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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폭력을 피해 수단으로 이동한 에티오피아 난민에 의료 및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국경없는의사회

2020.12.03

 

에티오피아 난민이 강을 건너 수단으로 들어오는 함다옛 국경 횡단 지점. ⓒ Jason Rizzo/MSF

지난 11월 4일, 에티오피아의 총리는 군기지가 공격을 받은 이후,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주의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 (Tigray People’s Liberation Front; TPLF)에 대한 군사작전을 명령했다. 이 지역에서는 최근에 갈등이 고조되며 수만 명의 주민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에티오피아의 다른 지역까지 불안정해질 위험이 있어 잠재적으로 심각한 인도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다. 

11월 7일을 기점으로 에티오피아 주민이 대거 수단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11월 25일 기준으로 등록된 난민이 42,000명이라고 발표했는데, 등록되지 않은 사람도 많기 때문에 실제는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난민은 세 곳을 통해 수단으로 유입되고 있는데, 주요 도착 지점은 수단 동부의 타살라(Kassala) 주 함다옛(Hamdayet)으로, 3분의 2(68%)가 이곳으로 도착하고 있다. 약 3분의 1(30%)은 남동부 게다레프(Gedaref) 주를 통해, 소수(2%)가 남부 블루나일(Blue Nile) 주를 통해 수단으로 들어오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함다옛과 게다레프 주에서 긴급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와 수단의 국경을 가르는 함다옛 인근의 강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최근 몇 주 사이 수천 명의 에티오피아 주민들이 폭력 상황을 피해 안전한 곳을 찾아 강을 건너 인근 국가 수단으로 이동했다. ⓒ Jason Rizzo/MSF


카살라 주 함다옛 국경 횡단 지점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함다옛 국경 횡단 지점에서 활동하며, 에티오피아와 수단을 가르는 강을 건너는 사람들을 직접 목격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물품을 챙길 겨를도 없이 급작스럽게 대피해야 했다고 말했다. 모든 소유물들을 뒤로하고 수단에 도착하기까지 몇 시간, 때로는 며칠을 혹독하고 건조한 환경에서 걷고 또 걸어야 하는 것이다. 

수단에 도착하면 대부분 난민은 함다옛 경유지와 접경 지역에 이르게 되는데, 이곳은 거처와 식량 및 위생, 깨끗한 식수가 부족한 상황이다. 함다옛의 난민들, 특히 거처가 없는 경우, 도로 인근이나 나무 밑에서 노숙을 하거나 마을의 시장가에서 지내고 있다. 일부는 지역주민 가정에서 지내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수단 국경의 지역주민들이 인근국가 에티오피아에서 피신오는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지원해 주고 있다. 

남겨진 가족을 데려오거나 소유물을 가져오기 위해 다시 국경을 넘어 에티오피아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일부는 자산을 팔아 돈을 마련한 다음 다시 수단으로 오기 위해 에티오피아로 돌아가고 있으며, 원래 에리트레아 출신으로 에티오피아로 피난 갔다가 에티오피아에서 다시 수단으로 온 사람들도 소수 존재한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임시 진료소에서 수단에 새로 도착한 에티오피아 난민의 영양 상태와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 Jason Rizzo/MSF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11월 16일 함다옛에 처음 도착했고, 3일 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급증하는 난민 수에 대응하여 횡단 지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우선 의료 서비스와 보건증진, 정신건강 지원을 제공하고, 새로 유입되는 난민의 영양 상태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또한 식수∙위생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최근 설치한 진료소에서는 매일 300여 회의 진료를 제공하고 있는데, 가장 흔하게 발생한 질환은 호흡기 감염과 말라리아, 설사였다. 부상을 입은 소수의 난민과 젠더 기반 폭력을 경험한 난민도 치료를 받았으며, 결핵 등 만성 질환으로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도 많았다.

사람들이 함다옛 국경 횡단 지점에서 게다레프의 움라쿠바 캠프로 긴 여정을 떠나기 위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 Jason Rizzo/MSF

게다레프 움라쿠바(Um Rakuba) 난민 캠프

유엔의 심사와 등록을 마친 이후, 함다옛으로 유입되는 사람들 중 일부는 버스를 이용해 게다레프 주의 움라쿠바 캠프로 이동한다. 이 캠프는 지역 내에서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에티오피아 난민을 위한 캠프이며, 국경에서 차로 7-8시간 거리에 있다. 이 캠프는  10,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이미 8,000명 이상이 유입되었다. 난민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추가적인 난민 캠프 설치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난민 캠프의 위생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화장실이 충분하지 않아 사람들은 열린 공간에서 배변을 해결할 수 밖에 없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움라쿠바 캠프에서 11월 19일에서 23일 사이 453회의 진료를 제공했고, 주로 설사와 요로감염증을 치료하고 있다. 총상 환자도 두 명 있었는데, 추가적인 치료를 위해 게다레프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심각한 급성 영양실조 환자 15명과 중등증 영양실조 환자 154명에게 영양보충제를 제공하기도 했다. 에티오피아에서 목격하거나 직접 경험한 폭력과 수단으로 피난오는 여정의 혹독한 환경으로 인해 불안증과 불면증 증상을 보인 환자도 있었다.

“11월 3일인가 4일,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쟁이 난 것 같은 굉음이 울렸어요. 저는 왜 전투가 벌어지는지 몰랐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만 봤어요. 나이가 많은 사람들까지도요. 제가 알던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저는 지금 무척 혼란스럽고,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티그라이에서는 젊은 사람이나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모두 덤불 속으로 숨고 있어요. 현재 가장 힘든 건 돈이 없고 먹을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집에서 아무것도 가져올 수 없었어요. 당장 떠나야 했고, 저는 바지 두 벌만 챙겨 올 수 있었어요. 전쟁이 시작되기 전 전기나 전화통신이 끊겼고, 은행도 모두 문을 닫아서 여기엔 아무 것도 가져올 수 없었습니다.”
_ 30대 중반의 에티오피아 남성
 

에티오피아 난민들이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지역의 폭력 상황으로부터 피신해 움라쿠바 캠프로 모이고 있다. ⓒ Jason Rizzo/MSF
현재 국경없는의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주요 문제 중 하나는 비전염성 질환과 만성질환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필요한 물자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현지 단체와 협력하고 있다. 
우리는 에티오피아에서 유입된 난민 중 캠프에서 지내고 있는 의사를 여러 명 발견했다. 인도주의 단체 직원은 난민 캠프에서 숙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이 의사들과 협력해 24시간 의료 지원이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수단 하르툼(Khartoum)에서 관련 당국과 협상해 의료 물자 수입을 용이하게 하고, 긴급 비자 발급 절차를 통해 이 긴급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인력의 입국이 가능하도록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