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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지오배런츠호 수색구조 활동 잠정 중단

2024.12.23

현지시각 2024년 12월 13일, 국경없는의사회는 2021년 6월부터 전개한 수색구조선 지오배런츠(Geo Barents)호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 법 및 정책으로 인해 현재의 운영 모델로는 활동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러한 어려운 여건에 가장 적합한 운영 모델을 모색하는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며, 수색구조 활동을 재개할 것을 약속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주민, 특히 지중해 중부를 건너 위험한 여정을 떠나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견고한 의지를 재천명한다. 2014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지중해 중부에서 31,000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이주 경로에서 수색구조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복귀할 것입니다. 우리는 특히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연합 회원국들과 기타 행위자들이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침해 행위에 대해 증언하고 규탄하기 위해 돌아올 것입니다.”_후안 마티아스 길(Juan Matias Gil) / 국경없는의사회 수색구조 활동 책임자

지난 2년 동안 지오배런츠호는 이탈리아 당국으로부터 4차례 제재를 받았으며, 항구에서 총 160일간 억류되었다. 이러한 제재는 단순히 구조선이 바다에서 생명을 구하는 인도적 및 합법적 의무를 이행한 것을 처벌하기 위해 단행되었다. 이러한 처벌 조치는 2023년 초 이탈리아 정부가 도입한 피안테도시 법령(Piantedosi Decree)에 따라 시행되었다. 2024년 12월 이탈리아 당국은 인도적 수색구조선을 보다 쉽고 빠르게 압수할 수 있도록 제재 강도를 더욱 강화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바다에서 구조된 생존자들의 하선 장소를 주로 북쪽 멀리 떨어진 항구로 지정했으며, 이러한 관행은 지오배런츠호가 바다에서 생명을 구하고 도움이 가장 절실한 곳에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더욱 저해했다. 피안테도시 법령이 시행된 이후로 지오배런츠호는 조난자를 돕는 대신 멀리 떨어진 항구를 오고 가는 데 반년을 보내야 했다.

2023년 6월 이탈리아 당국은 13명의 생존자를 하선하려는 지오배런츠호를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라스페치아(La Spezia)만에 배치했다. 이로 인해 최대 600명까지 수용 가능한 지오배런츠호는 훨씬 더 가까운 항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000km 이상을 항해해야 했다.

 

지오배런츠호를 타고 수색구조 활동을 전개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구조 작업 시 사용한 수백 개의 구명조끼를 세척, 소독, 건조한다. 2024년 12월. ©Stefan Pejovic/MSF

 

심사숙고 끝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러한 터무니없고 무분별한 이탈리아 법과 정책 아래 지오배런츠호 운영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인도주의 선박의 구조 역량은 전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이탈리아 당국에 의해 심하게 저해 받고 있습니다.”_후안 마티아스 길

이탈리아 법과 정책은 지중해를 건너는 이주민들에 대한 인명 경시를 여실히 드러낸다. 지오배런츠호 곳곳마다 생존자 수만 명의 사연이 울려 퍼진다.

아기들이 이 갑판에서 첫걸음마를 떼고, 생존자들이 여기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애도하기도 했어요. 유럽의 이주 억제 정책이 너무 많은 고통과 죽음을 초래하는 가운데, 우리는 인류를 위해 계속 노력할 의무가 있습니다.”_마고 베르나르(Margot Bernard) /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국경없는의사회는 2015년부터 지중해 중부에서 수색구조 활동을 전개했으며, 8개의 수색구조 선박을 단독으로 또는 기타 비정부기구와의 협력 하에 운영하며 현재까지 94,000명 이상을 구조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가장 최신 구조선인 지오배런츠호는 2021년 6월부터 운영했으며, 190건의 구조 작전을 통해 12,675명을 바다에서 구조하여 안전한 장소로 옮겼다. 같은 기간 동안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24명의 시신을 수습하고 선상에서 한 명의 신생아 분만을 지원했다.

피안테도시 법령이 시행된 이후 2년 동안 국경없는의사회는 모든 합법적 수단을 활용해 이탈리아 당국의 가혹한 제재와 원거리 항구에 하선 장소를 지정하는 관행에 대해 이탈리아 법원에 항소하였고, 두 차례에 걸쳐 60일 억류 명령 중단 조치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와 기타 비정부단체들은 유럽연합위원회에 5건의 개별 진정서를 제출하여 유럽연합법에 따라 이러한 제재 조치를 검토해 줄 것을 촉구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