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이다. 사실 결핵은 치료가 가능한 병이지만 세계는 지금도 이 병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결핵 진단에서 치료까지, 환자와 의료진 앞에 놓인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아래 문답을 통해 향후 10년간 국경없는의사회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활동할 것인지, 국경없는의사회 결핵 연구그룹 리더 프란시스 바레인(Francis Varaine) 박사에게 들어 보았다.
Q. 결핵과의 싸움에서 현재 우리는 어떤 상태인가요?
이기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2015년 들어 결핵은 HIV/AIDS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감염병으로 등극했습니다.
수치로 보면 2016년에 결핵으로 사망한 사람이 17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그리고 작년에 결핵에 걸린 1040만 명 중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사망자 중 95%가 중소득·저소득 국가 출신입니다. 그런 수많은 나라에서 보건 체계가 큰 부담을 안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고, 결핵이라는 병이 주로 취약한 사람들을 공격한다는 것도 잘 알 수 있죠. 결핵은 난민캠프, 빈민가, 교도소 같은 소외된 공동체에서 높게 나타납니다. 결핵은 또한 HIV/AIDS 감염인의 목숨을 앗아가는 주원인이기도 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결핵은 세계 곳곳에서 취약한 사람들에게 유독 큰 영향을 끼치는 보건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명 국경없는의사회가 주목해야 할 시급한 주제죠.
Q. 국경없는의사회는 지금까지 무슨 일을 해 왔나요?
사실 국경없는의사회는 활동 현장 거의 모든 곳에서 결핵을 만납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25개국 넘는 곳에서 1만5000명~3만 명에 이르는 환자들이 결핵 치료를 받습니다. 30여 년간 결핵과 싸워 온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도 결핵 치료를 실시하는 주요 비정부 단체 중 하나입니다.
지난 10년간 사람들이 주목해 온 주제는 ‘약제내성 결핵’(drug-resistant TB, DR-TB) 치료였습니다. 우리 환자들의 10분의 1은 약제내성 형태의 결핵을 앓고 있습니다.
결핵 치료제 분야에서 과거 50년간 아무런 진전이 없다가 5년 전부터 신약 2종이 시판되었습니다. 환자들과 의료인들에게는 정말 역사적인 순간이죠.
‘베다퀼린’, ‘델라마니드’라는 이름의 이 약들은 많은 점에서 유망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일찍이 이 약들을 도입했고, 이 약들을 사용하는 요법으로 치료받는 대규모 코호트(동일 집단)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경험에 비춰 보면 이 약들은 환자들에게 새 희망을 가져다줍니다. 특히 결핵 중에서도 가장 치료가 까다로운 형태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우리가 치료한 환자들뿐만 아니라, 우리의 경험은 각국 가이드라인, 나아가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을 알리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는 거대한 대양에 물 한 방울 떨어뜨리는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2017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 신약들이 필요한 환자 중 실제로 약을 구한 사람은 전체의 5%도 되지 않은 것으로 추산됩니다.[1]
Q. 그래서 현재 약제내성 환자들의 상황은 좀 나아지고 있나요?
매년 약제내성 결핵에 걸리는 사람이 6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요. 이 병에 걸리면 몹시 힘들면서도 효과는 미미한 치료를 2년간 받아야 합니다. 8개월 동안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고, 복용해야 하는 약도 무려 15,000정에 달합니다. 부작용도 심해서 청력을 잃을 수도 있고 정신병, 신경장애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절박한 와중에 신약 2종을 구할 수 있게 되자 국경없는의사회는 바로 팔을 걷어 부쳤습니다. 현재 우리는 주요 의료 단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endTB 프로젝트, TB 프락테칼 등 2개 임상시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독성이 덜한 약들을 활용해 더 짧은 기간(6개월-9개월) 안에 실시할 더 간단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아내려는 것입니다. 치료는 모두 약으로 복용할 수 있는 형태로 하고, 의약품은 주로 신약 및 용도가 변동된 의약품들을 기반으로 해서 말이죠.
Q. 약제내성을 넘어 결핵 치료 전반에 있어서 전망은 어떤가요?
전체적으로 다 같은 문제입니다. 연구와 혁신이 너무 적다는 거죠. 더 많은 환자들에게 다가가 최대한 빨리 치료를 제공하기란 몹시 힘들고 또 비용도 많이 듭니다.
진단 얘기를 좀 해 볼까요? 지금 세계는 단 몇 시간 안에 폐결핵을 진단할 수 있는 신속 검사도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획기적이죠. 하지만 이 검사를 실행하려면 전기와 냉방이 있어야 되고, 숙련된 직원이 운영하는 진단검사 시설도 있어야 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주요 활동 현장과 결핵 환자 대다수가 살아가는 곳과는 맞지 않는 검사죠. 그래서 아동들을 위한 검사, 폐외 결핵 진단을 위한 검사는 아직까지 적당한 것이 없습니다.
결핵 백신은 앞으로도 아마 20~30년은 더 기다려야 나올 겁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가 이야기를 많이 안 하는 것도 있어요. 추가 내성이 없는 ‘약제감수성 결핵’(drug-sensitive TB, DS-TB)의 경우, 지금도 치료가 어렵습니다. 약제 감수성 결핵은 6개월간 4종류의 약을 활용해 진행됩니다.
기금 조달이 잘 되는 상태에서 소수 환자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면야 이런 부담을 감당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결핵 비상사태를 극복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신약 연구도 우려스러울 정도로 부족합니다. C형 간염이나 HIV의 경우 수십 건의 연구가 진행 중인데 반해, 현재 진행 중인 결핵 연구는 고작 5개뿐입니다.
Q.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인가요?
우리의 목표는 2025년까지 국경없는의사회 모든 프로젝트에서 모든 결핵 환자들에게 간단하고 믿을 만한 진단을 실시하고, 환자들이 잘 견딜 만하고 효과도 좋은 치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국제사회 속에서는 계속해서 변화를 촉구하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 결핵 프로젝트는 다음의 사항을 꼭 지켜야 합니다.
첫째, 치료하는 환자의 범주를 다각화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의 약제감수성 결핵 코호트(동질 집단)는 지난 10년 사이에 규모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환자들을 더 많이 맡을 것입니다. 특히, HIV와 결핵을 동시에 앓고 있는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 결핵 환자 10명 중 1명은 아동 환자인데, 이들을 위한 전담 지원도 필요할 것입니다. 한편, 결핵 잠복 감염에 대한 문제도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에서 다뤄야 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더 나은 치료제와 진단도구 개발을 위한 연구를 촉진하고 장려할 계획입니다.
우리는 지금도 약제내성 결핵 임상시험을 통해 연구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여러 현장 상황에 잘 맞는 진단검사를 위한 획기적인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중장기적으로 이러한 진단검사가 ‘맞춤 케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가 어디서 환자들 만나든, 시골이든 외진 지역이든, 현장에서 환자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약제감수성 결핵은 진단 이후 2개월 안에 치료해야 하며, 약제내성 결핵도 6개월 안에 치료에 들어가야 합니다.
항생제를 사용하는 한 약제내성 문제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래에 맞는 새로운 의약품, 진단검사, 접근법을 실행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이슈라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새로운 도구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거죠. 오늘날 몹시 제한적인 연구 분야는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 더욱 발전시켜야 합니다. 지금도 결핵이 퍼져 나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여러 지역에 필요 자원을 적극 끌어와야 한다는 겁니다.
결핵 위기는 좀처럼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도 물러설 순 없죠! 우리는 앞으로도 우리의 의료적 경험을 동원하고 온 힘을 기울여 결핵 환자들을 위해 계속 싸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