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빈혈을 앓고 있는 주드(Joud, 3세). 국경없는의사회는 시리아 북동부 탈 아비야드 국립병원에서 환자인 주드와 어머니를 만나 치료를 진행했다.
2018년 5월 16일, 시리아 탈 아비야드
국경없는의사회는 시리아 북동부 탈 아비야드 국립병원에서 지중해 빈혈을 앓는 아동 환자들에게 킬레이트 치료를 시작했다. 만성질환인 지중해 빈혈을 앓는 환자들은 7년간의 전쟁 속에 정기 치료, 수혈 등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지중해 빈혈은 시리아 전역과 중동 일부 지역에서 발견되는 혈액 유전병이다. 병에 걸리면 혈액 내에 비정상 단백질이 생성되고 면역체계가 이를 거부하면서 빈혈이 일어난다.
지중해 빈혈을 앓는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수혈을 받고 킬레이트 요법을 통해 혈액으로부터 과도한 철분을 빼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기 손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긴급구호 매니저 마르체 호체스(Maartje Hoetjes)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환자 대다수는 8세~18세 아동입니다. 3~4주마다 한 번씩 수혈을 받아야 하죠. 그런데 잦은 수혈은 환자들에게 합병증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신체가 정화하지 못하는 철분이 혈액에 쌓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되면 철분 과다축적으로 내부 장기가 훼손됩니다. 혈액 내에 과도하게 쌓인 철을 제거하지 않으면 환자들은 결국 심장에 철분이 과다 축적되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탈 아비야드 국립병원에서 지중해 빈혈 환자 400명을 치료하고 있다. 의료팀은 환자들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다. 이로써 중증 감염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한편 영양 보충, 예방접종, 보건 교육, 심리사회적 지지, 안전한 수혈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최근에는 킬레이트 치료도 시작했다. 호체스 매니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환자 중 30~40%는 시리아 북부 곳곳에서 캠프 생활을 하는 실향민들입니다. 지중해 빈혈 치료를 받는 아동 대다수는 만성 영양실조도 앓고 있습니다.”
시리아 북동부에 있는 지중해 빈혈 치료센터 대다수는 문을 닫았다. 특수 의료 장비도 부족하고, 시리아에서 전문 의료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 수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전쟁 때문에 의료 체계가 무너진 탓에 의료 시설 대부분도 훼손돼 버렸다.
전쟁 때문에 많은 가족들은 자녀의 수혈과 치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호체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치료하는 아동 중 다수(최대 30%)는 위험한 수혈을 실시한 탓에 또 다른 혈액 질환에 감염됩니다. C형 간염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홉 살 된 자녀를 둔 하르페예는 라카에서 온 여성이다. 하르페예가 그간 겪은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우리는 일곱 번이나 피난을 떠났습니다. 매번 안전한 곳을 찾아 떠날 때마다 지중해 빈혈 치료센터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노력했죠. 하지만 이제 그런 센터들은 찾기가 쉽지 않아요. 탈 아비야드 병원이 그나마 가장 가까운 곳인데 병원까지 가려면 차로 거의 두 시간 반이 걸립니다.”
이 점에 관해 호체스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전쟁 전까지만 해도 보건부에서는 결혼을 앞둔 커플을 대상으로 지중해 빈혈 돌연변이 보균자 검사를 제공했습니다. 자녀에게 병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더 이상 시행되지 않습니다.”
열 살 딸아이를 둔 엄마 자우하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 딸은 전쟁 때문에 거의 다섯 달 동안 치료도 수혈도 받지 못했어요. 데이르에조르 시에서 우리는 정말 힘들게 살았어요. 거기서는 혈액이 충분치 않았거든요. 데이르에조르를 떠난 건 아이의 만성질환 때문이었어요.”
마르체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 지역에 있는 수많은 지중해 빈혈 환자를 생각해 보면, 사실 지금 우리가 치료하는 환자 수는 매우 적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치료를 계속 이어 가면서 그 환자들과 부모님들이 위로를 받고 다시 삶을 일으키는 데 집중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다른 의료 단체, 기부 단체, 제약회사들도 시리아 의료 부문에 나타나는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일에 동참해서 민간인들이 계속 적절한 의료를 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