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 캐나다 사무총장, 스티븐 콜니쉬(Stephen Cornish)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국민들은 걷잡을 수 없는 인도주의적 재앙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놓여 있다. 전 국민을 겨냥한 무차별적이고 막무가내인 폭력이 경악할 만한 지경에 도달했으며 공동체 사이에는 갈등의 골이 깊게 파였다. 위기는 심각해져만 가는데 국제사회의 대처 노력은 미흡하기 이를 데 없다.
상황은 심히 우려스럽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은 우리 환자들의 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에만 해도 국경없는의사회는 총상과 포탄으로 인한 부상을 치료했는데, 이제는 마체테 칼에 깊이 베인 환자들이 찾아온다. 이는 평화롭게 공존하던 공동체 사이에서 폭력이 자행되기 시작했다는 증거이다. 역사상 최악으로 꼽히는 부족 간 인도주의적 잔학 행위들 중 상당수는 사전에 미리 알려지거나 종종 공언되기도 했다. 현 상황에 주목하는 사람이라면 이번에도 사건의 양상이 섬뜩하게도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코뮤나테르 병원에서 치료받는 환자들
지난해 3월에 쿠데타가 일어난 뒤로, 1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집을 잃었으며 몇 달째 라이벌 민병대끼리 벌이는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분쟁은 점차 부족 내의 종교적 성향에 따라 전개되고 있다.
조토디아(Djotodia) 전 대통령의 정권을 지난해 3월에 권좌에 복귀시킨 잔혹한 셀레카(Séléka) 민병대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이슬람 소수파는 기독교도들에게 거듭 공격 당하고 있다. 이슬람 공동체 전체가 탄압받거나 (어떤 경우는 평화 유지군의 보호를 받으며) 국외로 강제 추방 당하고 있다. 이슬람 피난민 3만 명이 이미 차드 국경을 넘었으며 1만 명이 카메룬에 당도했다.
몇 주 전에 보상고아(Bossangoa)의 이콜 리버티(Ecole Liberté) 실향민캠프를 방문했는데, 이슬람 피난민들은 보복성 공격을 두려워했으며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아프리카 연합군과 인근의 프랑스 평화 유지군이 이곳을 보호하고 있음에도 캠프에 거주하던 이슬람 피난민 7000명 중 대부분이 1월 30일 아침, 가족과 재산을 트럭에 싣고는 겁에 질린 채 국외로 떠났다. 트럭에 자리를 잡지 못한 1000명 이상은 캠프에 남겨졌다.
다른 곳에서는, 후퇴하는 이슬람 민병대가 기독교인들을 잔인하게 공격하고 있다. 기독교인 수천 명이 여전히 비좁고 열악한 실향민 캠프에서 살아가고 있다. 보상고아의 에베셰(Evêché) 캠프, 기독교 공동체에서 만난 두 여인 사빈(Sabine)과 모니크(Monique)는 작은 천막 두 곳에서 가족 열다섯 명과 함께 지내고 있다. 두 사람은 고향에 돌아가, 타버린 집을 새로 짓고 밭을 갈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안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복구 지원이 제공되지 않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라고도 말했다.
나와 이야기를 나눈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사람들 중 일부는 새 대통령과 국제 평화 유지군이 변화를 가져다 줄 거라는 희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최근 불거진 폭력 사태와 추방을 보건대 가까운 장래에 희망을 품기는 불가능하다. 시민들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향후에 보복 당하지 않기를 비는 것뿐이다.
이 사람들은 국경없는의사회의 환자다. 비극이 벌어지는 내내 우리는 모든 공동체에 의료 지원을 행했다. 하지만 현재 벌어지는 폭력과 강제 추방 때문에 우리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피해자의 상처를 소독하고 질병을 예방하고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는 있지만 이들의 생존을 보장할 수는 없다.
우리가 경보를 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월 이후로 국경없는의사회는 자금 지원과 구호 노력을 시급히 늘려줄 것을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오늘날 그 요청은 더더욱 시급하다.
마침내 유엔(UN)은 지원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숙련된 인력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파견했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후원 기관들도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하지만 응답은 지지부진하며 미흡하기 이를 데 없다. 오늘날 인도주의적 지원이 시급히 필요하며, 공동체 간의 보복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필요성은 커져만 갈 것이다.
몇 달간 수수방관한 결과,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또 다른 위기의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임시방편이 통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 나는 눈 앞의 상황을 증언하고, 부여받은 임무에 따라 행동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 이곳에 있는 다른 국제 기구들도 증언하고 행동할 때가 되었다. 아직까지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 더 암담한 처지에 빠지기 전에 건져낼 시간이 있다.
* 본 기고문은 2월 11일자로 글로브앤메일(Globe & Mail)에 기재 되었습니다.
http://www.theglobeandmail.com/globe-debate/in-the-central-african-republic-a-new-kind-of-violence-needs-new-action/article16795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