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욤의 보건 홍보 매니저 김우연, 남수단 북부 마욤 프로젝트에서 보건 홍보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김우연/MSF
진단검사 전문가로 국경없는의사회 문을 두드린 활동가 김우연은, 과거 HIV/AIDS 상담가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남수단에서 보건 홍보 매니저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보건 홍보 매니저는 구호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저는 작년 11월부터 남수단 북부에 있는 마욤(Mayom)에서 보건 홍보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마욤 프로젝트는 1차 의료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1차 의료 센터에는 간단한 말라리아, 홍역, 기침, 호흡기 감염 등을 치료하고, 분만도 실시하고 있고, 올해 3월부터 예방접종확대계획(EPI)과 영양 분야에서도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주일 전부터는 HIV 감염인/AIDS 환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했고, 모자간 수직감염 예방[1](PMTCT) 활동도 시작했습니다. 좀 더 전문화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으로 이송하는데, 병원까지는 건기에는 차로 3시간 정도 걸리고, 우기에는 수송 차량을 타고 9시간을 가야 합니다.
이곳 마욤에서 나타나는 주요 질병은 설사, 옴, E형 간염, 성병, 호흡기 감염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실명을 유발하기도 함) 등인데 이는 모두 위생 여건이 부족해 생기는 병들입니다. 그래서 제가 속한 보건 홍보팀은 마을 사람들에게 손 씻기, 목욕하기 등을 강조하고, 몸이 아프면 최대한 빨리 의료 센터로 찾아올 것을 권합니다. 위생 관리에 대해서 알고 있는 분들도 더러 있지만, 어떤 분들은 위생, 말라리아 관련 지원, 산전 진료 등을 국경없는의사회 1차 의료 센터에서 무료로 제공한다는 사실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 새로운 활동
주 3회 마을에 방문해 지역사회에 위생, 질병 등과 관련된 보건 정보를 전달하고 보건 관련 메시지를 알리는 것이 그녀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이다. ⓒ김우연/MSF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4월에 문을 열었고, 보건 홍보 부문은 지난 9월부터 운영돼 왔습니다. 프로젝트도 새롭고, 제 업무도 여기서는 매우 새로운 일입니다. 보건 홍보팀은 지역 사회에 위생, 질병 등과 관련된 보건 정보를 전달하고, 지역 주민들이 의료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돕습니다. 그래서 저는 위생(손 씻기, 물 끓이기), 말라리아(예방 및 전염), 산전 진료, 가족 계획(출산 시기의 중요성, 피임약 사용법) 등에 관한 다수의 자료들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의료 센터에서 보건 메시지를 전하기도 하고, 주3회 마을에 방문해 보건 관련 메시지를 알립니다. 이를 위해 2주일마다 한 번씩 12명의 각 구역 지도자, 그리고 여성 단체 리더 등 1백여 명을 초청해 최근 이슈(홍역 발병, 말라리아 등)에 대해서 보건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최근 우리 팀 상담가 2명은 HIV/결핵 환자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HIV 치료 전후에 실시하는 상담은 치료에 필수적인 부분입니다. 우리는 상담을 통해, HIV 환자는 평생 알약을 복용해야 하고, 결핵 환자는 6개월간 알약을 복용해야 낫는다고 알립니다. 이렇게 상담은 항상 환자의 치료와 연계해서 이루어집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보건 관련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현지 분들의 이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잘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메시지와 자료를 간단하게 만든다고 했는데도 막상 마을 분들은 다르게 이해하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통역가를 통해서 메시지가 전달되기 때문에, 주민들이 어떻게 이해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주민들의 이해 수준을 제가 이해하고, 거기에 맞게 접근해야 했습니다. 손 씻기라든지 물 끓이기와 같은 것들을 지역사회에서 실제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해야 되는 거죠. 우리에겐 쉬운 일인 것 같지만 여기서는 다르답니다.
분쟁, 그리고 턱없이 부족한 의료 여건
남수단은 내전 중이라, 분쟁의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안전을 이유로 우리 팀 인원을 축소한 적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전쟁 무기나 죽은 사람들을 마주하면서도, 새로 아기가 태어나고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기도 하고 여전히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 지원을 받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어떤 환자는 전날 집을 나서서 거리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오후 4시가 되서야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센터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여러 명에게서 들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센터에서부터 걸어서 3시간을 가면 정부에서 운영하는 병원이 있는데, 처방전만 써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또 다시 지역 시장의 약국까지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지역 약국의 경우, 약사들이 충분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약을 처방해 주는지 확실히 알 수가 없습니다.
제 꿈은 이곳에서 이루어진 거죠
저는 한국에서 10년 넘게 진단검사 전문가로 일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국제협력단(KOICA)를 통해 방글라데시에서 보건 교육을 할 기회가 있었고, 한국 보건부로부터 HIV/AIDS 상담가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곳에서 보건 홍보 매니저로 일하면서 HIV/결핵 상담가 2명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꿈꿔 왔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경험해 보니까 제가 기대했던 것과 거의 같아요. 단 개인적으로, 저는 뜨거운 열기에 제가 잘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남수단에서 3월을 보내기란 특히 힘들었습니다. 심지어 더위로 인해 너무 어지러운데, 우리 팀원들이 책상을 흔드는 걸로 착각한 적도 있을 정도예요.
저는 의사도 간호사도 아니라, 생명을 살렸다거나 하는 그렇게 인상 깊은 스토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마을 분들께 좋은 반응을 얻는 것만으로도 정말 뿌듯하답니다. 우리가 방문하는 구역은 총 12군데으로, 한 달에 한 번, 한 구역을 방문합니다. 12구역을 두 번 방문했었는데, 어떤 여자분이 12구역이랑 인접한 11구역에서도 저를 보았다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여쭤 봤죠. “물 끓이기를 실제로 해보셨어요?” 그랬더니 그분이 “네!”라고 하시는 거예요.
다른 얘기도 있어요. 어느 지역을 재방문할 때면 늘 이렇게 여쭤 봅니다. “지난번에 뭘 배웠는지 기억하시나요?” 그러면 어떤 분들은 굉장히 정확한 답을 주신답니다. 그럴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우리 활동으로 인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거니까요.
저는, 보건 관련 메시지를 전하는 데 있어서 우리 의료 센터가 주요 부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보건 증진에 관해서는 현지 분들이 주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그저 그분들의 일을 돕고 지원해 드리는 거죠.
[1] Prevention of Mother to Child Transmission, PMTCT: HIV에 감염된 어머니에서 태아가 감염되는 것을 예방하는 것.