 등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코로나19에 대비하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치명률이 높지 않다, 그러니 현장에서 실제로 피해가 심각한 질병을 중점으로 한 대응으로 체제를 재정비하겠다.” “홍역이나 말라리아에 집중하겠다.” 저희는 이러한 대응 방식을 취했습니다. 현재 코로나19의 사망률은 다른 질병에 비해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홍역이나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는 매일 발생합니다.  기존 활동 지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의 역할은 여러 주에 걸친 관찰에 기반하여 모든 관계자와 협력 단체 및 지역사회를 설득하는 것입니다. 코로나19에 모든 자원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고 설득하죠. 예방접종도 지속해야 하고 말라리아 관련 물자 공급과 치료 제공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이러한 활동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물론 두세 달 후에는 상황이 바뀔 수도 있지만요.
하지만 지금은 일반 의료 서비스를 유지하고, 여성 성•생식 보건 프로그램, 안전한 임신중절 수술, 말라리아 치료 등 일반 진료 제공을 지속해야 합니다.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코로나19에 많은 관심과 노력이 쏠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마주하는 대부분 지역에서  주민들의 사망 원인은 코로나19가 아니라 다른 질병입니다.


5. 코로나19 대유행은 얼마나 이어질 것이라 예상하나요?

대유행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이론적으로는 집단면역이 생길 때까지 지속될 것입니다. 저로서는 단언할 수는 없지만 곳곳에서 2차 대유행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끝나진 않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죠. 일반적으로는 몇 주, 몇 달, 어쩌면 몇 년에 걸쳐 지켜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코로나19를 다른 질병과 같은 신규 질병으로 간주합니다.
매번 그렇듯 각 질병에 맞게 대응 방식을 조정하고 잠재적 확산 규모를 축소하려 노력하죠. 다른 모든 질병과 마찬가지로 관련 의료 서비스에 포함시켜야 하는 것이죠. 진료소에서 통합하여 모니터링하고 추적, 관찰해야 하는 새로운 전염병입니다. 얼마나 오래 갈지를 예상해 본다면 사실 여름에도, 더운 나라나 추운 나라에서도 종식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사람들이 외부 활동을 줄이고 실내에 머물고 있죠. 종합해 봤을 때 한동안 지속될 것 같습니다. 언제 종식될지 현재로선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 바이러스가 이동할 개체가 없어져야 끝나는데, 현재는 아직 감염되지 않은 인구가 더 많습니다. 그러니 한동안은 계속된다고 봐야 합니다.

 

6.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가 많습니다. 조만간 백신이 나올 것으로 보이나요? 사용 승인을 받은 백신을 세계 인구 대다수가 접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주 중요하고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많은 백신이 개발 중에 있죠. 대략 200개의 백신이 개발 단계에 있는데요. 국경없는의사회는 그중 사용 가능한 백신은 11개라고 봅니다. 백신은 머지않아 출시될 것입니다. 하지만 백신의 질, 효과, 관리의 용이성 등이 불확실합니다. 최근 들은 소식으로는 가능성이 큰 11개 백신 후보 대부분이 2번 접종해야 하고, 일부는 초저온 냉동 보관 관리를 요합니다. 그렇다면 대규모 예방접종 캠페인은 불가능합니다. 최소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지역에서는 실행이 매우 어렵습니다.
백신 공급도 문제입니다. 연구 및 개발에 투자한 국가에 공급이 먼저 이루어져 자국 인구에 우선적으로 접종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백신이 출시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일하게 구매력이 있는 인구가 우선권을 갖게 되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팬데믹을 통제하려면 최대한 많은 인구를 예방접종해야 합니다. 특권층 위주로 공급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액셀러레이터, 코로나19 의료 도구 접근성 등 전 세계의 코로나19 관련 이니셔티브를 옹호하는 활동을 합니다. 인도적 긴급 구호를 위한 최소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진의 우선 접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전방에서 대응하고 있는 의료진이 감염되면 의료 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의료진은 당연히 최우선 접종 그룹에 해당합니다. 전 세계 모든 의료진을 우선 접종해야 합니다. 우리가 활동하고 있는 국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미국, 인도 등에서도 확산이 심각합니다. 이러한 국가에서도 의료진을 우선 접종해야 합니다. 그래야 의료 체계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개인도 보호해야 하지만 의료 체계를 보호해야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