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차드: “기아 시즌”이 끝나도 계속 되는 영양실조

2012.10.31

수확이 거의 끝나가도 국경없는의사회의 차드 동부 긴급 기아 프로그램에는 새로운 환자가 계속 유입되고 있다.

벌써 더위가 느껴지는 어느 이른 아침 4륜 구동 차량들이 차드 동부 앙가라(Angara) 마을의 조그만 보건센터 앞에 멈춰 섰다. 한 무리의 여성들과 아이들이 작렬하는 태양을 피하려 작은 지붕 아래로 이리저리 몸을 숨기면서 주간 진료가 시작되기를 기다린다. 이 여성들과 아이들은 국경없는의사회가 이동 영양치료식 센터를 차리는 모습을 참을성 있게 지켜본다.

가까운 나무그늘에서 쪼그려 앉은 마료마 압달라(Maryoma Abdallah)는 "이 영양실조 프로그램에 제 딸아이를 데려온 건 이번이 두 번째"라고 말한다. 다른 많은 어머니들처럼 압달라도 오늘 아침 영양실조에 걸린 딸 카디쟈(Kadidja)를 위해 당나귀를 타고 먼 길을 왔다.

빌타인 영양치료식 센터에서 영양상태 진단을 위해 어린이의 상완둘레를 측정하고 있다.

부족한 식량

압달라는 "올해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식량상황이 좋지 않아 집에는 기장죽 밖에 없다. 우유나 과일을 살 돈이 없어 딸 아이는 몸이 아주 약했었는데, 치료식 덕분에 다시 살이 붙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살배기 카디쟈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차드 동부 빌타인(Biltine) 지구에서 실시하고 있는 긴급 영양실조 프로그램의 치료를 받고 있는 1,000여 명의 아이들 중 한 명이다. 매주 국경없는의사회의 이동 진료팀은 앙가라 같은 오지에 위치한 11개 보건 센터를 찾아간다.

각 보건 센터에서 이루어지는 절차는 동일하다. 어머니가 한 명씩 들어올 때마다 간호사가 아이의 몸무게와 키를 재고 검사를 한다. 처음 방문한 아이들은 말라리아 검사를 받는다. 필요한 경우 간호사가 약을 처방하면 이동 진료팀의 약사가 약을 나누어 준다. 마지막에는 모든 어머니가 아이들을 위한 일주일 분량의 치료식을 받는다. 땅콩과 우유를 반죽으로 만든 이 치료식은 바로 먹을 수 있으며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기력을 되찾는 데 필요한 모든 필수 비타민과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다.

이 치료 프로그램이 시작된 4월 이래 3,500명이 넘는 중증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외래 진료를 받았으며, 1,200명 이상의 아이들이 회복 후 퇴원했다.

작은 한 걸음

국경없는의사회의 마커스 마크만(Marcus Machmann) 빌타인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작은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그램의 치료를 받는 아이들의 숫자가 6월 1,300명에서 9월 1,000명 선으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일주일에 200명 정도가 새로 들어온다. 중증 영양실조 상태 걸린 아이들이 여전히 많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앙가라에서 지역에서 활동 중인 간호사 캐롤 앙투안느 리올로보스(Carole Antoine Riolobos)는 대기중인 어머니와 아이들 중에서 즉시 치료를 요하는 이들을 선별하고 있다. 리올로보스는 "영양실조뿐 아니라 다른 곳이 아픈 아이들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설사로 인한 탈수증이다. 이곳 사람들은 안전한 식수를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강물을 직접 마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아딜(Adil)이라는 이름의 이 아이는 심각한 탈수상태에 있어 긴급히 집중 치료가 필요한 상태이다. 리올로보스 간호사는 임시 처치를 준비하면서 어머니에게 아딜이 심각한 상태이며 빌타인 병원에 입원해야만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모자는 오늘 진료가 끝나면 국경없는의사회 차량을 통해 마을로 갈 것이다.

수확

집중 치료를 필요로 하는 중증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4월 이후 500명이 넘게 국경없는의사회 빌타인 지구 병원의 영양치료 병동에 입원했다. 의료진은 수확이 마무리되고 연례 '기아시즌(보릿고개)'가 끝나면 입원 환자수가 줄어들기를 바라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른 보건의료 단체가 없기 때문에 12월 초까지 긴급 영양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보릿고개가 거의 끝나가기는 하지만 바크만 코디네이터는 근본적인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지적한다. 바크만은 "올해의 영양실조 최고조기는 넘겼다고 하더라도 낙관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구조적인 영양실조 위기는 남아있고, 이는 우리의 긴급 영양치료 프로그램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년 차드 사람들은 반복적인 식량 위기를 겪고, 이는 가정과 지역사회에 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국경없는의사회의 긴급 프로그램을 통해 목숨을 살릴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 또한 해결할 필요가 있다.

"보다 긴급한 것은 만성적인 긴급상황을 벗어나는 것"

국경없는의사회의 스테파노 아르젠지아노(Stefano Argenziano) 차드 담당 이사는 "올해 우리가 긴급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지역에서 내년에도 똑같은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차드에서 보다 긴급한 것은 만성적인 긴급상황을 벗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앙가라의 국경없는의사회 영양치료식 센터에서 어린이가 진찰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