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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제르: “우리는 이미 다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2014.02.11

콤 니욤가보(Côme Niyomgabo)는 부룬디 출신의 40세 남성이다. 콤은 최근 니제르 타호아(Tahoua) 지역에 위치한 보우자(Bouza)에서 아동 사망률을 감소시키기 위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 9개월간 참여했다.

현재 보우자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제 막 일 년 중 가장 힘겨운 시기를 넘겼습니다. 식량이 부족한 시기라 기근이 든 데다 우기도 겹쳐 말라리아 감염률도 매우 높은 시기였죠. 6월에서 10월까지는 어린이들에게 가혹한 시기입니다. 11월 초부터 병원에 입원하는 아동의 수가 줄어들긴 했습니다. 가장 어려운 시기도 이제 막바지에 온 셈이지요. 하지만 해마다 이런 위기가 만성적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다음에 닥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경험상 예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거든요. 무엇보다도 이러한 상황에 준비된 숙련된 전문 팀이 필요합니다. 특히 보우자는 아주 외딴 지역입니다. 전문인력을 찾는 것이 의료 시설에 대한 접근만큼이나 어려운 상황입니다. 보통 마을들이 외진 곳에 있는데다가 우기가 되면 도로도 이용할 수가 없거든요.

지난 몇 달 간의 주요 활동은 무엇이었습니까?

니제르에서 아동 사망의 두 가지 주요 원인은 말라리아와 영양실조입니다. 우리는 가장 위험한 시기에 가능한 빨리 아동 환자들에게 양질의 치료를 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보우자의 의료 체계는 일명 카제 드 상떼(cases de santé) 라고 하는 보건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아주 기본적인 의료 지식만 습득한 상태입니다. 통합 보건소도 있는데 이곳 역시 전문 교육을 받은 간호사가 부족해 애를 먹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보우자 시내에 지역 병원이 있습니다. 2013년, 국경없는의사회는 가능한 가까이 환자들을 찾아가 단순한 도구를 이용하여 말라리아와 여타 아동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명 ‘페카돔(PECADOM)’ 프로그램을 여러 지역에서 진행했습니다. 또한 외딴 마을에서 의료 업무를 도와줄 ‘말라리아 보건단원’ 교육도 실시했고 카제 드 상떼도 보강했습니다. 이를 통해 말라리아 환자를 조기진단하고, 단순 증상 환자는 치료하고 복합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이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계절성 말라리아 화학예방요법을 도입해 말라리아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7월부터 10월까지 넉 달 동안 3개월에서 5세 사이의 유아 및 아동에게 한 달에 한 번 말라리아 예방접종을 하고 있습니다. 말라리아 감염 위험이 높았던 아이들도 예방책 덕분에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게 되었고 설령 걸려도 훨씬 약하게 앓고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처음 예방접종을 시작했을 때보다 그 다음 번 예방접종 시기에 접종을 받는 아이들 수가 증가했습니다. 다음에는 가장 외딴 마을에까지 이 예방책이 확산될 겁니다. 각 지역 주민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 수는 물론 말라리아 감염자 수도 줄었다고 말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는 어떻게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활동합니까?

지역사회 내에 인식을 제고시키기 위한 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 팀은 각마을에서 지원한 140명의 현지 자원봉사자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영양실조, 말라리아, 아이가 아플 때 대처 방법 등에 관한 정보를 주민들에게 알려줍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다가가고 병에 관한 정보를 널리 알리는데 있어서 이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우리는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릴 위험에 처한 아이들에게 어머니의 빛 이라는 의미의 마망스 뤼미에르(mamans lumière) 전략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이 전략에서는 영양실조에 취약한 아이들의 어머니들이 국경없는의사회에서 교육을 받은 어머니 단체의 일원이 됩니다. 교육을 받은 어머니들은 식단을 짜는 방법을 알려주어 식생활에 적용하도록 합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영양을 공급해주기 위해서이지요. 어머니들이 각자 식재료를 가지고 오면 함께 요리를 해서 아이들에게 먹입니다. 이 전략은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지역과 문화에 대한 존중심을 고취시키면서 지역 내 영양실조 예방과 치료를 동시에 이루어내고 있습니다.

지역 정책 결정자, 마을 지도자나 종교적 지도자 등도 지역사회 동원 활동에 협조하고 있습니다.

보우자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경험을 간단하게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어느 날은 활동 감독을 위해 보건부 소속 의사와 함께 가장 오딴 지역에 있는 카제 드 상떼(보건소)를 찾았습니다. 이 곳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단원이 문을 열어주었는데, 더럽고, 누추하고, 정리되지 않은 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보건부 의사가 바로 한 마디 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 아무 말도 하지 않더군요. 의사는 밖으로 나오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건단원에게 이러한 상황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해버리면 아마 그 사람은 이 일을 그만둘 겁니다. 이곳은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합니다. 일하는 사람이 없다면 지역 주민들은 더 이상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지요.” 의사는 보건단원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해주었고 우리도 국경없는의사회 수간호사에게 보건단원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면서 필요한 교육도 제공하고 긴밀한 관리에도 더욱 신경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후 상황은 훨씬 더 나아졌습니다. 이 사례는 다른 보건단원들에게도 카제 드 상떼 상황을 더욱 개선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마침내 대단히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게 된 거지요.

이 일로 말미암아 진정으로 노력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상황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영양실조나 기타 질병으로 심각한 상태였던 아이들이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 그리고 어머니를 보고 웃는 모습이 아마 이곳에서 제가 겪은 것들 중 가장 기억에 남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