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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신건강의 날] 팔레스타인: ‘점령당한 마음’ – 폭력적인 사건을 겪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지원하는 국경없는의사회

2014.10.10

10월 10일은 세계 정신건강의 날입니다. 폭력의 경험이나 목격,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 생계활동의 파괴 등 충격적인 사건들은 한 사람의 심리적 안녕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심리적 문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않도록 국경없는의사회는 외상 피해자들에게 심리사회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3년, 총 14만 1100여 명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총 1만 4200건의 집단 상담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심각한 갈등과 점령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큽니다. 이에 대응하여 현재 국경없는의사회 심리치료 팀들은 동 예루살렘과 헤브론에서 상처 입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이스라엘 군은 헤브론 남부로 이어지는 이곳 지역의 여러 가옥들을 파괴했다 ©Anna Surinyach/MSF

아미라는 서안지구의 헤브론 지역에 위치한 하스카에 살고 있는 63세의 여성이다.

하스카는 2014년 6월 12일에 헤브론에서 이스라엘 십대 3명이 실종된 후로 이스라엘 군이 실시한 강력한 수색 작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마을 중에 하나다. 이스라엘 군은 이 수색 작전을 20일 동안 진행했는데, 그 기간 동안 수십 가구의 집기류가 파괴되었고, 토지가 황폐해졌으며, 우물은 전부 말라버렸다. 이스라엘 군은 이 모든 것이 실종된 십대 청소년들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들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아미라의 집도 이스라엘 군의 수색을 받았다. “6월 25일에 이스라엘 군이 사전 경고도 없이 집에 쳐들어 왔어요. 침대에서 자고 있었는데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어요. 창문을 열었더니 보이는 것이라곤 수많은 이스라엘 군인들뿐이었어요. 그 사람들이 문을 부수고 집에 들어오더니, 우리를 강제로 바깥으로 끌어냈어요. 열 살짜리 제 아들을 깨울 시간도 안 주더군요. 자던 아이를 거칠게 흔들어 깨우더니 방에서 내쫓았어요. 아이가 얼마나 겁에 떨었는지 모른답니다. 제 두 딸에게는 베일을 씌워 방에서 나가게 했어요. 그들은 방에 있는 가구들을 다 뒤집어 놓고, 쌀과 설탕 같은 것들을 바닥에 쏟아버리고, 부엌에 있는 모든 물품을 못 쓰게 만들었어요. 식구들이 전부 벌벌 떨며 긴장했지요. 그들은 낮이고 밤이고 하루 세 번씩 우리 집에 들이닥쳤어요. 그들이 문을 또 부술 것 같아서 나중에는 집 문을 열어두기 시작했답니다.

6월 26일에 국경없는의사회에서 나온 심리사회적 지원 담당자 한 분이 우리 집을 방문했어요. 이스라엘 군이 처음 급습했던 바로 그 다음 날이었지요. 그 분은 우선 자신이 일하고 있는 기관을 소개하고, 그 지역에서 피해를 입은 가정들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긴급구호 활동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어요. 그런 사건 이후에 생기는 불안, 위기감, 공포와 같은 모든 증상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해주기도 했어요. 그리고 저와 우리 식구들이 어떻게 그 상황에 대처할지 여러 방법들도 일러 주었어요. 그 분이 우리 집을 방문한 것은 딱 한 번뿐이었지만 매우 큰 도움이 되었고, 덕분에 제 반응이 정상이고 제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이해하게 됐지요. 그 후로도 저는 공포와 불안을 느꼈지만, 군인들이 떠나면 그 감정들도 사라질 것이라는 점을 알 수는 있었어요. 아들도 학교에 다시 나가기 시작했고, 저도 이제 편안한 기분 속에 제 생활을 잘 챙길 수 있을 거란 느낌이 들어요. 저와 우리 식구들이 충격적이고 폭력적인 시절을 잘 지나갈 수 있도록, 그렇게 우리 집을 방문해서 도와준 것에 정말 감사한 마음이랍니다.”

*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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