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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늘 다음 응급 아동 환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2012.10.31

인도 출신인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칼야니 고만디나야감 (Kalyani Gomathinayagam)은 아프리카 중북부에 위치한 차드(Chad) 동부의 빌타인 (Biltine) 라는 도시에서 국경없는의사회의 영양치료식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곳에서는 급성 영양실조 상태의 아이들이 건강을 되찾기 위해 집중치료를 받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가 앙가라 영양치료식 센터에서 어린이 영양상태를 검진하고 있다.이곳에는 해마다 추수를 몇 달쯤 남겨둔 때가 되면 식량이 다 떨어져 버리는 가정들이 있습니다. 올해는 이러한 위기가 특히 심각했습니다. 우리가 운영하는 긴급구호 프로그램은 여러 생명을 구하는데 도움을 주고는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이러한 만성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 이동지원팀은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을 외래 진료하기 위해 날마다 근처 마을들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상태가 가장 심각한 아이들은 센터로 후송합니다. 영양실조 이외에 가장 큰 문제를 꼽으라면 설사입니다. 빌타인의 경우, 깨끗한 식수를 마실 수 있는 사람들이 15%도 안됩니다. 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설사병을 앓고 있습니다. 호흡기 감염과 말라리아 문제도 심각합니다.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아이들은 이러한 질병에 걸리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습니다.

24시간 특수분유 공급체제

아침 7시, 밤사이 상태가 악화되었을 수도 있는 아이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저는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모든 아이들의 몸무게를 재고 신체 치수를 확인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제 팀원들이 모두 의욕이 대단한 분들이라는 것입니다. 이 곳 센터에는 9명의 차드 간호사들이 교대로 근무를 하고, 그 외에도 9명의 현지 직원들이 밤낮으로 3시간마다 특수 분유를 아이들에게 챙겨주고 있습니다. 밤낮으로 일하는 헌신적인 팀원들이 없다면, 우리는 이곳 상황에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을 겁니다.

아침 회의시간에, 우리는 오늘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의견을 나누고, 동료의 경험을 듣는 시간을 갖습니다. 9시 반부터 첫 번째 환자가 들어 오기 시작합니다. 흔히 가난한 가정 출신의 아이들이 많고, 또 영양실조가 매우 심각하게 진행되고 난 후에야 이곳에 오게 됩니다. 아이들이 도착하면 우선 검진을 실시하고 등록을 한 후 즉각 영양공급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인 아이들은 코에 위로 통하는 튜브를 꽂아 특수분유를 바로 공급합니다. 심한 설사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탈수현상을 막기 위해 수분공급을 해주어야 하므로 정맥에 수액을 주사합니다.

올해 4월부터 9월 중순까지, 우리는 약 430명의 아이들을 이곳 병원에서 치료했습니다. 아이들을 치료하고 아이의 엄마들을 모두 수용하기 위해 대형 텐트를 병원 마당에 설치했습니다. 우기가 끝나고 곧 추수가 시작되는 시점인 9월 말에는 46명의 어린이들이 병원에 새로 입원했습니다.

아이가 웃기 시작할 때 느끼는 보람

다행히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곳에 오면 빠른 속도로 회복됩니다. 어떤 때는 이렇게 분유만으로도 이 아이들에게 이렇게 빨리 도움을 줄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면 참 기쁩니다.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지만, 아이가 다시 건강해지고 웃음 짓는 모습을 볼 때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가끔 아이가 너무 위중한 상태로 찾아와 더이상 도움을 주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아이가 하늘나라로 가면, 팀원 모두가 고통을 겪게 됩니다. 그렇다고 부모님들이 저희를 탓하는 건 아닙니다. 이곳의 많은 분들은 “의사 선생님들이 도움을 주실 수는 있겠지만, 생명을 구해낼 수 있는 건 아니지요. 그건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오후가 되면 어머니들을 위해서 단체회의를 엽니다. 병원에서 실시하는 영양공급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어떻게 치료가 되고 있는지 그리고 아이들이 퇴원하고 나면 깨끗한 물을 먹여야 한다는 것과 영양실조를 비롯해 기타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개인위생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 등 외래 간호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어머니들 입장에서는, 아픈 아이와 병원에서 같이 지내기가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집에 있는 다른 아이들은 누가 돌본단 말입니까? 우선 남편에게 아이가 병원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시켜야 하고, 그럴 때 어떤 남편들은 아내가 집을 오래 비우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입니다만, 부모님 중 한 분이 아이의 병원치료를 원하지 않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이런 사례들을 오래 머릿속에 담아 놓을 여유가 없습니다. 항상 다음 응급환자, 우리의 손길이 있어야 하는 다음 아동 환자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내년 이맘때는 상황이 나아질까요?

많은 아이들이 치료를 통해 회복되고 있기는 하지만, 바로 우리의 긴급구호 프로그램이 필요 없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추수가 끝나고 나면, 각 가정에서는 식량을 더 확보할 수 있을 테고, 그러면 정점에 이르렀던 올 식량위기도 끝이 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진행 중인 이 프로그램을 현지 보건기관에 인계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이 안고 있는 많은 다른 문제를 잘 알고 있기에 떠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내년에 오면 아이들의 영양실조 상태가 올해보다 더욱 심각해져 있을 가능성도 크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