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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동부: “여기서 우리는 망연자실해 있고, 너무나도 겁이 납니다”

2016.07.07

2022년 3월 업데이트

2022년 3월 3일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분쟁이 고조됨에 따라 의료 대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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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이 마리우폴에 남아있는 노인 환자 안토노바(84세)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Misha Friedman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분쟁이 발발한 뒤로 2년이 지났지만,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수천 명의 피해자들은 견고한 교전선 근처 지역에 여전히 남아 있다. 2014년 4월 중순 이후로 9300여 명이 숨졌고 2만1500명이 부상을 입었다.[1] 비록 국제사회의 관심에서는 멀어졌지만, 지난해 발표된 휴전 협정은 지금도 수시로 위반돼, 여전히 주기적으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오래도록 이어진 분쟁은 큰 타격을 남겼다. 특히 교전이 최고조로 달하는 시기에 탈출하지 못해 여전히 교전선 부근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연일 일어나는 폭격의 현실 앞에 놓여 있다. 거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남아 있는 노인들이 많은데, 이들은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으며, 만성질환 치료를 위한 필수 의료 지원을 구하기도 매우 제한적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분쟁 지대 부근 지역에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직접 의료 서비스와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극소수 국제단체 중 하나다. 바흐무트(Bakhmut), 마리우폴(Mariupol)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이동 진료소들을 운영하는 한편, 여러 시설에 의약품과 장비를 보급하고 있다. 팀들은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40여 곳을 두루 다닌다. 비어 있는 학교, 마을회관, 버려진 의료 시설을 활용해 진료소를 열기도 하고, 국경없는의사회 의사들이 의료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때때로 지역민들이 자신의 집을 개방해 주기도 했다.

현재 교전선을 따라 자리한 일부 의료 시설들이 복구되고 있는데, 분쟁이 계속되는 지대로부터 마을이 가깝다는 위험 때문에 의료진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몇몇 지역에서는 진료소나 병원에 의약품이 없는 곳도 많다. 의료 시설이 부분적으로 혹은 완전히 파괴돼 버린 곳들도 있다.

만성질환 치료

당뇨, 심혈관 질환 등의 만성질환에 대한 치료 부족은 노인들이 겪는 주된 의료 문제 중 하나다. 교전선 부근 여러 지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심각한 의료 지원 부족으로 생겨난 격차를 메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리우폴과 같이 사람들이 떠난 도시들에서는 실업률도 높고 인플레이션도 심해,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도무지 필수 치료제를 구할 여력이 없다. 필요한 의료 지원도 받지 못하고 지내는 환자들은 합병증에 걸릴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환자 중 절반 이상은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데, 이는 노인 환자 수가 많기 때문이다. 당뇨 환자도 흔한 편이어서, 환자 10명 중 1명은 치료를 받고 있거나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다.

만성질환 치료 지원은 쉽지 않은 일인데, 특히 치안 불안 때문에 항상 접근하기는 어려운 지역들은 더욱 그렇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코디네이터 가브리엘라 다스(Gabriela Das) 박사는 “만성질환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수적입니다.”라며 “위험에 처한 환자들에게 정기적으로 가기가 어렵다면, 다음 진료 때까지 활용할 ‘완충’ 의약품을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합병증을 피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분쟁으로 여전히 집을 떠나 있는 175만 명 중에 연금 수령자는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보통 연금 수령자들은 매달 단 42유로를 받는다. 하지만 만성질환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은 매달 약 14유로 즉, 연금액의 1/3가 드는데, 이 때문에 치료제를 구하지 못한 채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연금 수령자 라이사(Raisa, 80세)는 타람추크(Taramchuk)에 살고 있는데, 이 곳은 교전선에서 가까운 작은 마을이다. 2014년 8월, 폭격으로 집이 파괴된 이후로 라이사는 이웃 집에서 살고 있다. 그 집에 살던 이웃은 분쟁이 격화되자 마을을 떠났다. 라이사는 “여기서 우리는 망연자실해 있고, 너무나도 겁이 납니다.”라며 “이곳 생활은 정말 힘들어요. 어쩔 때는 정말 죽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이렇게 나이 들어 이런 상황을 겪어야 하다니 정말 절망스러워요.”라고 말했다.

사라지지 않는 마음의 상처

지난 2년간 분쟁이 이어진 뒤, 사람들이 겪은 심리적 충격은 곳곳에 배어들어 가족과 지역사회를 갈가리 찢어 놓았다. 특히 노인들은 심리적 충격에 약하다. 많은 노인들이 안전을 찾아 더 큰 도시로 떠나려는 자녀와 손주들과 작별인사를 해야 했고, 이후 아무런 정서적 지지 없이 홀로 남겨진 경우도 많다. 분쟁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불안과 우울은 흔하게 나타난다.

2014년 7월,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 활동의 일환으로 정신건강 지원 활동을 시작했다. 그 이후 국경없는의사회는 약 1만8000회의 개인 상담 및 집단 상담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상당 수가 노인 상담이었다.

쿠라크호보(Kurakhove)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심리학자 빅토리아 브루스(Viktoria Brus)는 “우리가 만나는 노인 분들 중에는, 때때로 너무 겁이 나서 미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라며 “그러다 보니 뭔가를 잊어버리기 시작하고, 입을 닫고 침묵을 지키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분들께 간단한 대처 방법들을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가정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재차 말씀 드리고, 마을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 소소한 것들을 하면서 기분을 나아지게 할 수 있다는 것도 말씀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불안은 국경없는의사회 일원들이 만나는 정신건강 환자 절반 이상에게 영향을 끼친다. 다스 박사는 “우리가 환자들에게서 그렇게 높은 수준의 불안이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분쟁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었기 때문입니다.”라며 “절망감, 미래에 대한 불확신 등도 불안을 일으킵니다. 그러한 스트레스는 다른 질병의 신체적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고혈압 환자들에게서 이런 모습을 자주 봅니다. 치료를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서적 스트레스 때문에 호흡 곤란, 가슴 떨림, 수면 장애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환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의료 지원과 심리적 지원을 병행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라고 말했다.

비정부 단체 통제지역 접근 불가

2015년 10월까지 국경없는의사회는 정부, 비정부 단체 통제지역에서 의료 지원을 하면서 교전선 양쪽에서 활동했었다. 그러나 2015년 10월경, 자칭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내에서 국경없는의사회의 활동 승인이 철회되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통제하는 지역에서만 활동이 가능한 실정이다. 국경없는의사회 우크라이나 현장 책임자 마크 월시(Mark Walsh)는 “우리 팀들이 LPR, DPR 지역을 떠나야 했을 때, 우리 뒤에는 도움이 필요한 환자 수천 명이 남아 있었습니다.”라며 “지금 특히 걱정되는 분들은 당뇨, 만성 신장 질환, 심장 질환, 결핵 등의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분쟁의 양쪽에서 사람들의 필요사항에 대응할 수 있도록, DPR, LPR 지역에서 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지금도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2015년, 국경없는의사회는 교전선 양쪽의 의료 시설 350여 곳에 의약품과 의료 장비를 기증했다. 이로써 분쟁으로 부상을 입은 환자 9900여 명과 만성질환 환자 6만1000여 명이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임산부 5100명이 출산 시에 도움을 받았다. 팀들은 또한 1차 진료 약 15만9900회를 진행했으며, 보건부와 협력하는 가운데 정신건강 진료도 1만2000회 진행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또한 응급 치료를 실시하는 한편 노보트로이츠케(Novotroitske), 자이트세베(Zaitseve), 마요르스크(Mayorsk) 검문소에서 교전선을 넘어가려고 뜨거운 여름 햇볕 아래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돕고자 급수처도 운영한다.

2016년 7월 말, 바흐무트 지역(루한스크 및 도네츠크 북부 지역) 활동 종료

바흐무트와 주변 지역에서 분쟁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의료 및 인도적 지원을 2년간 제공해 온 국경없는의사회는 2016년 7월 말에 활동을 종료할 예정이다. 그 곳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실시하던 활동 일부는 다른 비정부 기구들에 넘겨질 예정이며, 향후 몇 개월 동안은 지원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의료 장비 및 물자를 계속 지원할 예정이다.

 

[1] 출처: 유엔 인권 우크라이나 조사 임무단(UN HRMMU), 우크라이나 인권 상황에 관한 14번째 보고서, 6쪽

http://www.ohchr.org/Documents/Countries/UA/Ukraine_14th_HRMMU_Report.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