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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지속되는 대피령과 폭격으로 의료 지원 접근성 저해

2024.01.15

지난 세 달간, 가자지구를 향한 이스라엘군의 전면 공격으로 인해 사람들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방법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관련 단체들이 사람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이제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끊임없는 대피령과 의료시설 공격으로 인해 국경없는의사회와 같은 단체들에게는 병원에 환자들을 남겨두고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최근 가자지구에서 활동한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멕시코 외과의가 메신저앱을 통해 이스라엘군의 대피령 내용을 공유했다. ©Aldo Rodriguez/MSF

가자지구 남부 소재 라파(Rafah) 내 몹시 제한적인 지역 안에서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는데 주요 의료 지원을 제공할 방법은 줄어들고 있어 걱정됩니다. 가자지구 공격이 계속되는 탓에 우리는 가자지구 북부와 중부 지역(Middle Area)에 있는 다수의 의료시설에서 대피해야 했습니다. 현재 우리는 다른 지역에서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주로 남부에 국한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병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환자들을 남겨두고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_토마스 로방(Thomas Lauvin) / 국경없는의사회 가자지구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가자지구의 보건 체계는 사실상 붕괴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36개 병원 중 남부 소재 9개와 북부 소재 4개를 합해 총 13개만 아직 부분적으로 가동 중이다. 가자지구 남부 소재 2개 주요 병원은 현재 가용병상의 세 배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으며 기본적인 물자와 연료가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현지시각 1월 6일,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또다시 병원에서 대피해야 했다. 우리 팀은 가자지구 중부 지역 소재 알 아크사(Al-Aqsa) 병원 근처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대피령이 내려진 후 해당 병원을 떠났다. 이러한 강제 대피로 인해 우리는 국경없는의사회 자체 약국에 접근하는 것조차 어려워졌으며, 의료 활동 전개를 위한 환경이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알 아크사 병원 바닥에 누워있는 환자들. 2023년 11월. ©MSF

알 아크사 병원과 우리 환자들을 떠나는 건 정말 참담한 결정이었지만 우리에게 남은 최후의 수단이었습니다. 병원 근방에서 드론 공격, 저격수 사격, 폭격이 가해져 활동을 지속하기엔 병원이 너무 위험한 공간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불안정한 상황 때문에 우리는 무력감을 느낍니다. 심지어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지원할 만한 장소도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_엔리코 발라페타(Enrico Vallaperta) / 국경없는의사회 가자지구 프로젝트 의료팀장

의료시설과 인근 지역이 이스라엘군에게 반복적으로 공격당하고 가자지구 내 여러 지역, 특히 북부에서 대피령이 내려지는 바람에 의료서비스 접근과 제공이 너무 위험해졌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했던 여러 병원에서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가령 가자지구 북부 소재 인도네시아(Indonesian) 병원의 경우 2023년 10월에 대피가 이루어졌다. 또한 11월에는 가자지구 내 최대 병원인 알시파(Al-Shifa) 병원에 공격이 가해져 병원에 있던 직원들은 강제로 대피해야 했다. 그리고 국경없는의사회와 2018년부터 협력관계를 맺어온 알 아우다(Al Awda) 병원 또한 공격받은 뒤 총 세 명의 의사가 사망했다. 그중 두 명은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의사였다.

현재 이러한 패턴이 가자지구 남부에서도 반복되고 있는데, 해당 지역은 전쟁 이전 대비 다섯 배에 달하는 인구를 수용하고 있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장소는 더욱 제한적이다.

가자지구 남부는 11월 임시 휴전이 끝난 이후부터 격렬한 폭격 하에 놓여 있으며, 현재 응급 처치•수술•수술 후 치료 수요가 막대하다. 병원 역량 부족 탓에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열악한 위생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데, 이로 인해 상처 감염 사례가 늘어나고 극단적인 환경에서 의료 시술이 진행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중증 부상 이외에도, 다른 임신부 병상 확보를 위해 제왕절개를 받은 여성 환자 다수가 출산 후 6시간 만에 퇴원한다. 일부는 병원에 발도 들이지 못한 채 텐트에서 출산하기도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가자지구에서 의료서비스 제공을 지속할 것이며 병원•의료진•환자 보호를 촉구한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현재 라파 소재 에미리트(Emirati) 병원에서 산전후 치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라파 인도네시아 야전병원(Rafah Indonesian field hospital)에서는 물리치료와 수술 후 치료를 제공해 가자지구 주민들을 지원하고, 마찬가지로 라파에 위치한 알 샤부라(Al-Shaboura) 진료소에서는 1차 의료 지원 진료•상처 드레싱•정신건강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유럽 가자(European Gaza) 병원의 소규모 수술실을 지원하고 간호사로 이루어진 소규모 팀은 상처 드레싱이 필요한 환자들을 지원한다. 가자지구 북부 소재 알 아우다 병원과 칸 유니스(Khan Younis) 소재 나세르(Nasser) 병원에서는 소수의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이 공습과 근처에서 발생하는 전투 탓에 식량과 의료 물자가 부족해 극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활동하고 있다.

알 샤부라 진료소에서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들이 환자들의 상처를 드레싱하고 있다. 2023년 12월. ©MSF

국경없는의사회는 민간인 생명 보호•인도적 지원 반입경로 복구•가자지구 주민들의 생존이 달려있는 보건 체계 재구축을 위해 즉각적인 휴전을 재차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