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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이스라엘의 강압적 정책으로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주민

2023.04.04

마사페르 야타 지역의 허물어진 건물 ©Juan Carlos Tomasi/MSF

팔레스타인 점령지구 내 서안지구 남쪽에 위치한 마사페르 야타(Masafer Yatta)에서는 12개 지역사회에서 569명의 아동 등 총 1,144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강제 퇴거의 공포와 집이 언제든 철거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이동의 제한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스라엘 당국이 팔레스타인 현지 주민에게 가하는 퇴거 압박과 이러한 강압적인 정책이 팔레스타인인의 심신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조명하고자 보고서를 발간했다(영문 보고서 보러가기).

2022년 5월, 이스라엘 대법원은 마사페르 야타의 팔레스타인인을 강제 퇴거시켜 해당 지역을 군사지역으로 만드는 데 방해가 되던 기존의 법적 장애물을 전부 제거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 주민은 언제든 강제퇴거 및 강제이주를 당할 수 있게 됐고, 이스라엘 당국이 해당 지역에서 시행하던 제반 규제가 강화되어 의료서비스 등 필수 서비스에 대한 팔레스타인 주민의 접근성이 더욱 차단되었다.

마사페르 야타 알 마자즈(Al-Majaz) 마을의 한 주민은 현재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가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 전하며, “집과 땅을 잃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마사페르 야타의 주민이 강제 철거된 아들 집 앞에 서 있다. ©Juan Carlos Tomasi/MSF

이곳 주민들은 집에서 강제 퇴거 당할 위기에 더해 폭력의 위협에도 시달리고 있다.

밤에 군인들이 마을을 급습하고, 통금 등 이동 제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민간인 거주 지역 인근에서 군사 훈련이 벌어지기도 하고, 차량이 압수당하거나 집이 강제로 철거되는 일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곳의 주민들은 일상을 살아가는 것조차 버거워 하고 있습니다.”_데이비드 칸테로 페레즈(David Cantero Pérez) / 국경없는의사회 팔레스타인 점령지역 현장책임자

집뿐 아니라 화장실이나 식수 공급을 위한 물탱크 등도 철거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물공급이 정기적으로 중단되고, 식수 운반용 트럭은 지역 내로 진입이 불가능하거나 압수당하기 때문에 충분한 물을 구하기 어렵다. 게다가 마사페르 야타는 사막 지역이기 때문에 비가 자주 오지 않아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또한 이동제한으로 인근 야타(Yatta) 지역의 상점에도 가기 어려운 데다 식료품값도 상승했고, 음식을 구할 수 있다고 해도 신선한 음식에 쓸 수 있는 돈이 없다. 식량 부족은 주민들의 건강과도 직결된 문제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국경없는의사회가 의료지원을 제공하는 지역에 오려는 다른 지역 거주민은 진입을 거부당하기 일쑤다. 또한 마사페르 야타로 들어가려는 구급차를 지연시키거나 아예 막는 경우도 있으며, 병원에 가려는 주민들은 검문소에 발이 묶인 채 기약없이 기다려야 한다. 마사페르 야타 지역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임신 후기의 임신부, 고령의 만성질환자, 위중증 환자 등 의료취약인구는 집과 가족을 떠나 인근 야타 지역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특히 2022년 5~10월,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를 찾는 만성질환자는 전년동기에 비해 27% 감소했는데, 대부분의 환자가 차량을 압수당하는 등 접근성 문제로 인해 정기 후속 진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강압적인 조치로 현지 주민들은 계속해서 안전을 우려해야 한다. 무장한 군인과 군견이 새벽에 집을 급습하여 아이가 놀라 잠에서 깼다고 증언한 주민부터,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집이 강제 철거되어 부모로서 절망감을 느꼈다고 전한 주민까지, 이곳의 부모들은 자식을 보호할 수 없어 무력감을 느낀다.

마사페르 야타의 알 마르케즈(Al-Markez) 지역사회 주민이 두 번에 걸쳐 강제 철거된 집 앞에 서 있다. ©Juan Carlos Tomasi/MSF

이렇게 고통스러운 환경은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급습작전이나 강제 철거를 경험한 주민의 정신건강 지원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국경없는의사회는 2021년부터 마사페르 야타의 주민을 위해 이동진료소를 운영하며 정신건강 지원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왔다. 2022년, 국경없는의사회를 찾은 환자 절반 이상은 정신건강뿐 아니라 신체적 문제까지 겪는 심인성(psychosomatic) 증상을 호소했다. 환자 중 4분의 1은 외상후 증상을 겪고 있었으며 3분의 2는 우울증상을 보였다.

지난 1년 동안 활동하며, 강압적인 환경이 마사페르 야타 주민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보았습니다. 인도주의 기반 의료지원 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러한 이스라엘 정책을 규탄하며, 이스라엘 당국이 팔레스타인인을 대상으로 한 강제퇴거 계획과 의료서비스 등 필수 서비스 접근성 차단을 즉시 그만둘 것을 촉구합니다. 불필요한 고통은 멈춰야 합니다.”_데이비드 칸테로 페레즈 / 국경없는의사회 팔레스타인 점령지역 현장책임자

국경없는의사회는 국제사회가 마사페르 야타 주민과 이들의 인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시급히 필요한 조치를 취하길 촉구한다.

강제 철거된 주거 시설 앞에 서 있는 마사페르 야타의 주민 ©Juan Carlos Tomasi/MSF


국경없는의사회는 2021년부터 이동진료소를 운영하며 마사페르 야타 주민에게 정신건강 지원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했으며, 마사페르 야타가 속한 헤브론(Hebron) 행정구역에서는 1996년부터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곳에서 활동하며 이스라엘 당국의 강압적인 정책이 현지 주민의 삶 곳곳에 미치는 여파를 직접적으로 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