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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군의 의사도 적이다

2013.03.13

시리아 국가 연합(SNC), 지하드 단체, 걸프 지역 국가, 이란 정부, 그리고 미국 정부가 갖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 모두 시리아 내전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쪽에 소위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고는 있으나 그 누구도 혼자의 힘으로는 이 사태를 종식시킬 수 없으며, 지원이 취약층에게 가장 먼저 도달하고 있는지 아무도 확신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시리아 내전은 단순한 전쟁이 아니다. 따라서 지원에 대한 해결책 또한 단순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상 유지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

국경없는의사회 인도주의 분석팀장 조나단 휘탈(Jonathan Whittall)

이 무력 사태의 정치적 복잡성은 인도주의 대응 상황에 그대로 반영된다. 시리아로 향하는 대부분의 지원은 시리아 정부군으로 향하거나 반군으로 향하거나 둘 중에 하나로 여겨진다. 막대한 지원물품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여러 전선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지원이 이루어 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로서 지원 단체들이 반군 통치지역에 지원물품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불법월경(越境)을 하고 반군 네트워크의 도움에 의지하는 수 밖에 없다.

이는 어느 쪽을 지원하든 한 쪽과 정치적으로 연대한다는 멍에를 쓰게 되고 모든 지원이 논란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지원을 제공하는 측에게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군과 반군 모두의 동의 없이 분쟁지역 경계를 넘으려고 시도하면 적군에 동조하는 취급을 받고 포격과 저격수를 피해 도망쳐야 하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홈스(Homs), 데라(Deraa), 다마스커스(Damascus) 외각지역에까지 지원 물품을 전달하려면 반드시 전방전선을 통과해야 한다.

수백만 명이 심각한 식량, 연료, 거처, 그리고 깨끗한 식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포위공격과 지속적인 포격 등에 노출되어 형용할 수 없는 공포 속에 살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반군 지역에서 장티푸스와 레슈마니아증 발병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으나, 치열한 교전으로 인해 의료진이 이 지역에 접근할 수 없어 국경없는의사회가 할 수 있는 것은 의료품 기부가 전부였다.

의료시설이 파괴되어 의료 서비스가 중단 되었다. 내전의 시작부터 의료 서비스를 거부하고 의료시설 및 의료진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는 것을 전술로 삼았기 때문이다. 다수 지역의 환자들이 식탁을 대신 사용하고 지하에 급하게 차려진 임시 야전병원에 의존하고 있다. 병원 직원들은 분쟁 지역을 떠났고 필자는 심지어 건설업자가 외과 수술을 진행하는 광경도 목격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군인 치료를 우선시하여 일반 시민과의 의료 서비스 수급 격차가 존재하기도 한다.

공공의료 시스템은 큰 압박을 받고 있다. 국제제재로 금융 자산과 거래가 동결됐고 때문에 정부가 해외에서 의료품을 구매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시리아는 한 때 자국에서 필요로 하는 의료품을 스스로 생산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공장이 파괴되어 국내생산도 불가능한 상태이다. 최근 시리아를 방문했을 때 의료품이 많이 부족한 의료시설들이 눈에 들어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정부에서 허가를 주지 않아, 비인가 병원 세 곳을 시리아 북부에 열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구호물자와 의료 물자를 정부군과 반군 지역에 보내고 있으며 때로는 불법으로 들여가기도 한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엄청난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다.

이 양극화 현상은 정부군과 반군 지역 양측 모두에서 지속되어 왔다. 역내 및 서방 국가들은 이들과의 정치적 연대를 위하여 지원을 제공하고자 한다. 유엔은 시리아 정부를 통해서만 지원을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정부의 동의 없이 경계선 넘어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현실성 없는 안보리 결의안의 제약을 받는다. 현재 시리아 내 가장 활발한 지원을 하고 있는 단체는 이민자 네트워크와 지역사회이며 지난 2년간 이들의 도움으로 국경없는의사회가 인도주의적 활동을 전개할 수 있었다.

지금 시리아로 인도주의적 지원이 전달되는 경로를 보면 정부군과 반군, 그리고 지역사회가 자신들의 적군 세력의 지역으로부터 제공되는 지원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데에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는 실상 시리아 정부가 독립적 기구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지정학적인 이유로 지원물품을 전달하는 이들이 시리아에 불법으로 입국할 수 밖에 없게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독립적 지원을 허용하여 현재의 지원 마비 상태를 해결하는 열쇠는 시리아 당국의 손안에 있다. 필요로 하는 규모의 구명(救命) 지원이 전선과 국경 넘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전달되려면 협상을 통해 도출해 낸 다자간 합의가 시급히 필요하다. 그리고 하루 빨리 이 합의를 이루어 내기 위해선 공동의 외교적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합의 없이 지원활동은 이 같은 참사를 유발하고 대응을 지연시켰던 여러 복합적인 지정학적 이유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없다. 비록 최선의 방법은 아닐지라도 현재의 교착상태가 호전되기 위해서는 정부군과 반군 모두의 동의 없이도 지원 가능한 모든 지역에서의 활동을 시급히 늘려야 한다. 시리아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인도주의적 대응이 원활하게 이루어 지지 않는 것은 더더욱 용납할 수 없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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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고문은 3월 8일자로 허핑턴 포스트지에 기재 되었습니다.

관련글 : 영문 보고서 《Syria two years on : The failure of international aid so f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